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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s Casket
Review 1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4988 bytes / 조회: 923 / ????.10.26 19:06
상속자들 / 응답하라 1994


1. 상속자들(MBC)
동네친구 옆에서 띄엄띄엄 이 드라마를 본 감상은 다소 이율배반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드라마는 별론데 이민호는 참 괜찮구나- 라는 것. 이민호의 장점이 드라마의 단점을 누른달까. 팬도 아니고, 별 관심도 없는데 화면 속에 그가 등장하면 드라마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마저 일시적으로 사라지니 신기방기하다. 그런고로 장담한다. 이 배우는 롱런하겠구나.
드라마만 놓고 보면, <상속자들>은 부끄러움은 왜 나의 몫인가 시위를 부르는 오글거리는 설정들이 난무한다. 즉 순정만화를 실사로 보고 들어야 하는 괴로움은 시청자인 내 몫이라는 얘기.
TV를 거의 안 보는 요즘 내 문화생활 패턴을 봤을 때 동네친구가 아니었으면 아마 종영 때까지 한 자락도 안 봤을지도 모를 이 드라마는 보는 내내 '왜?' '어째서?' '저게 말이 돼?'의 연속. 가장 큰 괴리감은 역시나 고등학생 설정. 캔디 스토리야 고전적인 클리셰니 그러려니 하는데 이왕 인물설정을 십대로 할 거면 캐스팅이나 적절하게 해주던가.
투덜거리면서도 꽤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내게 동네친구, 잔소리하더니 잘 보네- 웃는다.
"탄이 엄마 땜에 보는 거야!"
뭐 어쨌든 드라마를 보니 동남아시아에 수출되면 이민호는 어쨌거나 뜨겠구나(or 인기가 더 높아지겠구나) 느낌이 오긴 한다.

2. 응답하라 1994
아무래도 시리즈화 되고 있으니 전작 1997과 비교하면서 보게 된다.
상대적으로 1994는 구성이 산만하고 얘기가 흩어진 느낌이 많이 들지만 이제 초반이니 이건 섣부른 얘길수도 있겠다.
(내 기준)스토리의 정서는 1997이 더 친근하지만, 공간에서 느껴지는 물리적인 정서에서 느끼는 공감은 1994가 1997을 압도한다. 일단 주등장인물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학생들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공간이 내 20대의 1/3을 보낸 신촌이라는 것도 그렇다.
 
지금도 비율이 그리 많이 올라간 것 같지 않지만 과 전공이 여학생이 많지 않고, 더군다나 우리 학번에 지방에서 온 여자애는 나 혼자다 보니 나는 모르는데 나를 아는 과 동기(선,후배)는 많았다. 그러다 보니 신촌을 걷고 있으면 전혀 모르는 남자애가 뛰어와서 인사하고 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여튼, 신입생 초기 시절, 어쩌다 그닥 친하지 않은 과동기 남자애와 집 방향이 같아서 같은 버스를 타게 됐는데 나보다 세 정거장 앞에서 내리던 남자애가 아주 상냥한 태도로 내게 알려주었다. 내리기 전에 창 옆에 붙어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기사아저씨가 버스를 세워줄 거라고... 
                                                           ...부산에도 버스 있거등?

영화와 책을 좋아하는 취미가 같아서 단짝이었던 한 남자동기는 주서식지가 종로였는데 약속을 늘 그쪽으로 잡았다. 그 애는 나를 끌고 종로-을지로-명동 일대를 어지간히 돌아다녔는데 그러다보니 태어나고 자랐던 부산 지리도 잘 모르는 내가 지금도 그 일대는 지도를 들여다 보듯 훤하다. 덕분에 <응답 1994> 2회던가에서 소개팅녀와 만난 해태가 피카디리 극장에서 서울극장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택시' 얘기를 꺼냈다는 장면에서 아주 크게 웃었다. 그리고 (드라마 속)하숙생들과 동시에 외쳤다. "길 건너면 되지!"

그러고보니 독다방이라고 부르던 독수리다방도 반가웠고, 이젠 현대백화점으로 바뀐 그레이스백화점도 반갑고. 예전의 추억이 새삼스럽다.
'딸딸이' 에피소드는 나도 있는데, 내가 '딸딸이(슬리퍼)'를 찾으니 왜 경운기를 학교에서 찾느냐고 이해 못 하던 서울친구들. 같은 단어가 경기 지역은 경운기를 의미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다이내믹한 내 억양을 과격하다고 청순한 척 하던 남자동기도 기억 나고. 애교도 없고 무뚝뚝해서 연애하긴 글렀다고 불쌍해하던 남자선배도 기억 나고. 억양 안 고친다고 예뻐하던 동향 남자선배도 기억 나고...

고아라는 아무래도 튄다 싶다. 아라가 못 한다는 게 아니라 '1997'의 은지처럼 눈에 익지 않은 신인이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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