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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8372 bytes / 조회: 1,144 / ????.08.17 14:28
라따뚜이 外 감나무 근황


그 동안 제가 두문불출했던 것은,
지난 주말에 손님이 왔다 갔어요. B양이라고 부산에 있는 동생인데 휴가를 맞아 저희 집에 왔다가 어제 내려갔습니다. 8월 마지막 주에 또 한 팀이 남아 있는데 그 팀은 거의 열흘 정도 있을 거라고 하니, 제발 그 즈음엔 무더위가 한풀 꺾여야 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전 더위를 무척 심하게 타는 편이라 여름이 이 무더위가 정말 시러요. ㅠ.ㅠ


1. 라따뚜이rat-a-too-ee

B양은 <기담>을, 저는 <라따뚜이>를 보고 싶어했는데 저는 워낙 공포물을 못 보는 이유로, B양은 쥐가 요리를 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의견이 나뉘었다가 결국 <라따뚜이>로 결정했습니다.
재미 있습니다. 상영관이 하나 남은 걸 보면, 그것도 작은 관으로, 조만간 극장에서 내려질 것 같은데 추천하고 싶습니다. <트랜스포머>는 무척 재미있게 봤지만 취향을 탈 것 같아서 추천을 하기엔 좀 그랬지만 <라따뚜이>는 강추합니다. 대사가 길어서 잊어버렸지만 거의 마지막 부분의 음식 비평가가 하는 비평 얘기는 꽤 인상적이었어요.
예전에 TV에서 아마 '세상엔 이런 일이' 같은 종류의 프로였던 것 같은데, 개훈련장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셰퍼드, 진돗개등등 특별히 발탁된 영리하고 우수한 품종의 개들이 고난이도의 훈련을 받고 있는 그곳에 특이하게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가 한 놈이 섞여 있습니다. 사연인 즉, 어느 날 조련사가 가만히 보니 훈련장 근처에서 웬 *개가 철책 너머로 훈련을 받고 있는 개들을 보면서 혼자 그 훈련을 열심히 따라 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 개를 데려다 시험 삼아 훈련을 시켜봤더니 어찌나 열심히 잘 하던지, 그 길로 그 개는 하루 아침에 신분 상승하여 우수견들과 함께 정식으로 훈련과 조련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라따뚜이>의 레미(=쥐)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하는 데 그다지 고민하거나 주저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건 애니메이션이니까...;- 하지만 가능과 불가능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번쯤 생각해보게 됩니다. 쉽게 얘기하지만 용기를 낸다는 것은 실제로는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2.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B양이 후배에게 <벚꽃지는...>을 추천하면서 "반전이 정말 기가 막힌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책을 다 읽은 후배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요.

B양 : 반전이 어떻대? 기가 막히지?
후배: 글쎄요, 저는 처음부터 다 알겠던데요.
B양 : (침묵하다가) 반전이 뭐였는데?
후배: **가 범인이잖아요. 저는 처음에 **가 나왔을 때 눈치 챘는데.

사실 <벚꽃지는...>의 반전은 전혀 다른 곳에 있지요. ^^;
저는 책을 읽다가 반전이 이루어지는 부분에 이르렀을 때 잠시 오타가 난 것인 줄 알고 앞 뒤 행을 다시 읽어보고, 고개를 갸웃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마저 읽고, 엇! 한 다음, 머릿속으로 그때까지 읽었던 내용을 휘리리릭 정리해보고, "아앗! 뭐야아!!!" 했습니다.
<몰래카메라>가 등장한 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만 제 생각이지만, 마지막에 '몰래카메라'라는 것을 밝혔을 때 속은 사람이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은 속이려는 사람의 의도가 정직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있다고 봅니다. '내 너의 아둔함을 깨우쳐 주마!' 혹은 '요건 몰랐지? 약오르지?' 한다면 웃음이 아니라 화를 냈겠지요. 상대가 자신을 시험하려고 들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라...
<벚꽃지는...>의 반전은 사실 자국민(=일본인)이 아니면 그 부분이 드러났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많이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무릎을 치게 하는 요소를 역시 인정할 수 밖에 없는데 작가의 힘이겠지요. :)


3. 문자 메시지

화요일에 휴대폰에 이런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고객님께서 더럽다고 교환 요청하신 책은 해당 출판사에 문의를 해보니 다른 상품 역시 상태가 비슷하다고 합니다. 교환 혹은 환불 처리를 원하시면 전화주세요」

'더럽다'는 단어에 숨 넘어가게 웃긴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가 '더럽다'고 표현을 했던가? 아무려면 내가...? 에이... 설마...
위와 같은 문제일 때 저는 보통 '상태가 안 좋아서'라고 표현을 합니다만.


4. 헤이리

헤이리 지도


높이가 2미터정도 되는 책 모형

작년에 B양이 왔을 때 "가자"했다가 너무 더워서 안 갔던 '헤이리 아트밸리'에 드디어 갔다 왔습니다. 수요일, 그러니까 광복절에 해가 반짝 하는 걸 보고 간 건데 올 때는 폭우 속을 뚫고 왔습니다. 북쪽에 물난리가 심하다고 하더니 확실히 그곳에선 무섭게 쏟아지던 비가 집에 왔더니 흔적도 없긴 했습니다만...
그것보다 정말 사람들이 많더군요.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처음 버스에서 내려서 (초라한)헤이리에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주차장'이었어요. 매우 넓은 그곳을 돌아보려면 info가 중요한데 도착하고 10여분 만에 관람객을 위한 편의가 심하게 모자라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발상은 좋았던 것 같지만 좀 더 계획적인 행정이 아쉽더군요.

'북하우스'라는 곳에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책이 가득한 좁은 복도가 이어지는 구조였는데 복도에 걸려있는 그림 액자를 보면서 B양과 "현대 미술은 이해를 못하겠어"라면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눈에 띈 책의 제목을 보고 박장대소했습니다. 그 책은,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조영남) 이었습니다.

'처음 읽는 책은 새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고 두 번째 읽는 책은 옛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 (아마 맞는 듯...)
- 벽에 붙어 있던 중국 경구(警句).


5. 진짜 맛있어요!

B양 친구의 사촌 남동생이 좀 오래 전에 'VJ특공대'에 출연했다고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맛집'인데 그 동생이(이하 K) 출연한 꼭지의 주제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러저러 내용이 흐르는 도중에 "끝내줍니다. 진짜 맛있어요!"라는 대사를 하는 것이 K의 몫이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방송이 나가고 나서 주위 사람들이 K에게 "정말 맛있더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K의 대답은 "진짜 맛없다. PD가 그렇게 해야 된다고 시켜서 했는데 몇 번씩 재촬영하는 바람에 그 맛없는 걸 진짜 많이 먹었다"라더군요.
세상에. 저는 TV에서 맛집 소개를 할 때마다 입맛을 다시면서 "와, 진짜 맛있는가봐" 했는데 그런 음모가 있었다니... 물론 게중에는 정말 맛있는 집도 있겠지만 어쩐지 배신당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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