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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1459 bytes / 조회: 797 / ????.10.22 22:26
형사 / 이명세


꿈인가 생시인가 이끌리듯 그 길로 남순이 들어선다. 하루 종일 슬픈눈을 미행했건만 어느 순간 놓쳐버렸다.
"아이, 정말 답답해. 그냥 덥석 잡아버리는 건데. 내가 귀신에 홀렸나."
가슴을 콩콩 치며 또박또박 길을 걷는 남순 앞으로 갑자기 어둠 속에서 하얀 손 하나가 튀어나와 길을 막는다. 달빛을 받아 손은 얼음처럼 창백하다. 남순은 멈칫, 한 발 비껴 걸어가는데 다시 내밀어 남순을 가로막는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손이지?'
멍하니 그 손을 바라보는 남순 앞으로 이윽고 손의 주인공이 나타난다. 얼굴 반쪽이 어둠에 가려진 슬픈눈이다. '어머머!' 남순은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어뜨린다. 슬픈눈은 그런 남순에게 묘하고도 복합적인 미소를 보낸다. 나무라는 듯, 짓궂은 듯, 반가운 듯, 비웃는 듯, 애정 어린 듯한 미소이다.
"오늘 하루 종일, 내가 좋아서 따라오는 거요? 쫓아오는 거요?"
그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진다.
"아니면 뒤를 밟는 거요?"

- p.103,『형사』, 김호경 / 생각의나무 

슬픈눈이 미소를 보낸다.
아아. 볼 때 마다 가슴이 설레는 로맨틱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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