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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5389 bytes / 조회: 1,063 / ????.12.09 04:26
힐링캠프 '강연'편


KBS 예능 <힐링캠프>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까지 연속으로 '성공'을 주제로 하는 명사(?)들의 '강연'을 방송했다.
출연자는 양현석, 김봉진('배달의민족'앱 창업주), 김영하(작가)인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또렷한 온도 차를 느꼈다.
지난주 양현석은 솔직히 왜 출연했나 싶고(좀 심하게 얘기하면 전파낭비라는 느낌이고), 어제(12/8) 출연한 김봉진, 김영하의 강연은 공중파TV임을 감안하고도 유익하고 생산적이었던, 그래서 시간이 좀 더 길었어도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강연- 이라기 보다는 흔한 예능 프로의 토크 느낌이 강했던, 양현석이 들려주는 '성공'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과적론적인 성공'이다. 그러니까 성공한 사람의 과거가 성공의 해법인 것처럼 정의하는 것으로 바로 자기계발서가 팔리는 핵심이기도 하다. 이런 책들이 주장하는 바, 성공한 사람의 행동양식을 모범으로 삼아 흉내내면 너도 성공할 수 있다는 뭐 진부한 얘기의 반복. 물론 게중엔 금과옥조로 삼을만한 보옥도 물론 존재하지만 분명한 건 힐링캠프 양현석의 강연엔 그런 금과옥조가 먼지 한 톨만큼도 없었다는 거다. 한 예로 7년을 부동산에 매일같이 들러서 해장국을 같이 먹다 보니 부동산 지식을 갖게 되었다는 얘기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그러니 방송 말미의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의 성공과 바꿀 수 있다는 양현석의 얘기도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 물론 그룹 해체 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YG를 일군 건 그의 능력이 분명하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은 그의 성공의 기저는 스무살 때 서태지를 만난 데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디자인 전공 학생에게 해외의 예를 들어 창의성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식의 도식적인 충고는 그저 안타까웠다. 현실도 힘든데 영양가라고는 없는 충고를 듣고 앉아 있어야 하는 학생이.

김봉진, 김영하의 강연은, 아무래도 내 전공이다 보니 강연 내용 중에 살짝 언급됐던 조직문화가 인상적이었는데 구체적으로 김봉진 편은 기업의 조직문화가, 김영하 편은 사회의 조직문화가 기성세대의 그것과 달라진 차이가 뚜렷하게 다가온다. 김봉진의 경우 직원이 150명 정도라 하니 규모로 보면 중소기업인데 IT기업임을 감안해도 인사팀조차 없다는 부분이(대신 피플팀이라는 게 있다고는 하지만) 혁명으로까지 느껴졌고 그에 맞춰 사장의 경영마인드 또한 매우 혁신적이라 이 업체는 향후 몇 년은 탄탄대로를 걷겠구나 싶었다. 덧붙여 '1만 시간' 얘기도 훈훈하다. 무슨 일이든 만 시간을 하면 대가가 된다는 얘기는 어떤 책에 나오는 내용인데, 어느 청중의 '성공'에 대한 질문에 이 '1만 시간 성공'에 빗대어 그 끝에 성공의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1만 시간 이전과 이후의 성장의 차이는 분명 다를 거라는 얘기다.
반면 김영하가 관조하는 1990년대와 지금 현재(그리고 미래) 사회는 말그대로 각자도생이 요구되는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그의 말대로 매년 10%대 성장율을 보이던 88올림픽 개최 이후 ~ 97 IMF직전까지 대한민국의 청년은 먹고 사는 걱정이 지금처럼 절실하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그때만 해도 학자금대출이라는 게 없었다. 즉 학생에게 빚을 지우지 않았던 시대다.

김봉진, 김영하 두 사람이 청년들에게 하는 공통적인 얘기는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두 사람의 미니 강연을 보면서 내가 느낀 점도 그런 것이다.
책은, 안 읽은 사람은 티가 안 나는데 많이 읽은 사람은 확실히 티가 난다.

강연이 끝나면 청중의 질문을 받는데 강연내용도 그렇지만 질문에 대답하는 내용도 귀기울여 들을만 하다.

* 감나무 사담.
2014년은 개인적으로 기록적이다 싶을 만큼 책을 많이 산 해인데, 아마 앞으로도 올해만큼 책을 사는 날은 없을 것 같다. 로또 100억 쯤 당첨되면 또 모를까. 책을 사다 보면 살까 말까 고민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동친과 M은 사고 싶으면 사, 고민하지 말고- 한다. 사고야 싶지만 내가 서민이라서요. 징징 대면 네가 못 사는 날이 오면 내가 사 줄게, 한다. 솔직히 깊은 감동을 받았다. 무엇보다 평생 읽은 책이 만화책을 제외하면 다섯 손가락을 넘을까 말까 하는 독서고자가 하는 말이니 더욱 감동스럽다.
작가 김영하가 취미를 이해해주는 친구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제법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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