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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1860 bytes / 조회: 876 / ????.06.01 11:41
『書書비행』 중


가끔 스스로도 깜짝 놀랄만한 구상을 떠올릴 때가 있다. 완벽한 스토리에 생생한 캐릭터, 인간의 실존에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까지. 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걸작도 이런 걸작이 없다. 일단 완성만 하면 노벨상도 시간문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손가락 운동을 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세상을 뒤흔들 준비는 되었나? 뚜둑, 뚜둑. 손가락 관절이 대답한다. 좋아.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천천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어제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오늘." 그야말로 완벽한 첫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단 하나, 카뮈가 70년 전에 썼다는 사실만 빼면….
(중략)
세상 풍파에 좌절하고 낙향한 시나리오 작가를 상상해보라. 외부세계와 모든 접촉을 끓은 지 벌써 몇 년. 그러던 어느 여름, 16호 태풍이 바닷가를 강타하는 광경을 바라보며 일생일대의 작품을 구상한다. 그래, 쓰나미가 한반도를 덮치는 거야! 제목은「경포대」로 해야지. 하지만 그때 이미 「해운대」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으니…. 이쯤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불행은 도대체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 pp.93-94,『서서비행』

미세먼지를 참을 것인가, 답답하고 무더운 공기를 참을 것인가 고민되는 일요일 오전을 포복절도하게 만든 바로 그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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