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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s Casket
Review 1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6232 bytes / 조회: 1,056 / ????.03.03 00:14
꽃보다 남자


귀국한 뒤 띄엄띄엄 두 편여 보다가 주말에 1편부터 몰아서 본 <꽃보다 남자>.
감상은, 그야말로 '이민호의, 이민호에 의한 드라마구나' 였다.

* 드라마의 상업적 성공에 제작진은 전적으로 민호군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 드라마의 안티는 작가와 연출가, 음악감독이라는 세간의 평이 하~나도 틀리지 않은 발대본, 발연출에도 불구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는 민호군. 혹시 이 친구 천재가 아닐까.
근래 들어 대부분의 신인들이 CF를 통해 등장하거나 스타로 발돋움했는데 오랜만에 TV가 제대로 대박 스타 한 명을 건져 올렸구나 싶다. 아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차인표씨 이후로 처음인 듯.

아이엠 샘
아무래도 민호군의 전작 드라마 <아이엠 샘>과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아이엠 샘>에서 민호군은 교장선생님의 아들, 여학생들의 우상, 도도하지만 어딘가 허술한 꽃미남, 알고보면 순진한 자뻑 왕자 모세로 나왔다. 민호군을 추종하는 여학생 무리로 <꽃보다 남자>에 진, 선, 미가 있다면 <아이엠 샘>엔 빈 트리오가 있다. (에필로그처럼 편집된 마지막 회에서 민호군은 빈트리오의 우두머리 여학생(곽지민)과 이어진다)
그러나 구준표와 매우 비슷한 캐릭터임에도 이때만 해도 민호군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주연도 아니었고 함께 조연으로 출연한 빅뱅의 탑군이 워낙 주목받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요즘 널리널리 칭송받는 꽃같은 미모가 그때라고 어디 간 것도 아니겠고, 지금의 인기를 생각하면 민호군 입장에선 어딘가 억울한 시츄에이숑이긴 하다.
결국 지금 민호군의 인기는 '구준표' 캐릭터의 힘이라는 얘기가 되는데 지금의 화제성이 '구준표 신드롬'으로 끝날 것인지 '이민호 신드롬'으로 이어질 것인지 두고 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 후자이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그의 성장이 궁금하다.

* <아이엠샘>과 영화 <강철중>을 모두 본 M군은 <꽃보다 남자> 배역이 발표되고 민호군이 듣보잡 대우를 받을 때 "연기는 잘 하던데" 했었다. (이름은 기억 못하고 <아이엠샘>에 나왔던 교장 아들이라고 했다)

오렌지 보이
해적판인 탓에 등장인물이 모두 한국 이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오렌지 보이>를 읽은 건 97년인가 98년이었는데 당시 8권인가를 끝으로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가 어느날 정식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출간된 것이 <꽃보다 남자>였다. 그러나 그러고도 완결편을 본 건 2005년쯤이나 되어서였으니, 하여간에 일본 인기 만화의 긴 연재기간은 징글징글하지만 한편으로 끊임없이 함정에 빠지고, 방해 받고, 싸우고, 헤어지고, 재회가 반복되는 내용으로 40여권을 거의 다 채우는 이 만화책은 오랜 연재 기간 때문에 오히려 질리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도 같다.
지금은 오래 돼서 기억이 희미하지만 초반엔 분명 루이가 남주에 가까웠던 걸로 기억한다. 분위기가 그랬다. 적어도 누가 남주인지 확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3권인가, 선상파티 도중에 정전이 된 직후 곱슬머리를 쭉쭉 편 츠카사와 츠쿠시가 입맞춤을 한 뒤로 츠카사의 캐릭터에 힘이 실리더니 츠카사에게로 무게 중심이 확연히 이동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츠카사가 단독 남주가 되어 있었다.
하나자와 루이가 4차원이라면 도묘지 츠카사는 3차원적 인물로 워낙 입체적인 캐릭터라 루이로서는 츠카사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었을듯. 마찬가지로 작가 입장에서도 츠카사 쪽이 그리기에 더 재미있고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한테 드디어 차밍 포인트가 온 것 같아" 라고 수줍게 선언하는 츠카사. 여기서 '차밍 포인트'는 '터닝 포인트'를 말한다. 확실히 예전에 본 적이 없는 단연 눈에 띄는 '상식이 모자라는' 남주였다. - 당시엔 이 바보같은 대사가 하도 재미있어서 친구들마다 붙들고 이 대사를 읊어 주었더랬다.
오랜 연재도 막바지에 이르러 완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였다. 완결편을 기다리던 팬들 사이에 일본에 먼저 발행된 완결편 내용이 "모든 게 츠쿠시의 꿈이었다!"라는 확인되진 않았지만 꽤 설득력 있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국내 방영중인) <꽃보다 남자>에 나타난 몇 가지 (심각한)문제점들 그러니까 국내 정서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설정을 한방에 정리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마무리는 '모든 것이 금잔디의 꿈'이었다로 결말을 짓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럴 일은 절대로 없겠지만.

소비되는 판타지
책(=텍스트)와 마찬가지로 드라마의 판타지 역시 일회성으로 소비되느냐, 사회적으로 재생산 되느냐의 갈림길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꽃보다 남자>의 경우 이미 상업적으로 검증 받은 원작을 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 제작진은 '소비되는', 그것도 '일회성 소비'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원작 만화는 읽지 않고 대만판이나 일본판 드라마만 속성으로 본 게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드는 원작과 캐릭터 해석이 간혹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원작 만화가 명작, 걸작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나저나 말로만 듣던 수영장 오리 CG를 막상 눈으로 확인했을 때의 기분이란...
여러모로 이 드라마는 <돌아온 일지매>팀을 만났어야 했는데 두고두고 아쉬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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