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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 07:21
인생은 'ㄷ'(디귿)
"인생은 항상 ㄷ자로 뚫려 있어. 자꾸 억지로 ㅁ자로 메우려 하면 꼭 에러가 나."
디귿과 미음이라니. 얼마나 간단명료하고 매혹적인가. 선배의 속 깊은 은유와 상징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궁금증을 못 이기고 선배를 다그쳤다.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시면 안 되겠어요?" 선배는 눈치 없는 나를 위해 쉽게 풀어 설명을 해주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아이 없는 사람의 자유를 부러워하고, 아이가 없는 사람은 아이 있는 사람의 충만함을 부러워하잖아. 모든 걸 완전한 ㅁ자로 채우려 하면, 삶이 너무 피곤해지거든. 뭔가 살짝 모자란 ㄷ자가 좋은 거야. ㅁ자는 이루지 못할 이상이지." 욕심 많은 나는 갑자기 내 인생이 부끄러워졌다. 언제나 ㅁ자로 꽉 채우려 하다가 ㄷ은커녕 ㄱ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내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p.10,『나만 알고 싶은 유럽TOP10』
디귿과 미음이라니. 얼마나 간단명료하고 매혹적인가. 선배의 속 깊은 은유와 상징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궁금증을 못 이기고 선배를 다그쳤다.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시면 안 되겠어요?" 선배는 눈치 없는 나를 위해 쉽게 풀어 설명을 해주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아이 없는 사람의 자유를 부러워하고, 아이가 없는 사람은 아이 있는 사람의 충만함을 부러워하잖아. 모든 걸 완전한 ㅁ자로 채우려 하면, 삶이 너무 피곤해지거든. 뭔가 살짝 모자란 ㄷ자가 좋은 거야. ㅁ자는 이루지 못할 이상이지." 욕심 많은 나는 갑자기 내 인생이 부끄러워졌다. 언제나 ㅁ자로 꽉 채우려 하다가 ㄷ은커녕 ㄱ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내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p.10,『나만 알고 싶은 유럽TOP10』
대표적인 올빼미형인(문득 궁금. 왜 부엉이가 아닐까?) 나는, 그러니까 당일 잠들고 당일 일어나는 취침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정말 오랜만에 토욜에 자고 일욜에 일어난 아침에 정여울의 여행에세이를 읽다 첫 페이지부터 그녀의 문장에 격침당했다.
첫 문장은 '여행, 우주가 차린 만찬을 포식하는 시간'. 이어 등장하는 장면은 가부좌를 하고 아침을 맞이하는 소년의 모습.
지난 여행을 돌이켜보면 가장 또렷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여행지에서 아침을 맞는 시간이다. 새벽이 물러 가고 여명이 들어차는 그 시간의 공기, 냄새, 빛... 그것들은 언제나 경이롭다. 내가 내 영역을 떠나 낯선 곳에 있구나를 가장 실감하는 요소는 이국의 풍광, 이국의 사람들이 아닌 '잠에서 깬 첫 순간'인 것. 우연인지 전날 중년남들의 여행을 쫓아가는 방송 <꽃보다 청춘>을 본 탓에 지난 여행의 감상이 더 생생하고 새삼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주문했던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국내편을 어제 받아 대충 들추면서도 했던 생각인데 중요한 건 역시 기획보다 컨텐츠라는 것. 같은 재료라도 요리사에 따라 다른 음식이 나오는 것처럼 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대상을 다루는 작가가 아닌가 한다. 그리하여 공평하게도 베스트셀러는 많지만 스테디셀러는 드문 것일 테고.
<꽃보다 청춘>의 화면 위로 흐르던 윤상의 '달리기'를 찾아서 듣고 있다.
11월 오전을 연상케 하는 쌀쌀한 공기, 인생의 선배가 조언하는 것 같은 노랫말, 좋아하는 작가의 글과 함께 하는 아침.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과 공간이라니... 아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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