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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Alice's Cas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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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13913 bytes / 조회: 857 / ????.11.06 17:00
새벽 책 수다


새벽 늦게까지(거의 ~6시) B와 수다를 떨었는데 대부분 책에 관한 거지만 대충 이런 내용...
N은 감나무, B는 B양.


N: (하루키의 '잡문집' 지름신을 물리치고) 우리나라에서 하루키의 위치는 유행이다. 유명세만큼 하루키가 제대로 읽혔다면 지금 같은 열풍이 있을 수 없다

B: 예전에『상실의 시대』를 읽었는데 그 뒤로 하루키 소설은 안 읽히더라

N: 나는『해변의 카프카』때부터 때려쳤다. (소설의)자기복제가 심한 작가다. 하루키를 이해하기 위해 굳이 그의 소설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 단편은 대체로 좋다. 이번 예약구매 신간이 단편집이었다면 고민 안 했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수필은 대체로 읽을만 한데 하루키는 예외다

B: (국내에 출간되는)일본 소설은 추리소설이 대세 아닌가

N: 매니아가 많지. 매니아들 서평 덕에 나도 일본 추리소설에 많이 낚였는데 세이조도 낚일 뻔 했다. 알다시피 전작주의라 하마터면 세이조를 다 살 뻔했다

B: (세이조의)『이누가미 일족』은 정말 별로였다. 명색이 추리소설인데 사건이 전부 우연히 이루어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

N: 말이라고 하나. 게다가 명탐정이라는 인간이 눈 앞에서 네 사람이 죽어나가는 데도 아무 것도 모른다는 건 정말 코메디다

B: 그래도 교고쿠 시리즈는 괜찮더라

N: 다행이다. 아직 안 읽었지만 교고쿠 역시 평이 워낙 좋아서 나오는대로 사고 있다. 추리소설은 의외로 (인지도가 거의 없는)『시소 게임』이 괜찮았다. 참『용의자 X의 헌신』영화화 한단다

B: 게이고는『백야행』만 읽었는데 난 별로였다

N: 『백야행』은 그냥 로맨스소설이다

B: 주인공 둘 다 능력이 있는데 굳이 둘이서 계속 살인을 해야 하나 설득력이 없다

N: 로맨스소설이라니까. 그냥 남자가 여자한테 낚인 거다. 그래도『용의자 X의 헌신』는 추리소설답다. 거의 끝부분 한 장면 때문에 인상적인 소설이다

B: 책은 안 읽었지만 그 한 장면은 얘길 들어서 알고 있다

N: 완전범죄의 절대조건은 '알리바이'인데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부분이 나름 참신했다


N: (요즘 국내에선)일본이 대세지만 추리소설의 본좌는 역시 아가사 크리스티다. 어린 나한테 모든 범죄의 동기는 '치정' 아니면 '돈'이라는 걸 가르쳐 준 작가다

B: 아가사는『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만 읽었다

N: 다른 것도 읽어봐라. 아가사 여사는 심리를 잘 다룬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범인이 누구인가, 범인의 트릭은 뭔가 궁금한 데서 오는 긴장감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아가사 여사가 역시 최고다

B: 아가사 크리스티는 전집이 나오지 않았나 (왜 책장에 책이 안 보이냐는 얘기)

N: 중학생 때부터 책을 모았는데 예전에 병원에 입원한 친구한테 빌려주고 못 돌려받았다. 책과 CD는 빌려주면 안 된다는 걸 그때 깨우쳤다. 그래도 널 위해 내가 아가사 여사 전집을 사마


B: 판타지, SF 소설은 이제 안 사나

N: 왜 안 사겠나. 일단 시중에 나온 건 다 샀고, 이젠 새로 출간되면 그때그때 산다

B: 영국에선 유명한 판타지 작가지만 우리나라에 처음 번역된 소설이 이번에 출간됐던데

N: 제목이 뭔데?

B: 기억 안 난다

N: 생각나는 단어를 말해봐라, 검색해보자

B: 트리니티? 그런 단어가 들어간 것 같다

N: 켈트 신화 영향인지 판타지 소설은 영국이 확실히 강하다

B:『핑거포스트1663』(요 며칠 B가 읽고 있는 소설, 영국이 배경) 읽어봐라. 한 사건에 대한 목격자 네 사람의 증언록인데 재미있다

N: 네 사람이 다른 얘기를 한다는 부분이『그날밤의 거짓말』(제수알도) 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고 보니 '그날밤ㅡ' (거의)마지막 장면은 영화 <쏘우>랑 같지 않나, <쏘우>가 먼저일까 책 출판이 먼저일까

B: 그랬나? 책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쏘우> 그 장면까지도 네 사람의 계획에 들어 있었던 거 아닌가

N: 글쎄 소설 주제는 '죄수의 딜레마'니까 <쏘우>는 별개로 독자를 위한 장치가 아닌가 싶다

B: 그런데 내용이 정말 기억이 안 난다

N: 나도 그렇다, 그쪽 문화를 몰라서 그런 것 같다. 생각해봐라, 우리는 '마빡이' 하면 바로 알아듣고 웃지만 다른 나라야 그 정서를 알겠나. 같은 얘기지. 그러니 서양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신화를 열심히 읽어줘야 된다. 조이스의『율리시스』가 대표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헤르도토스의『역사』(숲, 천병희) 부터 읽어봐라. 쉽고 재미있다

B: 율리시스가 신화에 나오는 영웅 맞지? (J.조이스의)『율리시스』에 그 율리시스가 나오는 줄 알았다. 그 책은 도대체 누가 읽나

N: 줄거리만 보면 하룻밤 새 일어나는 막장 치정극이다. 조이스가 워낙 언어를 뒤트는 감각이 남달라서 같은 문화권, 언어권이 아니면 그 소설을 누가 제대로 이해하겠나 싶다. 게다가 문체도 의식 흐름 기법이다. 그나마 단편집『더블린 사람들』은 그럭저럭 읽을만 했는데『피네간의 경야』는 읽는 게 아예 불가능할 것 같다

B:『나사의 회전』도 문체가 딱『올랜도』다. (두께가)얇아서 골랐는데 읽으면서도 문체 때문에 도대체 뭔 소리인지 내용이 머리에 안 들어오더라

N: 그거 내용은 <디 아더스> 아닌가

B: 모르겠다. 하여튼 읽는 동안『올랜도』악몽이 되살아났던 것만 기억난다

N: 나는 처음에 제목 봤을 때 나사가 미항공우주국인 그 나사인 줄 알았다

B: 나는 나사가 (공구) 나사인 줄은 알았다


B: (11st도서 연말 SKT멤버쉽 할인 관련)『태양은 가득히』사라

N: 그거 번역한 출판사가 두 군데다. 살만한 건 한 군데인데 책 표지가 넘 촌시러... 알랭들롱 사진을 꼭 썼어야 했나

B: 동서문화사꺼 말하나, 동서 표지가 좀 그렇지

N: 동서는 대체로 번역은 잘 한다는 평이지만, 표지에 신경을 너무 안 쓴다

B: 그래도 사라, 어렸을 때 읽어서 마지막 장면의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난다.문학동네던가 민음사던가 '리플리' 전집이 아마 나왔을텐데. 그런데 전집에 '태양은 가득히'가 빠졌다, 그게 제일 유명한데

N: 판권 때문인가? 책은 안 읽었지만 영화는 봤다. 프랑스, 미국 버전 둘 다. 어쨌든 리플리는 안 들키고 살아 남았지 않나. 책도 마찬가지 아니냐, 후편이 계속 나온 걸 보면

B: 맞다. 그런데 미국버전은 책보다 감성적인 부분이 많이 강조됐다. 톰이 디키를 사랑하는 걸로 표현됐다. 프랑스 버전은 물질에 대한 욕망이 강조됐다

N: 주드 로가 뇌쇄적이긴 했지. (존 말코비치 주연의)<리플리's 게임>의 리플리가 그 리플리인지 정말 몰랐다

B: 그 영화 봐야 되는데


N: 그나저나 '파이 이야기' 영화는 언제 나오나

B: '파이 이야기'를 읽을 때 판타지라고 생각 안 했는데 '원숭이 섬' 장면 때문에 소설이 판타지라는 느낌이 남았다, '원숭이 섬'이 어떤 의미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N: 나도 파이가 '원숭이 섬'에 들어갈 때랑 나올 때의 장면이 흐릿하다. 의도적인 건가?

B: 글쎄. 그런 탓인지 호랑이나 다른 등장동물은 다 이해했는데 원숭이 섬만 이해를 못 했다

N: 난 호랑이를 잘 모르겠던데. 뭍에 도착한 뒤에 호랑이가 환영처럼 묘사되지 않나

B: 나는 호랑이를 분열된 자아라고 이해했다. 하여튼 '파이이야기'의 마지막은 굉장한 반전이었다

N: 맞다. 파이가 '그럼 니네가 원하는 얘길 해줄게' 라고 말할 때 낚인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낚였다. 어, 이거 뭐지? 했다. 역시 샤말란이 적임자다

B: 샤말란이 적임자지. <식스 센스> 보러 가기 직전에 스포에 당했던 게 생각난다. 나는 평생 '죽은 사람이 보여요'의 반전의 충격을 모르고 살 거 아닌가

N: 에구, 불쌍한 것. 나는 스포를 즐겨서 다행이다. 그러고보니 xx일보에 '나는 스포다'를 흘리고 다니는 미친기자놈이 하나 있었지

B: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N: 내가 꼽는 반전 영화는 <식스 센스> <유주얼 서스펙트> <노웨이아웃>이다, <노웨이아웃>봤나

B: 본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이지?

N: 케빈 코스트너, 진 해크먼이 나온다. 케빈 코스트너는 해군 장교, 진 해크먼은 케빈의 상사인가 그럴 거다

B: 기억이 잘 안 난다, 무슨 내용이지?

N: (어쩌고 저쩌고)


N: 연말엔 버나드 쇼나 읽어야겠다. 어릴 때 읽고 안 읽었는데 요즘 다시 읽고 싶어졌다. 요즘 희곡이 부쩍 재미있다

B: 버나드 쇼랑 쇼펜하우어랑 늘 헷갈린다. 집에 쇼펜하우어 있나

N: 나는 버나드 쇼랑 오스카 와일드랑 헷갈리던데. 쇼펜하우어 있지만 책이 너무 낡아서 새 책 사려고 어디 구석에 처박아뒀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로 청년들을 낚은 희대의 낚시꾼이라 생각함

B: 나도 동의함


B: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도스토예프스키를 모르는 걸 보고 아, 요즘 애들은 무식한 게 아니라 그냥 책을 안 읽는구나 싶었다

N: (깜놀) 이승기가 도끼를 모른다고?

B: 그렇다니까

N: 요즘 20대가 옛날 20대보다 독서량이 더 많지 않나. 논술세대 아닌가

B: 그렇게들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N: 하긴 M군은 톨스토이를 모르더라. M군한테 톨스토이도 모르나 했다가 임어당 공격을 받았다

B: 임어당이 톨스토이보다 유명하지 않나. 교과서에『생활의 발견』이 나오잖아

N: 톨스토이의『바보 이반』도 나온다

B: 내가 배운 국어엔 안 나왔다

(이후 국어는 국정인가 아닌가 잠깐 고민에 빠짐)

B: 서유기가 장편인 거 아나

N: 단권 아니었나? 나는 단권으로 읽었다

B: 전부 열 권인데 (부산)집에 전집 있다

N: 보내라고 해라. 근데 중국 3대 기서가 수호전, 서유기 또 뭐지?

B: (…)

N: (…)

(폭풍검색 중, 어느 네티즌의 '중국 3대 기서는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에 웃다가 뒤로 넘어감)


B: 근데 금병매 내용이 야한막장드라마다. 내용이 어쩌고저쩌고...

N:『겐지이야기』랑 비슷하네. 겐지 내용이 어쩌고저쩌고... 문학적인 유명세 때문에 한때 살까말까 엄청 고민했다

B: 결국 그거지 않나. 당시 생활이나 문화의 기록이라는 보존적인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는 거. 브론테 자매나 제인 오스틴을 봐라. 내용은 그냥 로맨스소설인데 100년이 지나니 고전이 됐다

N: 맞다 맞다. (일본에서 가져온 원서) 만화책 겐지 이야기『淺き夢見し(あさき ゆめみし)』는 있으니 나중에 한번 봐라


B: 그런데 영화 <동사서독>이 '영웅문' 시리즈에 나오는 내용인가?

N: 그런 내용 안 나온다. 영화는 인물의 이름만 가지고 온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이다. 동방불패도『소오강호』한 페이지에 잠깐 나오는 인물이다. 영웅문 시리즈 안 읽었나

B: 영화, 드라마로 <의천도룡기>만 봤다 (B는 '의천도룡기'의 양조위 열혈팬)

N: 읽어 봐라 재미있다. 예전에 베프랑 '동사서독' 놀이를 한 기억이 난다. 나는 '동사', 친구는 '서독'

B: 동사서독이 사람인가

N: 동사, 서독, 남제, 북개라고 장년초딩 4인방이다. 거지왕 홍칠공이 바로 북개다

B: 책이 너무 길다

N: 시리즈 하나를 읽는데 보통 이틀 걸렸다. 길이는 문제가 안 된다. 잡으면 밤새워 금방 읽는다

B: 등장인물이 짜증난다. 장무기는주인공인 주제에 너무 우유부단해서 엄청 짜증났던 인물이다

N: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작가가 있는데 김용도 그런 부류다. 극중 등장인물의 정체성이 웬만해선 안 바뀐다. 처음 캐릭터가 끝까지 간다. 대표적인 인물이『녹정기』의 위소보다. <동사서독>은 텍스트로 이해하면 더 재미있는 영화다. 집에 감독판 <동서서독>이 있으니 봐라. 괜찮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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