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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Alice's Casket
Review 1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7739 bytes / 조회: 1,083 / ????.07.18 02:07
트루먼 커포티 선집


- 트루먼 커포티 선집











예약발송일이 어제였는데 오늘 도착했어요. 아마 입고가 하루 늦어졌던 것 같습니다.
기존『인 콜드 블러드』『차가운 벽』을 포함, 미출간작인『풀잎 하프』『티파니에서 아침을』『다른 목소리, 다른 방』을 추가하여 전 5권 선집입니다.
같은 출판사, 같은 역자의『인 콜드 블러드』『차가운 벽』를 이미 가지고 있어 고민이 좀 깊었는데, 저랑 똑같은 처지에서 고민을 하던 누군가의 "그래도 선집이니까 산다"는 말에 마지막 미련을 떨치고 예약했어요. 아, 그리고 이건 책을 받고 알았는데 단편집『차가운 벽』의 경우 기존 판본(지금은 절판됐어요)에 '모하비 사막 / 어떤 크리스마스 / 요트 여행'이 새로 추가됐어요. 덕분에 뒤늦게 구매하길 잘했구나 라고 셀프 쓰담쓰담 하고 있습니다.
사실 추가 쿠폰할인에 이런저런 회원 혜택을 더하니 거의 반값이고, 세 권 가격이라 그냥 질렀습니다. 출판사는 요즘 열심히 압수수색 당하고 있는 그곳입니다.
저는 언론인 출신이 쓰는 소설과 에세이를 좋아해요. 따로 의식한 적은 없는데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커포티는 언론인인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만 짧은 기자 생활이 그를 논픽션소설 장르의 개척자로 만들어 준 것만은 분명한 듯 싶어요. 문장이 간결하고 전달력이 좋은 한편 섬세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글쓰기는 이쪽 계통 출신의 공통점이거든요. 가령 이런 거예요.
글을 쓰기 위해 재판 중인 2인의 연쇄살인마 중 한 명인 페리와 인터뷰를 시도하는 커포티는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얘기로 페리의 공감대를 끌어냅니다. 그리고 인터뷰가 거듭될 수록 페리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갖게 되는데, 영화 <카포티>에서 동성애 성향인 커포티에게 하퍼 리(『앵무새 죽이기』의 저자)가 페리를 사랑했느냐고 묻자 커포티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페리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같은 집에서 자란 것 같았어.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앞문으로, 그는 뒷문으로 나간 것 같았지."

 

-p.532,『인 콜드 블러드』



사실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커포티의 소설에는 이 대사처럼 빛나는 문장이 곳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적 명성을 가져다 준 그의 이런 예민하고 섬세한 신경이 그의 인생에 파국도 함께 선사한 걸 보면 역시 삶은 아이러니의 연속인가봉가 싶어요.

* 말나온 김에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주연의 영화 <카포티> 강추합니다. 필립의 연기도 훌륭하고(이 영화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어요), 영화적 재미도 뛰어나고,『인 콜드 블러드』라는 좋은 소설도 만나게 해주고... 개취지만 하여튼 여러모로 손꼽는 영화예요. 

** 택배를 받았을 때 마침 동네친구님이 같이 있었거든요. 책을 받고 비닐랩핑을 뜯으려고 칼을 갖다대는 순간 동네친구님 왈, "왜 뜯어?"라고...;

감나무: 그럼 뜯지마?
동네친: 지금 읽을 거야?
감나무: 아니
동네친: 그런데 왜 뜯어?
감나무: 궁금하잖아. 책도 확인해야 되고
동네친: 랩핑된 걸 보니 망가지거나 오염됐을 리는 없고, 파본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도 교환해주는데 왜 뜯어?
감나무: 뜯고, 책 확인하고, 다시 랩핑하면 되지
동네친: 그럴 걸 왜 뜯어?

대충 요런 대화가 오가고. 반복되는 동네친구님의 '왜 뜯어'에 어느새 세뇌된 저는 랩핑을 뜯지 않고 사진을 찍은 뒤 곱게 책장에 '장식'했습니다. 뭔가 좀... 말렸다는 기분이 들긴 드는데...;











선집과 함께 온 노트예요.
표지의 펜선 그림은 커포티가 직접 그린 자화상이라고 합니다.
연초연말에 각 출판사의 문학전집 이벤트로 노트를 이리저리 받았더니 사실 노트는 좀 관심 밖이었어요. 그래도 받으니 좋긴 하네요. ^^
노트- 라기에는, 수첩 느낌이 납니다. 첫 페이지는 사진처럼 커포티 소개로 채워져있고 나머지는 백지예요.











- 오랜만에 꺼낸 커포티 소설 두 권.
이때까지만 해도 '카포티'였는데 이번에 선집이 나오면서 '커포티'가 됐어요. 근데 전 '카포티'가 더 좋아요. 왠지 더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도 같고 입에도 더 잘 붙고. 참고로 원음은 '커포티'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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