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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s Casket
Review 1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2922 bytes / 조회: 756 / ????.04.25 22:33
가까이 하기엔 쫌! 먼~~~ 詩


* 원래 '오거서'에 썼던 내용인데, 정말 뜬금없는 갑툭튀라 떼내어 새 게시물로 씁니다.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 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acuse you tread on my dreams.

- 예이츠, <하늘의 천>

영화 <이퀼리브리엄(equlibrium)>의 시작 부분에서 주인공의 친구가 읽고 있던 시집이 예이츠였지요.
조지 오웰의『1984』를 연상케하는, 범죄예방이라는 슬로건 아래 감각을 자극하는 모든 문화 생활이 금지된 사회에서 예이츠를 펼친 친구를 향해 주인공이 총을 겨누었을 때 친구가 읊조리던 싯구가 바로 '하늘의 천'입니다. 드물게 영화를 보던 도중에 단번에 외워버린 구절이었어요.

같은 땅에서 살며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자국민이 아닌, 타국 시인의 시상을 이해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애초에 '이해'가 가능하긴 한 걸까요.
언어적인 감수성이 집중된 총체가 詩라고 할 때, 과연 번역된 언어로 타국 시인의 감수성과 詩가 뿜어내는 언어적 유희를 어디까지 누릴 수 있을까요. 
그 탓인지 시인의 詩보다 시인의 신변잡기식 얘기에 더 귀가 솔깃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예를 들면 말라르메의 고양이 얘기처럼 말이지요.

말라르메가 한밤 중에 처마 밑에 모인 고양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말라르메는 영리하고 용감한 '라미나그로비'라는 자기 고양이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관심 있게 듣지 않았었다.
한 고양이가 말라르메의 고양이에게 물었다.
"그래 넌 요즘 무얼하고 지내니?"
그러자 고양이가 대답했다.
"말라르메의 고양이인 척 하며 지내."

그런데 아이러니 하달까, 결국 이런 글은 시인 말라르메에게 흥미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내처 그의 시집을 구입하려고 서점을 뒤적이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더 재미있는 건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삶의 연속성에 매번 처음인 것처럼 깜박- 속는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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