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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4362 bytes / 조회: 741 / ????.07.06 19:22
수사학의 인플레이션


잡지 읽는 걸 좋아해서 한 권이상 정기구독을 했었는데 얼마전에 정기구독을 모두 중단했다. 천편일률적인 화보는 자기 색깔이 없다고 해야 할까, 하여튼 요즘 패션 잡지는 재미가 없다. 언어가 활자의 전유물은 아닐 텐데...
하지만 그 와중에도 완소를 외치면서 계속해서 읽고 있는 남성 잡지인 GQ.
(정작 좋아라 하는 이 남성 잡지는 정기구독을 하지 않고 매달 사서 봤는데 어제를 기점으로 결국 정기구독하기로 결심했다.)
여성 패션지의 지면이 사진들로 채워져있어 눈으로 보는 것이라면 GQ는 말하자면 읽을꺼리가 많은 잡지인데 매달 이 <읽을꺼리>를 만들어 내는 GQ의 편집진에게 정말 비타*** 한 상자라도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제 도서관에 갔다가 옛 버릇을 못 잊고 정기간행물실에서 빈둥거리면서 한동안 소홀했던 GQ 과월호를 읽던 중 <대중문화의 수사학 인플레이션>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최고', '장인' 등의 수사를 지나치게 남발하고 있다는 요지의 내용인데 기억나는 재미있었던 구절은,

<문화는 무게가 없다>
→ 전파, 파급력에 대한 얘기가 아니고 비교할 잣대가 없다는 의미로 쓰였다.

<대중한테는 권력이 없다. 민주주의가 대중으로 하여금 그들에게 권력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 배우 전도연씨의 "사람들의 말하는 '최고'라는 찬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 자리에 내가 잠시 있다는 의미일 뿐, 그 자리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구든 머물다 갈 수 있는 자리"라는 인터뷰 기사가 부연되어 있다.

*덧.
IT사회에서 사는 것이 편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서 일면 오히려 피곤한 일이 더 많다. 매번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기능과 용어들은 외우기에도 급급할 지경이고 (비교적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에 속하는 내가)가끔 구입하는 최신 IT 상품은 마치 논문같은 설명서를 읽으면서 복잡한 미로을 헤매는 것같은 멀미를 느끼는 회수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조만간 <IT문맹>이라는 신조어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면 지나친 걸까...

*컨버전스 Convergence :
집합점이란 뜻으로 한 점으로 모인다는 의미가 확장돼 융합 또는 복합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IT 산업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서비스, 네트워크, 단말기의 융·복합화를 통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컨버전스가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ex) MP3기능과 DMB기능까지 되는 디지털 카메라

*오버슈팅 Overshooting :
‘성공기업의 딜레마’의 저자인 크리스텐슨이 만든 말로, 제품의 기능이 고객의 기대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고급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디버전스 Divergence :
기능의 단일화 내지 단순화 현상을 말한다. 디지털 디버전스 상품이란, IT 핵심 기능에 집중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사용법이 직관적이고 쉬운 상품을 뜻한다. (감나무註. 즉 원래 목적에만 충실한 제품.)

디버전스 현상과 디지털 디버전스 상품이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복잡한 기술에 대해 ‘피로 현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기능이 많아 오히려 소비자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러 가지 기능을 합쳐 넣는 바람에 생산원가가 높아져 디지털 컨버전스 상품의 가격이 비싼 것도 한 이유다. 이 모든 것은 소비자의 필요와 기대 수준을 넘어선 제품, 즉 오버슈팅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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