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에 컴퓨터를 점검해주러 온 M과 한때의 풍경.
"그러니까 중국이나 이집트가 '최초'를 많이 가지고 있는 건 결국 문명 발상지여서인 거지. 중국이나 이집트가 안 만들었어도 어차피 다른 대륙, 다른 민족이 만들었을 거라고. 달리기에서 먼저 출발하면 먼저 다른 풍경을 보는 거랑 같은 얘기지."
거두절미하고 툭 말을 던지니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던 M이 얘 지금 뭐래는 거냐- 하는 표정이다.
그래서 좀 더 길게 부연했다.
"'비정상회담'에서 새미(이집트인 출연자)랑 장위안(중국인 출연자)이 종이의 최초발명이 자기네 나라라고 서로 왈가왈부했는데 장위안의 주장은 이집트의 파피루스는 오늘날의 종이와 다르기 때문에 종이의 최초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중국의 종이가 진짜 최초다- 라는 거거든. 내 말은 결국 이집트든 중국이든 최초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거기가 문명발상지였기 때문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먼저 생겼으니 먼저 만들어 낸 거라고. 종이의 경우, 이집트 문명이 황하 문명보다 앞섰으니 파피루스가 나온 시기가 더 빨랐던 거고 이후 순서대로 중국이 종이를 만들어낸 거고. 이집트가 양피지로 만족한 건 대륙과 문화의 특성 때문일 테니 못 만들었다기 보다는 안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은가 하는 거지."
M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하는 표정을 짓는다(고 관심법을 쓴 나는 알아서 결론까지 마무리한다),
"결론은 이집트나 중국이 최초가 많은 건 민족의 우수성하고는 연관이 없다는 거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이 시점에서 드디어 M이 입을 열었다. 눈은 여전히 모니터만 열렬하게 응시 중.
하아- 어쩔 수 없지. 한숨을 길게 흘려주고, 구구절절 설명에 들어간다.
"왜 갑자기 이 얘기가 나왔는가 하면 설명해줄 테니 잘 들어봐봐,
그러니까 이번 올재 13차에 장자가 포함됐는데 장자 하면 제일 유명한 건 호접지몽이지만(여기서 M이 그게 뭔데? 물어서 '장자가 나비 꿈을 꾸고' 했더니 M이 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장자 내편 시작은 북쪽에 곤이라는 거대한 물고기가 살았는데, 이 물고기에 날개가 돋혀 붕이라는 거대한 새가 되더니 남쪽으로 날아갔다는 그런 얘기거든. 그래서 내가 생각했지. 그 고리타분한 시절에 참 창의적이군. 그러자 어떻게 그런 창의적인 상상을 했을까, 역시 문자의 영향인가로 생각이 흐르더니 자연스럽게 중국의 한자에 생각이 미치더라는 거지. 최초 한자가 상형문자잖아? 거기까지 생각하니 문명발상지가 떠오르고. 여기까지가 내 머리 속에서 일어난 의식의 흐름인데 이 시점에서 좀전에 입으로 튀어나온 게 '중국, 이집트, 최초'라고."
"……."
M은 대꾸 없이 여전히 모니터만 응시응시...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한 나는 홀가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