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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2970 bytes / 조회: 1,008 / ????.09.27 03:01
생활의 발견 / 임어당(린위탕), 혜원


한 권의 책을 읽다 보면 책 내용에 덧붙여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지나가는 연상들이 독서를 방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인생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사람」항목을 읽을 때는 예전에 아버지와 나눴던 "지금 뭐 하냐", "노자를 읽고 있습니다", "노자가 아니라 놀자겠지" 라던 통화 내용이 불쑥 떠오른다던가, 책을 중반 정도 읽었을 때 이 책에 대한 장정일의 서평을 찾으려고 '독서일기'를 뒤지던 중에 S.츠바이크를 발견, 오랜만에 그의 소설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던가 하는 식이다.
스테판 츠바이크 :
『체스』와『아내의 불안』으로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던 츠바이크는 - 평전으로 더 유명하지만 - 내가 누구에게나
거리낌 없이 추천하는 몇 안 되는 작가다. 그의 중편 소설『체스』에는 밀실에 갇힌 교수가 너무나 무료한 나머지 머릿속에 체스판을 그리고 자아를 두 개로 분리시켜 서로 체스를 두게 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김용의『사조영웅문』에 이 교수와 흡사한 인물이 하나 등장하니 바로 주백통이다. 우연찮게 구음진경을 익힌 주백통은 황약사에 의해 도화도 안에 있는 한 동굴에 갇히게 되자 역시 너무나 심심하고 무료했던 나머지 오른손과 왼손으로 하여금 서로 싸우게 한다. 인간의 놀이 문화가 어디까지 발전해 왔는지 되돌아보면 심심한 것을 못 견뎌하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하나도 놀랍지 않다.

『생활의 발견』때문에 처음으로 도서관에 대출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대출했을 땐 하필 여유있게 책 읽을 정신이 아니었고, 대출기간을 연장한 건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읽을 지 기약이 없어서였다. 각종 주의(主義)가 생생하게 팔딱거리면서 난립하던 근대를 살아낸 지성인의 목소리가 (물질 문명이 정점에 달한 것 같은)현대를 사는 사람에게 여전히 설득력을 지니는 이유는 인간에겐 기본적으로 과거 회귀 본능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읽다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반박하고 싶은 구절도 있지만 자고로 옛 어른 말씀 들어서 손해볼 일은 없는 법이다.
역자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글의 전개 방식은 이어령(교수님)을, 글의 구성은 소로(H.D.Thoreau)의『월든(Walden)』을 연상케 한다. 재미 있는 것은 원제가 'The importance of Living'인데 다른 출판사, 다른 번역자들도 모두 같은 제목으로 번역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의 발견'이라는 제목을 최초에 쓴 역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센스 있으신 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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