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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s Casket
Review 1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3114 bytes / 조회: 906 / ????.07.25 22:51
cine21을 읽던 중...


친구네서 한뭉텅이로 들고 온 cine21을 읽다가 오랜만에 해가 쨍쨍 무더웠던 여름밤에 아! 왠지 모를 짜증이 치솟더니 예전에 읽다가 포기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생각나 버렸다.
작가부터가 '관념적'이라고 대놓고 주장하기에 뭐라고 잔소리할 처지는 아니지만, 당시엔 이해불능의 관념적이고 현학적인 문장들을 역자의 탓으로 돌리면서 부단히도 원망했더랬지.
근데.
오늘 씨네21을 보다가 <잃어버린...>이 생각났던 건 <살인의 추억> 기획편을 읽던 중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글...

방식이나 소재는 다르지만, 이 영화는 그 시대를 노스탤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비슷하다. 풍경을 사용하는 방식, 그것에 걸맞은 음악, 엔딩신에서 모든 것을 하나의 톤으로 품어버리는데에 이르기까지 그렇게도 노스탤직한 분위기를 깔아두고 시대적 코멘터리를 한다는건 자기도취나 환상이 아닐까.

일단. 나는 이 사람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견 대충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한 번 더 곰곰히 생각해보면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다는 건지...
도대체 왜, 뭐가 자기도취나 환상이라는 건지 글쓴이의 의도를 모르겠다.

 한 시대를 추상적으로 컨셉화해서 필요할 때마다 인물이나 사건에 와서 붙는다면 인물이나 사건의 구체적인 질감을 잃게 된다. 작가 봉준호에게는 경계해야 할 지점 아닐까.

 *추상적 : 사실이나 현실과 동떨어져 막연하고 일반적인 것.
*concept : 개념, 관념, 구상, 직관적 대상

이 사람은 도대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혹시 외국에서 살다 와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인물이나 사건의 구체적인 질감을 위해서 시대적인 장치는 필연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조선 시대 여성을 표현하려면 조선 시대 의복을 입히는 게 당연한 것. 우리는 인물A의 말투, 의복, 습관, 그의 시대를 보고 인물A를 완성한다. 이 내용을 쓴 기자 혹은 비평가(?)는 영화 비평을 쓰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 나머지 자가당착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먼저 고민해봐야 할 듯.

주간으로 발행되는 영화 잡지 하나를 읽는데도 어느 정도의 교양과 지식을 필요로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데 성.질.난.다.
'그들만의 잔치'라고나 할까. 왠지 지루한 말장난, 성찰 없는 언어의 유희이라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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