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그리고 구스타프 말러 > 설(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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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s Casket
Review 1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4205 bytes / 조회: 820 / ????.08.02 00:33
<한나> 그리고 구스타프 말러


- <한나Hanna>의 시작 장면

주말에 영화 몇 편을 몰아서 보고 느낀 건 영화 자체에 관한 감상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나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의 감성, 그의 글을 좋아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코드는 나와 다르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고 해야 할까. 일례로 이동진 평론가가 한 소녀의 성장기로 읽힌다고 한 <한나>는 내겐 도무지 소통할 마음이 없는 일방통행, 혼잣말하는 독백 영화였다. 기-승-전-결에서 기와 승만 있는 이 영화는 한나의 성장을 보여주기는 커녕 영화의 절반이 지날 때까지 내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왜? 왜? 왜? 하다 보면 영화가 끝인데 말하자면 대하소설의 프롤로그만 읽은 느낌. 특히 스페셜리스트인 인간병기 한나가 겨우 권총 하나에 의지하는 요원 마리사를 두려워해 도망다니는 부분은 영화의 개연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철.
그가 극찬한 <엑스맨-퍼스트 클래스>도 별다르지 않다. 시리즈로는 울버린 편을 제외하고도 벌써 네 번째인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1편과 비교해 전혀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 이제 충분히 익숙해진 화면은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집중도가 자꾸 떨어지고 지루해지는데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거 없더라는 걸 확인했다고나 할까.
평을 보고 <배트맨 비긴즈>를 기대했는데 많이 못 미친다.

 

 

- 영화 <베니스의 죽음>에서 비요른 안데르센,

비요른은 만화 <올훼스의 창>의 유리우스,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오스칼의 모델로도 잘 알려진 스웨덴 배우.
토마스 만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베니스의 죽음>은 영화는 못 봤지만 영화에 출연한 세기의 미소년 비요른 안데르센은 안다. 소설도 쉽지 않고, 비스콘티의 영화도 그다지 대중적인 편은 아니라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요른만 기억하지 않을까 싶지만...
여튼, 주말에 어쩌다 이 영화와 관련된 글을 읽다가 영화에 말러의 5번 교향곡이 삽입되었다는 내용에 낚여 월요일 오전 내내 말러를 들었는데, 아... 역시......

끝까지 완독을 못한 소설이 있는 것처럼, 음악 역시 그런 곡이 있는데 내겐 말러의 교향곡이 그렇다. 도무지 좋아지지가 않는 건 5번 뿐 아니라 가장 인기 있다는 4번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라고 작정하고 '견디며' 세 번이나 끝까지 감상한 4번과 5번은, 내게 평하라면, 한마디로 '그로테크스한 신파'라고 하겠다. 게다가 그 노골적이고 선동적인 전개라니. 나머지 9개의 교향곡을 들어볼 의지조차 깨부순다.

한때 '말러의 4번 교향곡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일명 '말러's four'를 만들어 말러에게 열광하던 K를 보면 확실히 취향은 백인백색, 정답이 없는 게 정답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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