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中 > 설(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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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s Casket
Review 1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3368 bytes / 조회: 782 / ????.11.29 10:16
『어린 왕자』中


오! 어린 왕자여, 나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너의 우울한 짧은 생활을 알게 되었다. 너는 해질 때의 고요함 외에는 오랫동안 오락이라는 것을 갖지 못했다. 나는 그 새로운 사실을 네째 날 아침에 알아차렸다. 그때 너는 말했다.
"해지는 게 정말 난 좋아. 해지는 걸 보러 가요…"
"기다려야지……"
"뭘 기다려?"
"해가 지는 걸 기다려야지……"
너는 처음에는 아주 놀란 듯한 표정을 했다.
그리고는 너 자신에 대해 깔깔댔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 말했다.
"우리집에 아직도 있는 줄 알았어!"
사실 그렇다. 미국이 오정일 때, 누구나 다 아다시피 프랑스에서는 해가 진다. 해지는 것을 보려면 일 분 동안에 프랑스에 갈 수 있으면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프랑스는 정말 너무 멀다. 그러나 너의 그렇게 조그마한 별에서 너는 의자를 몇 발자국만 옮기면 되었다. 그러면 어린 왕자여, 너는 네가 원할 때마다 황혼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언젠가는 마흔 세 번이나 해지는 걸 봤지."
그리고 조금 후에 너는 덧붙여 말했다.
"그런 거 알아요? ……아주 서글퍼지면 해지는 게 보고 싶거든요……"
"마흔 세 번을 본 날 그럼 너는 그토록 슬펐단 말이냐?"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 p. 27-28

 

- 김 현 옮김, 문장, 1991,04(중판, 초판: 1973)

* 이 책의 정가는 2,500원이다. 예전 책을 보게 되면 무엇보다도 책 값이 정말 많이 올랐구나, 새삼 놀란다.
* 같은 책을 다독 하지 않는 독서 습관을 가진 나로서는 이례적으로 꽤 여러번 읽었던 이 쉽고 간단한 문장의 얇은 소설을 굳이 시기를 나누면, 어렸을 때는 별 나라의 모험담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세 번째 읽었을 때(이십대 초반~)는 세간의 "어쩌구저쩌구~"에 동승하여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소설 속 함축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치기어린 자세로 읽었던 것 같고(가장 안 좋은 독서 행태) 그리고 바로 오늘, 오전에 아주 오랜만에 우연히 손에 잡힌『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을 때… 이 소설이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 소설이었던가… 했다. 발췌한 부분은 그만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았던 장면.
* 들쭉날쭉한 문장 부호와 동시대성이 다소 떨어지는 어휘가 새삼 눈에 띈 김에 마침 올해 새로 출판된 양장에 새로운 활자체에 종이질도 더 좋은 김화영 교수님의 새 번역본을 살까 싶어 온라인 서점에 접속했다. 하지만 미리보기로 잠깐 내용을 보고 일단 보류.『어린 왕자』는 故김현의 번역본이 가장 낫다고들 하는데 정말 제일 뛰어나서인지 아니면 오래되어 내 눈에 익숙해진 탓인지 하여튼 낡고 오래된 내 책이 더 맘에 든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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