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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Alice's Casket
Review 1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6229 bytes / 조회: 853 / ????.12.18 13:56
HOUSE(하우스), 미드


<하우스 House>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편견이 없는 하우스와 편견이 가득한 그의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을 한 줄로 간략하게 정리하면
윌슨은 위선자,
포어맨은 자신이 나쁜 걸 숨기지 않는 처세에 능한 자,
체이스는 자신이 나쁜 걸 (다들 아는데) 안 그런 척 하는 어설픈 애송이,
캐머런은 순진한 이상주의를 고수하는 답순이,
커디는 적당히 계산적이고 적당히 인간적인 타협적인 상사,
쯤 되겠다. 그래서 하우스는
윌슨의 위선을 증명하는 데 열심이고,
포어맨에겐 대놓고 비아냥대고,
체이스는 어린애 다루듯 하고,
캐머런을 포어맨처럼 만들려는 검은 야심을 가지고 있다.
하우스가 커디를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

미드 <24시>와 <하우스 House>를 좋아하는 이유는 잭 바우어와 그레고리 하우스 두 사람의 역할 때문인데 둘의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그들이 창의적인 중간 관리자라는 점이다.
조직의 명령 체계는 대개가 '상급 경영자 -> 중간 관리자 -> 하부 조직원' 으로 이루어진다.
성경에도 등장하는 이야기인데 주인이 출타를 하면서 하인 둘에게 각자 돈을 맡긴다. 주인이 없는 동안 하인 A는 돈을 땅 속에 묻어 두고 지키고 하인 B는 돈을 이용해서 두 배로 만들어 놓는다. 돌아온 주인은 하인 A는 꾸짖고 하인 B는 칭찬을 한다. 그러자 돈을 안전하게 잘 관리한 것이 왜 잘못이냐고 항의하는 하인A에게 주인은 쓸모없이 땅에 묻어 두기만 한 것이 잘못이라고 한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일 것)
상부의 명령을 받는 중간관리자는 명령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번, 시키는 것만 잘 한다.
2번, 시키는 것도 제대로 못 한다.
3번, 시키는 것 이상을 해낸다.

잭과 닥터 하우스가 기존의 규칙을 무시하고, 상부의 명령에 맞서고, 하부 조직원들에게 (하극상에 준하는)무리한 명령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그들이 3번, 즉 하인B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강점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자기 의사 실현에 있다. 실제로 중간 관리자는 상부의 의사 결정에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한 위치에 있지만 이것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능력있는 인물에겐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반대로 능력이 없는 인물에겐 막중한 부담이 된다.
<24시> 시즌 6의 경우, 중간에 얼떨결에 CTU의 팀장이 된 나디아는 말하자면 1번에 해당하는 인물로 시키는 것은 잘 하지만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의사 결정권자로서의 능력은 함량 미달인 인물이다. 즉 자신의 판단에 매번 확신을 못 하는 그녀의 자신감 부족은 그녀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중요한 순간에 결정을 미루게 하면서 결국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유기적이고 탄력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의사 결정을 삐걱거리게 하는 것으로 위기를 초래한다. - 주. 물론 여기에는 중동국가 출신이라는 그녀의 개인적인 상황이 맞물려 있다. 911 이후 등장한 <24시>는 철저하게 미국인에 의한 애국주의에 집중하는 드라마다.
<하우스>의 경우 포어맨은 우수한 자질을 지니고 있음에도 자신의 판단보다 하우스의 판단을 더 신뢰하는, 즉 책임으로부터 한 발 물러나서 하우스의 뒤에 숨는 것으로 그가 아직 3번에 도달하지 못하고 1번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시즌 3의 말미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판단을 거두지 않았지만 불행히도 그 판단이 나쁜 결과를 낳자 그 책임에 눌린 나머지, '하우스 같은 의사는 되기 싫다'는 핑계를 대고 하우스에게서 벗어나는 것으로 탈출구를 찾는 것은 당연한 전개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잭과 하우스는 스스로의 판단을 신뢰하고 있고 언제나 그 판단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로 이러한 점은 조직에 맞서 자신의 판단을 밀어붙이는 적극성과 능동성을 가지고 온다.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능력은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목적 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즉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목적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희생을 끌어내고, 조직 구성원과 반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지만 목적지향적인 그들의 역할은 조직의 운영과 유지가 '성과'에 있다는 이른바 '결과론'과 맞물려서 그들의 위치는 안전할 뿐더러 오히려 위기를 무사히 넘길 때마다 능력을 인정받아 더욱 견고해진다. 재미있는 점은 잭은 (적 혹은 아군을 망라한)상대의 신뢰를 이용하고, 하우스는 그의 불편한 다리=장애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어쨌든 그들은 목적지향적인 인간형인 것이다.
잭이 최고 상급자인 대통령과, 하우스가 최고 상급자인 원장과 직접적인 직통 핫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잭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내'고, 하우스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응급 환자를 살려내' 기 위해서는 최종 의사 결정권자와 즉각적이고 유기적인 의견 교환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 여담이지만 상급자 복(福)은 하우스가 잭보다 훨씬 낫다. 잭은 시즌 5, 6에서 그나마 이상적인 상사 빌을 만나지만 그나마도 파란만장한 빌의 인생역전(!) 덕에 잭의 상사 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좋아하지도 않고 그래서 거의 안 보는 편인데 그럼에도 <하우스 House>는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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