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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4393 bytes / 조회: 1,179 / ????.01.30 03:51
『일리아스와 오디세이 이펙트』by A.망구엘


(…전략) 이들은 사실주의적인 기술로서 의도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특정 장르의 소설에서 문학적으로 확립된 다른 시퀀스들과 매우 유사하다. 가령 추리 소설에서 처음에는 사건에 대해 기술하고, 마지막에 모든 용의자들이 한방에 모이게 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아마도 이러한 관행들 중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호메로스의 독자들에게도 가장 강한 효과를 일으켰던 것은, 확장된 서사시적 비유일 것이다. 보통의 은유는 한 대상 안에서 특징들을 잡아내고 그것을 다른 대상에 귀속시키며, 그렇게 하여 새로운 문학적 공간을 창조하며서 이야기된 것과 함축된 것이 그 공간 안에서 서로 섞이며 증폭된다. 이와 달리, 서사시적 비유는 서로 다른 두 개의 행동을 나란히 놓아둔다. 그 두 행동은 섞이지 않고 시각적으로 서로 분리된 채 남아 있으면서, 하나가 다른 하나에 색을 입히고 특징을 부여한다. 이런 비유의 예가 『일리아스』에만 200개 이상이 있다. -pp.211-212

 비코의 시대에 철학자들은 지식에 대해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이론을 내놓았다. 첫번째는 증명과 논증에 기반한 '삶과 존재의 철학'이었던 반면, 두 번째는 자아 성찰과 사고를 중심에 둔 '불합리성의 철학'이었다. 비코는 여기에 제 3의 가능성을 내놓았다. 상상, 즉 그가 판타지아(fantasia)라고 불렀던 '마음의 독립된 힘'이 그것이다. 시적인 이미지들, 예를 들어 참된 이야기를 하려고 호메로스가 창조했으나 플라톤은 거짓말이라고 단죄했던 이미지들은 '시학적 외투 안에 감싸인 개념들'이 아니었다. 상상에서 태어난 이 보편적인 이미지들(universali fantastici)은 그 용어 자체로 고려되어야만 했다. 서고의 철학은 줄곧 이러한 이미지들을 문학적이거나 수사학적인 것으로 보아왔다. 그리고 그것들이 개념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철학적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 그에 반해 비코는 플라톤의 합리주의에 대항하여 호메로스의 편을 들어주었고, 그가 시적인 지혜(sapiensa pietica)라고 불렀던 지식을 위한 주장을 폈다. 그 지식의 추진력은 바로 기억이었고, 호메로스가 므네모시네(Mnemosyne)라고 알고 있던 여신이었다. 비코는 이렇게 썼다. "기억은 세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사물을 기억할 때의 기억력이고, 또 하나는 그것을 변형시키거나 모방할 때의 상상력이며, 마지막 하나는 그것을 새롭게 전화시키거나 적절한 배열과 관계 안에 자리잡아주는 창의력이다. 이러한 이유로 신화적인 시인들은 기억을 뮤즈 여신들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훗날 제임스 조이스는 비코의 개념을 이렇게 요약, 정리했다.
"상상력이란 기억된 것을 새롭게 고쳐 쓰는 것이다." -pp.217-218


: 호메로스가 실존인물인가, <일리아스>의 저자가 맞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저자와 출처조차 불분명한 이 고대시가 무구한 시간을 거치는 동안 남긴 발자취와 후대의 작가들을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새로이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미있는 챕터가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지루한 챕터도 있지만 대체로 흥미롭고 재미있다. 특히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통해 <오디세이아>를 읽는 챕터에서 두 작품의 접점이 조이스와 호메로스가 아닌 율리시스와 오디세우스로 이어진다는 망구엘의 해석이 흥미롭다. 책을 덮을 즈음이면 그닥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망구엘의 독서저변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언젠가 '이펙트' 시리즈를 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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