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싶을 만큼 긴박감이 넘치고 위기와 우여곡절이 많았던 '(카프카의) 원고 구하기'.
나중에 카프카 비판본 작업을 한 일원이 된 인도 태생 영국인 P.패슬리는 1947년 독일 유학 중에 처음으로 카프카의 작품을 접한다. 그 후 그는 옥스포드 대학에서 독문학을 강의하다가 우연히 어느 청강생의 소개로 카프카의 여조카인 마리안네 슈타이너를 알게된다. 그는 1961년 3월 그녀를 만나 스위스 취리히 은행금고에서 네 상자 분량의 카프카 원고를 발견하는 행운을 얻고, 그녀의 소원대로 이것을 1962년 옥스퍼드 대학 보들리언 도서관에 보관한다. 이리하여 이 도서관에는 현재 카프카의 대부분의 원고가 보관되어 있다. 이외에 카파카의 원고들의 일부인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소송』『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와 소품들이 독일 마르바흐 문서보관소에 간직되어 있으며, 프라하ㅡ스트호프 체코 문학 박문관에 카프카가 가족과 친척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9통과 23장의 엽서가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1968년에 브로트가 죽은 후 그의 후손들이 원고 일부와 소품들을 간직하고 있다. 약혼녀였던『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내는 편지』는 198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유ㅜ럽의 어느 문서수집가인 상인의 손에 들어갔다. 그리고 카프카가 소장하고 있던 서가의 책들은 1974년 부퍼탈 종합대학 프라하 문학 연구소가 간직하고 있고 카프카 원고 복사본들과 그 밖의 기본 자료들도 모아두고 있다.
- pp.1005-1006, 카프카전집 2『꿈 같은 삶의 기록』중
'나 죽거든 내 원고를 태워다오'라는 유언을 남기는 작가들이 종종 있지만 내가 알기로 이 유언이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본문에도 등장하는 브로트의 말을 빌리면, '작품에 대한 그의 존경과 평가는 개인적 양심을 훨씬 뛰어넘는' 이유로.
안타까운 건 클라라 슈만의 예처럼, 원고에 손을 대는 경우인데, 인간은 기질적으로 문화와 유희를 즐기는 호모 루덴스의 본성을 지닌 데다, 남의 잔칫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나 잘났소' 자기 중심주의 심보가 있어 작가 고유의 영역을 기웃거리고 건드리고 싶어 한다. 그럴 거면 자신의 작품을 쓰면 될 것을, 싶지만 한편 생각하면 이거야말로 재능 없는 인간의 비애 아니겠는가.
솔 출판의 카프카 전집 중 두 권(각각 1088p, 1011p)을 대출한 건 이 두꺼운 책을 2주 동안 읽겠어- 가 아닌 구입 전에 책을 미리 훑어보고 싶어서였다.
4월 마지막 주 일요일, 이 화창한 날씨에 오후 느즈막이 일어나서 2권을 먼저 들춰보는데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곧바로 알라딘에 접속해 장바구니에 담고, 함께 대출한 6권은 개인의 편지까지 읽을 필요는... 하고 망설이다 결국 전집을 모두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나저나 적립금과 마일리지 쓰는 게 난 왜 그렇게 아까울까. 안 써서 소멸되는 것보다 써서 없어지는 게 더 아까우니 이거 뭔가 싶다. 적립금 혹은 마일리지로 결제할 때마다 확인버튼을 클릭하는 손가락이 달달~ 떨린다. 어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