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 설(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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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Alice's Casket
Review 1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4163 bytes / 조회: 927 / ????.07.22 00:11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화자인 '나'는 남자다.

무엇을 둘러싼 말다툼인가는 그것을 핑계삼은 불편보다 중요하지 않은 법. 우리의 말다툼은 딸기 잼을 놓고 벌어졌다.
“딸기 잼 없어?” 나는 음식이 가득한 식탁을 둘러보며 물었다.
“없어. 하지만 나무딸기 잼은 있는데, 괜찮아?”
“뭐, 괜찮다고 해두지.”
“음, 검은딸기도 있는데.”
“나는 검은딸기는 싫어. 검은딸기 좋아해?”
“응. 안 좋아할 게 뭐 있어?”
“나는 끔찍해. 그러니까 괜찮은 잼이 없다 이거지?”
“나 같으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식탁 위에 잼이 다섯 가지나 있어. 단지 딸기가 없다뿐이지.”
“알겠어.”
“그걸 가지고 뭐 그렇게 난리야?”
“나는 괜찮은 잼 없이 아침을 먹는 것은 싫어하거든.”
“괜찮은 잼이 있지. 단지 네가 좋아하는 게 없다뿐이지.”
“가게가 멀어?”
“왜?”
“가서 사오려고.”
“맙소사, 이제 막 식사를 하려고 앉았잖아. 지금 나갔다 오면 다 식을 거야.”
“갔다 올래.”
“왜? 다 식으면 어쩌려고?”
“잼이 있어야 하거든. 그게 이유야.”
“대체 왜 이래?”
“왜 이러긴? 내가 뭘 어쨌는데?”
“우스꽝스럽잖아.”
“안 그런데.”
“그래.”
“난 잼이 필요할 뿐이야.”
“왜 그렇게 대책 없이 굴어? 아침 식사로 이만큼이나 준비했는데 고작 잼 하나 없다고 이런 난리를 피우다니. 정말 그 잼이 필요하다면 당장 여기서 나가서 다른 사람하고 같이 먹어.” [p.73] 

첫 눈에 반한 두 남녀가 첫 데이트에서 첫날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에 나누는 대화입니다. 좀 더 덧붙이면, 사소한 ‘잼’ 때문에 첫 다툼을 벌인 이 두 사람은,

그녀는 처음에는 전화를 끊었고, 이어서 너는 함께 잔 여자에게 시시한 건달 똘마니처럼 행동하는 버릇이 있느냐고 '나'에게 묻고 사과, 모욕, 웃음, 눈물 끝에...(중략) 

어쨌든 화해를 합니다.
참고로 두 번째 싸움은 그녀가 새로 구입한 ‘구두’ 때문에 일어납니다. 이때는 오른쪽 구두가 창을 깨고 거리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데까지 갑니다만... (구두가 너무나 마음에 든 나머지 그 가게의 구두는 모두 다 살 거라던 그녀의 오른쪽 구두. 근데 누가 던졌을까?)

지나치게 현학적인 작가의 서술로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문장과 지루함 때문에 아니면 번역자 때문에(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해력이 딸리는 감나무의 주관적 궁시렁) ‘외출용’으로 전락한 이 책은 바로 오늘, 두 사람이 첫날밤을 보내면서 본격적인 관계가 시작되는 60여 페이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읽는 속도가 빨라지는 반전을 맞아 책상위로 다시 재입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제발 마지막 장까지 이 기세가 지속되어야 할 텐데...)


“어떤 남자가 9시에 전화를 걸겠다고 하고 진짜로 9시에 전화를 하면 나는 그 전화를 안 받아. 결국 그 남자가 필사적으로 얻으려는 것이 뭐겠어?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남자는 나를 계속 기다리게 하는 남자야. 9시 30분이 되면 나는 그 남자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되거든.” [p.78]

참으로 보편적인 연애 심리가 아닐까...

*추천/비추천은 역시 마지막 장을 덮어봐야 알 것 같다. 현재까지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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