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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25337 bytes / 조회: 1,217 / ????.06.22 21:17
사랑은 오류 / 맥스 슐만


나는 멋있고 또한 논리적이었다. 나의 두뇌는 발전기처럼 강력하고 화학자의 저울과 같이 정확하며 외과용 메스와 같이 날카로웠다. 그리고 생각해보라! 내 나이는 이제 겨우 열여덟이었다.
한 젊은이가 그와 같은 지성을 갖추기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가령 미네소타 대학의 내 룸메이트인 피티 버츠와 같은 이는 같은 나이, 같은 배경을 가졌지만 소같이 둔했다. 충분히 괜찮은 녀석이긴 했지만, 말하자면 머리는 비어있었다.
어느날 오후 피티가 근심어린 얼굴로 그의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는 나는 곧바로 맹장염이라고 판단했다.

"움직이지마."
내가 말했다.
"설사약을 먹어선 안돼. 내가 의사를 부를게."
"너구리털..."
그는 쉰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구리털?"
나는 몸을 날리려다 멈추며 말했다.
"너구리털코트만 있다면..."
그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의 문제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임을 알아차렸다.
"왜 너구리털코트를 찾는 거니?"
"캠퍼스 멋쟁이들은 그걸 입고 있다구. 어디 갔다 왔니?"
"도서관에 갔었어."
나는 대답했다.
말하자면 '캠퍼스 멋쟁이들'이 거의 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방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너구리털코트만 있다면..."
"너구리털코트만 있다면!"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피티."
"왜?"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 너구리털코트는 비위생적이라구. 털이 빠지고 냄새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 무겁고 볼품없고..."
"너는 이해하지 못할걸."
그는 조급하게 말을 끊었다.
"말하자면 나는 너구리털코트에 대해서 어떤 대가든지 치를 수 있 어. 그 어떤..."
정밀기계와 같은 내 두뇌는 빠른 속도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어떤 대가라도?"
나는 가까이 그를 응시하며 물었다.
"그래, 그 어떠한 대가라도."
그는 울려퍼지는 목소리로 단언했다. 나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어디서 코트를 얻을 수 있는지 알고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대학시절 그런 코트를 한 벌 갖고 계셨는데 그것이 다락방의 트렁크 속에 보관되어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또한 피티는 내가 원하는 것을 갖고 있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그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는 그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여자친구인 폴리 에스피였다.
나는 법대 초년생으로서 몇 년 후면 사회에 진출할 것이고 변호사 경력을 쌓아 나가는데 있어서 그 아내의 중요성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성공한 변호사는 거의 예외없이 아름답고 품위있고 총명한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고 있었다. 한 가지만 제외하고 폴리는 이러한 조건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녀는 아름답고 우아했으나 총명하지는 못했다. 사실, 그녀는 그 반대였다. 그러나 내 보조를 받는다면 그녀는 충분히 총명해질 수 있으리라고 나는 믿었다. 어쨌든 그것은 시도해볼 만 했다. 결국 못생긴 여자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보다 아름답고 둔한 여자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다.
"피티,"
내가 말했다.
"너는 폴리 에스피를 사랑하니?"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매력적인 아이야. 하지만 네가 이걸 사랑이라고 할지는 모르겠어. 그건 왜?"
"혹시 그녀와 어떤 형식적인 약정을 맺은 적 있니? 예를 들어 그녀와 지속적으로 사귈 거라든가 뭐 그런 것 말야."
"아니, 우리는 서로 꽤 자주 만나는 편이지만 각자 다른 사람과도 만나, 왜?"
"그녀가 특별히 사랑하는 다른 사람이 있니?"
"없는 것 같아. 그건 또 왜?"
나는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말로 네가 그림 속에서 빠져준다면 들판은 개방되는 거겠군, 안그래?"
"그렇겠지. 도대체 무슨 예기를 하는 거니?"
"아무 것도 아냐."
나는 순진한 척 대답하고는 벽장에서 옷가방을 꺼냈다.
"어디 가려는 거니?"
피티는 물었다.
"주말을 집에서 보내려고."
나는 가방 속에 몇 가지 물건을 챙겨 넣으며 대답했다.


"보라구."
월요일 아침 돌아온 나는 피티에게 말했다. 나는 옷가방을 열어젖힌 후 아주 크고 털이 많으며 냄새나는 물체를 끄집어 냈는데 그것은 우리 아버지가 스투츠 베어캣에서 1925년에 입었었던 것이었다.
"홀리톨레도!"
피티는 경이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그의 손을 너구리털코트에 댔다가 마침내 그의 뺨을 갖다댔다.
"홀리톨레도!"
그는 이 말을 15번에서 스무번이나 반복했다.
"마음에 드니?"
내가 물었다.
"아, 그럼!" 

그는 그 번들거리는 모피를 꽉 부여잡으면서 외쳤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눈이 되어서 내게 물었다.
"그래, 이것 대신 무얼 원하니?"
"니 여자친구."
나는 대뜸 말해버렸다. 그는 코트를 내동댕이 치며 말했다.
"절대로 안돼!"
나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척 했지만 한편으로 피티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 그는 마치 빵가게 앞의 부랑자와 같은 표정으로 그 코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서 단호하게 그의 턱을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더욱 갈망하는 표정으로 다시 코트를 보다가 또다시 시선을 돌리고는 더욱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머리가 앞뒤로 회전할수록 갈망은 점점 격앙되었고 단호함은 희미해져 갔다. 마침내 그는 전혀 시선을 돌리지 않게 되었다. 그는 단지 서서 그 코트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폴리를 사랑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와 지속적으로 사귄다든가 그와 비슷한 경우도 없었고..."
"한번 입어봐."
내가 말했다.
그는 순순히 응했다. 코트는 그의 머리위로 주름이 잡혔다가 양쪽 귀를 지나 신발 위까지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는 마치 죽은 너구리더미처럼 보였다.
"꼭 맞아."
그는 기쁜하며 말했다. 의자에 앉아있는 나는 얼굴이 상기되었다. 나는 손을 내밀며 "거래가 성립되는 거야?" 하고 물었다.
"거래는 성립되었어."
그는 이렇게 말하고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바로 다음날 저녁 나는 폴리를 처음 만났다. 이것은 사실 탐색전이었다. 나는 그녀를 내가 바라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인지 알고싶었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방에 돌아왔다. 내 역할에 대해서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이 여자아이의 지식적인 빈약함은 심각했다. 아니, 단지 그녀에게 지식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듯 했다. 그녀는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것은 적지 않은 일로 생각되었고 처음에는 차라리 피티에게 그녀를 되돌려 주는 것이 나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후 나는 그녀의 풍부한 육체적 매력과 방을 드나들 때의 몸놀림과 나이프와 포크를 다루는 솜씨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고 어쨌든 노력해 보기로 결정했다.
나는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진행시켰다. 나는 그녀에게 논리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폴리,"
그녀와의 다음번 만남에서 나는 말했다.
"오늘 저녁 우리는 작은 언덕으로 가서 대화를 나눌거야."
우리는 캠퍼스의 밀회장소인 작은 언덕에 이르러 오래된 참나무 아래에 앉았다. 그녀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할거야?"
"논리학."
그녀는 이것에 대해 잠시 생각하더니 좋아하기로 결정을 내린 듯 말했다.
"굉장해."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논리학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학문이야.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기 전에 먼저 흔히 볼 수 있는 논리적 오류에 대해서 인식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돼. 오늘 저녁 그걸 배울거야."
"와, 멋져."
그녀는 손벽을 치며 기뻐했다. 나는 주춤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서 밀고나갔다.
"첫번째로 <조건화 되지 않은 일반화에 의한 오류>에 대해서 살펴보자."
"좋구말구."
그녀는 열정적으로 몸을 흔들며 재촉했다.
"<조건화 되지 않은 일반화에 의한 오류>란 조건을 달지 않은 일반화에 근거한 논리를 펼 때를 말하는데, 예를 들어 이런거야. '운동은 몸에 이로우므로 모든 사람은 운동을 해야한다.'"
"맞아, 운동은 이로운거야. 운동을 하면 몸매를 만든다든가 할 수 있잖아."
"폴리,"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 논리는 오류야. 운동이 몸에 좋다는 것은 조건화 되지 않은 일반화라구. 예를 들어 네가 만약 심장질환이 있다고 한다면 운동은 해로운 것이 돼. 이롭지 않다구. 이러한 일반화는 조건을 달아야 해. 즉, '운동은 보통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롭다'라고 말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조건화 되지 않은 일반화에 의한 오류'에 빠지게 돼. 알겠니?"
"아니."
그녀는 혼란스러워 했다.
"하지만 놀라워. 또 해줘, 또 해줘."
"다음은 <성급한 일반화에 의한 오류>를 살펴보자. 잘 들어. 너는 프랑스어를 하지 못해. 나도 프랑스어를 하지 못해. 피티 버츠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나는 '미네소타 대학의 어떤 사람도 프랑스어를 할 수 없다'라고 결론내릴 수 밖에 없어."
"정말?"
폴리는 놀라며 말했다.
"아무도?"
나는 울화가 치밀었지만 참았다.
"폴리, 그건 오류야. 그 일반화는 너무나 성급하게 이루어진 거라구. 그런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 적은 경우를 들었어."
"다른 오류도 있어?"
그녀는 숨을 죽이며 말했다.
"이건 춤추는 일보다 더 재미있는데."
나는 절망감을 물리치려 애썼다. 이 여자아이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런 효과도...
"다음은 <거짓 원인의 오류>야. 잘 들어. '우리 야유회에 빌을 데려가지 말자. 그를 데려갈 때마다 비가 왔었어.'"
"나도 그런 사람을 알아."
그녀는 외쳤다.
"이름이 오일러 베커라는 여자애였는데 한번도 틀린 경우가 없었어. 그녀와 야유회를 갈 때면..."
"폴리,"
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그건 오류야. 절대로 오일러 베커때문에 비가온 게 아니라구. 그녀는 비와 상관이 없어. 오일러 베커를 탓한다면 너는 '거짓 원인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 돼."
"다시는 안그럴게." 그녀는 뉘우치듯 다짐했다.
"나 때문에 화났니?"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폴리, 난 화난게 아니야."
"그럼 다른 오류에 대해서 말해줘..."
나는 시계를 보았다.
"밤이 깊은 것 같은데, 집에 데려다 줄테니까 오늘 배운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해. 내일은 다른 걸 배울테니까."
나는 그녀를 여학생 기숙사에 데려다 주었는데 거기서 그녀는 너무 완벽하고 멋진 저녁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방에 돌아왔다. 피티는 그의 침대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는데 그의 발 언저리에 너구리털코트가 마치 털이 많은 거대한 짐승과 같이 어지러히 놓여있었다. 순간 그에게 다가가서 여자친구를 다시 데려가도 좋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내 계획은 실패로 끝날 것으로 운명지워진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 여자애는 단순히 '논리검증' 두뇌만 가진 듯 했다. 그러나 그때 다시 생각했다. 내가 하루 저녁을 허비했다고 해서 또 다른 저녁을 허비할 거라고 누가 확실히 말할 수 있겠는가? 식어버린 분화구와 같은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 아직도 작은 불씨가 남아있을 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한번 더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날 저녁 참나무 아래에 앉아서 내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 배울 첫번째 오류는 <동정심에의 호소>라는 거야."
그녀는 기쁨으로 몸을 떨었다.
"잘 들어봐. 어떤 남자가 일자리를 구하고 있어. 사장이 그에게 자격증이 있는지 물었는데 그는 집에 아내와 여섯 아이가 있으며 아내는 꼼짝도 못하는 불구의 몸이고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고 입을 옷도 없으며 신을 신발도, 집에는 침대도 없고 창고에는 석탄도 없는데 곧 겨울이 닥칠거라고 대답했어."
폴리의 분홍빛 두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 끔찍해."
그녀는 훌쩍거렸다.
"그래 끔찍한 일이야."
나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건 옳지 않아. 그 사람은 그의 자격증을 묻는 사장의 질문에는 결코 대답하지 않았어. 대신 그는 사장의 동정심에 호소했어. 그는 '동정심에의 호소'라는 오류를 범한거야. 이해가 되니?"
나는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냈고 그녀가 눈물을 훔칠 동안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을 억지로 참았다.
"다음은"
나는 침착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거짓 유추에 의한 오류>에 대해서 알아보자. 여기 한 예가 있어. '학생들이 시험 중에 교과서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외과의사는 작업 중에 X-ray의 도움을 얻고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참고자료를 살펴볼 수 있으며 목수들은 집을 지을 때 청사진을 참고한다. 그런데 왜 학생들은 시험 중에 교과서를 참고할 수 없는가?'"
"그건,"
그녀는 열광하듯 말했다.
"몇년만에 듣는 가장 멋진 생각인데."
"폴리,"
나는 애가 타듯 말했다.
"그 논증은 틀린거야. 의사나 변호사 혹은 목수들은 그들이 얼마나 잘 배웠는지 시험을 치르는 중이 아니야. 하지만 학생들은 그렇다구. 그 상황은 전혀 다르고 그 둘 사이를 같이 비교할 순 없어."
"하지만 괜찮은 생각인 건 사실이야."
폴리가 말했다.
"젠장."
나는 투덜거렸다. 나는 마음을 힘겹게 가라앉히고 말했다.
"다음에는 <사실과 반대되는 가정에 의한 오류>를 살펴볼거야."
"멋져."
이것이 그녀의 반응이었다.
"들어봐. '만약 퀴리부인이 서랍속에 우연히 역청 우란광 덩어리와 사진 감광판을 같이 두지 않았더라면 세계는 오늘날 라듐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이야. 사실."
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영화 봤어? 아, 그 영화는 나를 거의 맛가게 만들었다구..."
"나는 그 문장이 오류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거야. 아마도 퀴리부인이 그 뒤에 라듐을 발견했거나 다른 사람이 그걸 발견했을거야. 아니면 다른 일들이 벌어졌을 수도 있어. 사실이 아닌 거정을 근거해서 어떤 타당한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는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기회였다. 인내력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었다.
"다음 오류는 <우물에 독풀기>라고 불르는 거야."
"어머, 귀여워!"
그녀는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고 있어. 한 사람이 일어나서 말하길 '저 사람은 악명높은 거짓말쟁이입니다. 그가 하는 어떠한 말도 믿어선 안됩니다.'... 자 폴리, 잘 생각해봐. 무엇이 잘못되었지?"
나는 그녀가 매끈하고 부드러운 이마를 찡그리며 집중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그때 갑자기 지성의 희미한 불빛이 그녀의 눈에 나타나 반짝이는 것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그건... 너무 불공평해."
그녀는 격분해서 말했다.
"그건 결코 공평하지가 못해. 만약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그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운다면 그에게는 어떠한 기회도 주어지지 않잖아."
"맞았어!"
나는 뛸 듯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100% 정답이야. 그건 공평하지가 못해. 첫번째 사람은 어떠한 사람도 물을 마시지 못하도록 우물에 독을 풀어버린 거야. 폴리, 네가 자랑스러워."
그녀는 즐거운 듯 얼굴을 붉혔다.
"보라구, 이건 별로 어려운 게 아니야. 네가 할 일은 단지 집중하는 것 뿐이야. 이제 시험단계야. 배웠던 것들을 다시 살펴보자."
"시작해봐."
그녀는 경쾌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나는 폴리가 완전한 백치병 환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고무되어서 지금까지 그녀에게 설명했던 것들을 오래도록 힘들게 다시 가르쳤다. 여러 경우의 예를 들어 설명하기를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했고 흐름을 짚어주었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학습을 진행해 나갔다. 그것은 터널을 뚫는 일과도 같았다. 처음에는 일거리와 땀과 어두움밖에 없었다. 언제 빛에 도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그렇게 할 수 있을 지조차 불확실했다. 그러나 나는 밀고 나갔다. 나는 두드리고 할퀴고 싸웠고 마침내 보상받기에 이르렀다. 나는 빛이 들어오는 틈새를 발견했다. 그 틈새는 점점 커져서 햇빛을 뿜으며 모습을 드러냈고 모든 것이 밝아졌다.
닷새 동안의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나는 폴리를 논리학자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나는 그녀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쳤다. 내 임무는 끝났다. 그녀는 마침내 내 것이 된 것이었다. 그녀는 내게 꼭 맞는 아내였고 나의 많은 저택의 안주인으로 부족함이 없었으며 내 부유한 아이들의 훌륭한 어머니였다.
그녀에 대해서 내 사랑의 감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그 반대였다. 나는 다음번에 만나서 그녀에 대한 내 감정들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그 시간은 우리의 관계를 학구적인 것에서 낭만적인 것으로 바꾸어 줄 것이다.


"폴리,"
그 뒤 우리의 참나무 아래에서 나는 말했다.
"오늘 저녁은 더이상 논리적 오류에 대해서 토론하지 않을 거야."
"오, 저런."
그녀는 실망하며 말했다.
"귀여운 폴리,"
나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5일 저녁을 함께 보냈어. 참으로 눈부신 날들이었어. 우리는 확실히 잘 어울리는 한쌍이야..."
"성급한 일반화에 의한 오류."
폴리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구?"
나는 되물었다.
"성급한 일반화에 의한 오류라구."
그녀가 말했다.
"어떻게 단지 5일간의 만남으로 우리가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가 있지?"
나는 재미있게 웃었다. 이 사랑스런 아이는 훌륭하게 자신의 학습을 소화해 낸 것이었다.
"귀여운 폴리,"
나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만지며 말했다.
"5일이면 충분해. 케익의 맛을 알기 위해서 케익을 다 먹어볼 필요는 없잖아."
"거짓 유추에 의한 오류."
그녀는 곧바로 대답했다.
"나는 케익이 아니라 여자애라구."
나는 아까보다는 덜 재미있게 웃었다. 이 아이는 그녀의 학습을 너무나 완벽하게 수행한 것이 분명했다. 나는 전술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가장 좋은 접근방식은 단순하고 강렬하고 직접적인 사랑의 고백임이 분명했다. 나는 내 거대한 두뇌가 적당한 단어를 찾는 동안 잠시 멈추었다가 말했다.
"폴리, 난 널 사랑해. 너는 나의 전부야. 너는 나에게 달과 별과 저 멀리 모든 별자리와도 같아. 제발 내사랑, 나와 사귀겠다고 말해줘. 만약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의미가 없어질 거야. 나는 병이 들고 먹지도 못할 거고 이 세상을 눈이 움푹 패인 모습으로 휘청거리며 헤매이게 될 거야."
나는 여기서 팔짱을 낀 채 이것이 잘 먹혀들 거라고 생각했다.
"동정심에의 호소로군."
폴리가 말했다. 나는 이를 갈았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공포의 물결에 저항하며 억지로라도 마음을 진정시켰다.
"좋아, 폴리,"
나는 미소를 띄려 애쓰며 말했다.
"넌 확실히 논리적 오류에 통달했어."
"네 말이 맞아."
그녀는 힘주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걸 누가 가르쳤지, 폴리?"
"네가 가르쳤지."
"그래 맞아. 너는 내게 빚을 진 거라구. 귀여운 폴리, 만약 나와 함께 있지 않았더라면 넌 절대 논리적 오류에 대해서 배울 수 없었을 거라구."
"사실과 반대되는 가정에 의한 오류야."
그녀는 즉시 대답했다. 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폴리,"
나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모든 것을 글자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돼. 내 말은, 그런 건 모두 교실 안에서나 통하는 예기라구. 네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사실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걸 너도 알잖아."
"조건화 되지 않은 일반화에 의한 오류로군."
그녀는 장난을 치듯이 내게 손가락을 내저었다. 일은 그렇게 되어버렸다. 나는 황소처럼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굴렀다.
"나랑 사귈래, 아니면 사귀지 않을래?"
"너랑 사귈 수 없어."
그녀는 대답했다.
"왜 안되지?"
나는 대답을 강요했다.
"왜냐하면 오늘 오후에 피티 버츠와 서로 사귀기로 맹세했거든. 불명예스러웠던 모든 일을 극복하고 나는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어. 그전에 그는 내게 다짐했고 약정이 맺어졌고 내 손을 잡았어!"
"나쁜 자식!"
나는 잔디더미를 걷어차며 비명을 질렀다.
"그 자식과 같이 있으면 안돼, 폴 리. 그녀석은 거짓말쟁이라구. 그는 사기꾼이야. 그는 배신자라구."
"우물에 독풀기군. 그만 소리질러. 소리지르는 것도 역시 오류라고 나는 생각해."
엄청난 이성적인 자제력으로 나는 내 목소리를 조절했다.
"좋아,"
내가 말했다.
"너는 확실히 논리적인 사람이야.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라구. 어떻게 나 대신 피티 버츠를 선택할 수가 있지? 나를 봐. 뛰어난 학생이면서 무서운 지능을 가진 미래가 보장된 인물이야. 피티를 보라구. 바보에다 신경질적이고 하루하루 밥벌어 먹기에 딱 알맞은 인물이라구. 제발 네가 왜 피치 버츠와 사귀어야 하는지 논리적인 이유를 말해주겠니?"
"물론 그럴 수 있어."
폴리는 또박또박 말했다.
"그에게는 너구리털코트가 있잖아."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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