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서 한뭉텅이로 들고 온 cine21을 읽다가 오랜만에 해가 쨍쨍 무더웠던 여름밤에 아! 왠지 모를 짜증이 치솟더니 예전에 읽다가 포기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생각나 버렸다.
작가부터가 '관념적'이라고 대놓고 주장하기에 뭐라고 잔소리할 처지는 아니지만, 당시엔 이해불능의 관념적이고 현학적인 문장들을 역자의 탓으로 돌리면서 부단히도 원망했더랬지.
근데.
오늘 씨네21을 보다가 <잃어버린...>이 생각났던 건 <살인의 추억> 기획편을 읽던 중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글...
일단. 나는 이 사람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견 대충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한 번 더 곰곰히 생각해보면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다는 건지...
도대체 왜, 뭐가 자기도취나 환상이라는 건지 글쓴이의 의도를 모르겠다.
*추상적 : 사실이나 현실과 동떨어져 막연하고 일반적인 것.
*concept : 개념, 관념, 구상, 직관적 대상
이 사람은 도대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혹시 외국에서 살다 와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인물이나 사건의 구체적인 질감을 위해서 시대적인 장치는 필연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조선 시대 여성을 표현하려면 조선 시대 의복을 입히는 게 당연한 것. 우리는 인물A의 말투, 의복, 습관, 그의 시대를 보고 인물A를 완성한다. 이 내용을 쓴 기자 혹은 비평가(?)는 영화 비평을 쓰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 나머지 자가당착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먼저 고민해봐야 할 듯.
주간으로 발행되는 영화 잡지 하나를 읽는데도 어느 정도의 교양과 지식을 필요로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데 성.질.난.다.
'그들만의 잔치'라고나 할까. 왠지 지루한 말장난, 성찰 없는 언어의 유희이라는 생각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