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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 23:16
장바구니와 보관함을 오가며
1. 절판되기 전에 비우자!
경기불황을 체감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를 터인데, 제 경우 최근 불황을 절감하는 때가 바로 책을 구입할 때입니다.
그러니까 책을 구입할 때 가장 큰 고려 대상은 번역이 아닌 '절판'이 됐습니다. 보관함에 담아 두었던 이 책이 혹시 절판되면 어떡하나, 전에 안하던 고민을 하게 된 거지요. 더 불행인 건 2,3년 전만 해도 중소형 출판사만 '절판 전 구입' 고려 대상에 들었는데 지금은 거대출판사도 포함되어 고민의 대상도 늘었습니다. 하긴 출판업계에 호황이던 때가 언제 있었나 싶지만서도. 그래도 아니 이 작가의 이 책조차 절판이란 말인가! 확인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합니다.
결론은 읽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작가는 고민하지 말고 그때 그때 내 손에 쥐는 게 답이라는 거.
그래서 보관함 비우기에 돌입했어요.
- 보관함을 비우기 위해 보관함을 채우려고(?) 머리에 쥐나게 목록을 뒤지는데 문득,
내일 일도 모르면서 내일 읽을지 한달 뒤 혹은 1년 뒤에 읽을지도 모를 책을 고르고 있는 지금의 조급함이 어째 부질없이 느껴지는 허무함...;
2. 노희경, 대본, 드라마
그녀에게 무심했던 사이, 그동안 TV에 방영됐던 노희경의 드라마 대본집이 거의 다 나온 듯 합니다.
위 '1'의 이유로 보관함을 1차로 비우면서(앞으로 몇 차례 더 비워야 됩니다, 흑흑) 노희경의 대본도 주문할까 하다, 대본이 아니라 그녀의 드라마를 다시 보기로 했어요. 사실 <굿바이, 솔로> 때부터 그녀의 드라마를 안... 본 게 아니라 못 봤습니다.
그녀의 드라마 중 가장 좋았던 건 <화려한 시절><바보 같은 사랑>이고,
그녀의 드라마 속 대사는 다 그렇지만 특히 폐부를 찌르는 듯 대사가 강렬하고 아팠던 건 <거짓말>이에요.
늘 바라는 거지만 작가님, 대본 말고 소설 한 권 내주실 생각은 없는지...
3. 다시 보자 이 작가!
오래전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개인적인 체험』을 처음 읽은 후 그는 내게 자전적 소설을 쓰는 그냥 무미건조한 작가로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그 뒤로 그의 작품이 숱하게 시선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한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이건『연인』의 뒤라스도 마찬가지. '연인'은 사실 영화로 본 것이지만 제인 마치를 훑는 카메라이 시선의 워낙 끈적거렸던 탓에 원작 역시 그저 그런 연애소설이고 연애소설 작가인 줄로만, 이제껏 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그리고 가오싱젠. 가즈오 이시구로와 늘 헷갈리는 - 도대체 왜? 이름부터가 중국인, 일본인인데 도대체 왜? - 그가 극작가로서의 재능이 더 빛나는 작가라는 걸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내 책장엔 그의 작품이 진즉에 꽂혔을 텐데, 그랬다면 나는 오늘 그의 절판된 책들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됐을 텐데... 에공, 후회는 인생의 영원한 덤인가 봅니다;;
4. 가격이 떨어지길 오매불망 기다리는...
중력의 무지개. 카뮈 전집 특별판. 연암집. 셰익스피어 세트.
5.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멘붕
현재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명한『안나 카레니나』첫 문장의 번역은 출판사 별로 각각 이러합니다.
경기불황을 체감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를 터인데, 제 경우 최근 불황을 절감하는 때가 바로 책을 구입할 때입니다.
그러니까 책을 구입할 때 가장 큰 고려 대상은 번역이 아닌 '절판'이 됐습니다. 보관함에 담아 두었던 이 책이 혹시 절판되면 어떡하나, 전에 안하던 고민을 하게 된 거지요. 더 불행인 건 2,3년 전만 해도 중소형 출판사만 '절판 전 구입' 고려 대상에 들었는데 지금은 거대출판사도 포함되어 고민의 대상도 늘었습니다. 하긴 출판업계에 호황이던 때가 언제 있었나 싶지만서도. 그래도 아니 이 작가의 이 책조차 절판이란 말인가! 확인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합니다.
결론은 읽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작가는 고민하지 말고 그때 그때 내 손에 쥐는 게 답이라는 거.
그래서 보관함 비우기에 돌입했어요.
- 보관함을 비우기 위해 보관함을 채우려고(?) 머리에 쥐나게 목록을 뒤지는데 문득,
내일 일도 모르면서 내일 읽을지 한달 뒤 혹은 1년 뒤에 읽을지도 모를 책을 고르고 있는 지금의 조급함이 어째 부질없이 느껴지는 허무함...;
2. 노희경, 대본, 드라마
그녀에게 무심했던 사이, 그동안 TV에 방영됐던 노희경의 드라마 대본집이 거의 다 나온 듯 합니다.
위 '1'의 이유로 보관함을 1차로 비우면서(앞으로 몇 차례 더 비워야 됩니다, 흑흑) 노희경의 대본도 주문할까 하다, 대본이 아니라 그녀의 드라마를 다시 보기로 했어요. 사실 <굿바이, 솔로> 때부터 그녀의 드라마를 안... 본 게 아니라 못 봤습니다.
그녀의 드라마 중 가장 좋았던 건 <화려한 시절><바보 같은 사랑>이고,
그녀의 드라마 속 대사는 다 그렇지만 특히 폐부를 찌르는 듯 대사가 강렬하고 아팠던 건 <거짓말>이에요.
늘 바라는 거지만 작가님, 대본 말고 소설 한 권 내주실 생각은 없는지...
3. 다시 보자 이 작가!
오래전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개인적인 체험』을 처음 읽은 후 그는 내게 자전적 소설을 쓰는 그냥 무미건조한 작가로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그 뒤로 그의 작품이 숱하게 시선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한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이건『연인』의 뒤라스도 마찬가지. '연인'은 사실 영화로 본 것이지만 제인 마치를 훑는 카메라이 시선의 워낙 끈적거렸던 탓에 원작 역시 그저 그런 연애소설이고 연애소설 작가인 줄로만, 이제껏 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그리고 가오싱젠. 가즈오 이시구로와 늘 헷갈리는 - 도대체 왜? 이름부터가 중국인, 일본인인데 도대체 왜? - 그가 극작가로서의 재능이 더 빛나는 작가라는 걸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내 책장엔 그의 작품이 진즉에 꽂혔을 텐데, 그랬다면 나는 오늘 그의 절판된 책들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됐을 텐데... 에공, 후회는 인생의 영원한 덤인가 봅니다;;
4. 가격이 떨어지길 오매불망 기다리는...
중력의 무지개. 카뮈 전집 특별판. 연암집. 셰익스피어 세트.
5.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멘붕
현재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명한『안나 카레니나』첫 문장의 번역은 출판사 별로 각각 이러합니다.
-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펭귄클래식코리아, 윤새라)
-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닮았고, 불행한 가족은 제 나름대로 불행하다.(작가정신, 윤우섭)
-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민음사, 연진희)
-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문학동네, 박형규)
-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을 안고 있다.(범우사, 이철)
제가 가지고 있는 건 문학동네 판입니다. 여기서 1차 멘붕.
고만고만, 나름나름이라니... 무슨 라임을 넣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다음은 펭귄 사의 첫 구절 영문입니다.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여기서 2차 멘붕.
어차피 원작이 러시아어인데, 영어 문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만은.
민음사 판을 한 질 더 살까 했던 고민을 집어치우고 그냥 집에 있는 펭귄 판 영어 원서를 읽기로 했어요.
다행인 건 톨스토이의 영문본은 의외로(?) 가독성이 좋고 쉬워서 잘 읽힌다는 점... 일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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