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사랑에 죽으리라 '가네코 후미코' > 설(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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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5904 bytes / 조회: 1,184 / ????.05.22 20:35
기꺼이 사랑에 죽으리라 '가네코 후미코'






새벽에 주문한 김별아의 소설 『열애』를 오전에 당일배송으로 받고, 오후에 도서관에 가서 대출한 책.
『열애』는 '일본 천황가 폭탄투척사건'으로 박열과 함께 사형 -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열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입니다. '드라마틱'하다고 밖에는 표현이 안 되는 그녀의 일생이 궁금해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이에요.

『사랑, 닿지 못해 절망하고 다 주지 못해 안타까운』은 모두 7쌍의 연인을 다루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 가네코 후미코 - 박열 / 버지니아 울프 - 레너드 울프 / 오노 요코 - 존 레논 / 윌리스 심프슨 - 에드워드 8세 / 빅토리아 여왕 - 알버트 공 /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 로버트 브라우닝.

이 중 심프슨 부인과 에드워드 8세 얘기는 영화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의 영향인지 그닥 읽고 싶은 마음이 안 듭니다.








- 워낙 알려진 사진들이라 포털에서 '박열'이나 '가네코 후미코'를 검색하면 보실 수 있는 사진들.
(위) 사형 선고 직전의 두 사람입니다. 서로를 보는 시선에 담겨 있을 그 뭔가가 저로서는 상상이 안 됩니다.
(아래) 사진 자체도 시선을 좀처럼 안 놓아주지만  관련된 일화로 더욱 유명(하다고 하네요).

* 목요일 24편에 낙랑 얘기가 나오는데 이 책 내용 중에 자명고를 찢는 낙랑공주 얘기가 나와서 깜놀했습니다.








- 김별아는 이게 어찌 문학이란 말인가 입이 쩍 벌어졌던 『미실』때문에 정말 관심도 없고, 앞으로도 관심을 가질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작가였어요. 그런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그녀의 장편소설 『가미가제 독고다이』였는데, 어쩌다 그 한 권이 예외로 절창이었는지는 이 소설을 읽어 보면 알겠지요.


박열을 그리워하며
웃을 틈도 없이
또다시 떠오르는 B의 모습
나는 열아홉 그는 스물하나
둘이 함께 살다니 조숙했다 할 수밖에
집을 나와 그를 만나
밤늦도록 길을 걸은 적도 있었지
너무도 뜻이 높아
동지들에게마저 오해를 산 니힐리스트 B
적이든 우리 편이든 웃을 테면 웃어라
XXXX(일제 검열에 지워짐)
기꺼이 사랑에 죽으리라

- 가네코 후미코가 감옥에서 지은 단가 / p.36 『사랑, 닿지 못해 절망하고…』 

시간이 흐르면,
내 사랑이 쓸려가 버릴까 봐 무서웠다.
내 사상이 무너져버릴까 봐 두려웠다.
무기징역이라는 버거운 삶에 의해,
박열이 없는 고통스러운 삶에 의해,
나의 사상이 산산조각날까 봐 불안했다.
그것만은 차마 견딜 수 없었다. 

- p. 62, 같은 책


<가네코 후미코 간단 연보> (출처. 같은 책)

- 1902년 박열 문경에서 출생, 1903년 가네코 후미코 요코하마시에서 출생
- 1922년 박열, 가네코 후미코 동거 시작 
- 1926년
3월 23일 도쿄 우시모메 구청에 혼인신고서 제출
3월 25일 대심원, 사형 판결
4월 5일 무기징역으로 감형
7월 23일 가네코 후미코, 자살. 우쓰노미야 형무소.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무기징역. 사랑이 변할까 봐, 사상이 변할까 봐, 박열이 없는 시간에 지칠까 봐 결심공판 후 수감 100일 만에 가네코 후미코는 자살합니다. 이후 20여 년이 지나 해방과 함께 출감한 박열은 1년 후 17세 연하의 여성과 재혼, 삼남매를 두었다고 합니다. 수감 중 박열도 자살을 시도했지만 미수로 끝납니다.
이 두 사람의 얘기에 문득 장국영, 매염방 주연의 <연지구>가 떠올랐어요. (국내개봉 때 제목은 '인지구')
화양연화라고 하지요. 인생을 가장 아름답게, 빛나게 하는 건 살아있음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실감하게 하는 열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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