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니까, 히로이기 때문에 <H2> > 설(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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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s Casket
Review 1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3656 bytes / 조회: 1,084 / ????.07.22 23:40
히로니까, 히로이기 때문에 <H2>


아다치의 작품 중 대표작으로 대개『터치』『H2』『러프』를 꼽는데, 다른 작품은 진즉 다 읽었으면서도『H2』만 여태 안 읽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리고. 
괜히 읽었다. 읽지 말 걸...

읽고난 후 감정적 후유증이 너무 크고 깊다. 그 무렵 내 옆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S는 나의 쉴 새 없는 '다다다ㅡ'에 시달려야 했다. 내가 하도 방황하니 S가 위로를 하려는 건지 "(영화)청춘만화 같네." 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걔네들은 어쨌든 결국 잘 되기라도 하지!)
리뷰를 보면 열린결말이라고 우기는 사람들도 있더라. 히카리가 어장관리녀라고 욕 먹는 것도 봤다. 아마 마지막 권을 덮고 대개가 비슷한 감정을 느낀 듯... 문제는 누가 누구랑 이어지든, 어떤 결말도 해피한 느낌이 안 든다는 거.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히데오도 멋있고 괜찮은 놈이지만 히로이기 때문에, 히로가 원하는 사람이 히카리이기 때문에, 히데오가 아무리 멋지고 하루카가 아무리 귀여워도 히로 곁에 히카리가 있지 않으면 어떤 결론도 위안이 안 된다.
아직 소년의 느낌이 더 강한 히로보다 듬직하고 차분한 히데오가 어쩌면 더 멋진 놈인데 왜 히데오보다 히로를 응원하게 되는 걸까.

아다치는 매 작품마다 여러 소녀들이 등장하지만 주연을 맡는 인물이 늘 정해져 있다. 이미지의 왼쪽은 하루카, 오른쪽이 히카리인데, 여자애의 경우 이제껏 사진의 왼쪽, 그러니까 앞 머리를 내린 소녀가 늘 주연이었다. 그런 탓에『H2』를 읽으면서도 내내 긴가민가 했다. 늘 주인공만 맡던 애가 왜 여기선 조연일까. 결국 히로와 하루카의 미래를 암시하는 마지막을 보며 한편 작가가 근성 있다 싶기도 하고, 작가에게 낚였다 싶기도 하고.

17권 마지막 장면, 고시엔 결승을 앞둔 마지막 승부.
승부의 이면에는 히카리를 원하는 히로와 히데오의 마음이 있고, 좋아하는 여자애를 가운데 둔 두 사람의 우정이 있다. 그리고 히데오는 마지막 순간 흔들린다.

히로가 직구를 버리고 슬라이더를 던질 거라고 의심하는 히데오와 언제나처럼 직구로 정면승부를 하는 히로.
결국 히로는 승리를 얻지만 첫사랑을 떠나 보내고, 히데오는 패배는 했지만 첫사랑을 지킨다.
히로는 우정을, 히데오는 사랑을 택했다는 것으로 단순하게 해석하기에는 이 마지막 승부의 여운이 너무 길다.
아무려나. 히로가 흘린 눈물이 승리의 눈물이었다면, 그랬다면 나도 가뿐하게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청춘은 계속 이어지고, 이제 고등학생인 H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네 명의 아이들은 여전히 미래가 열려 있으니 그저 뒷 얘기가 아직 더 있을 거라고 믿고 싶을 뿐. 이런 자기 위안이라도 없으면 스트레스로 못 견딜 것 같다.

- 만화책을 볼 때 마지막 권, 마지막 장을 늘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해피엔딩 지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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