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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6356 bytes / 조회: 1,060 / ????.10.08 23:18
뉴스룸 목요일 인터뷰 - 이승환 / 김훈


뉴스룸을 일주일 내내 챙겨보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지난주와 이번 주 목요일 방송을 챙겨봤고 덕분에 문화계인사의 인터뷰도 놓치지 않고 봤다.

* 뉴스룸에선 (매주는 아니지만)목요일에 문화계 인사를 불러다 인터뷰를 한다.

 

먼저 지난주, 이승환.

나는 이제껏 가수 이승환을 좋아했는데 이젠 그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지금껏 뉴스룸의 인터뷰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뭐니뭐니 해도 동문서답하는 인터뷰이였는데, 대답할 때 수사에 온통 신경을 쏟다 보니 질문의 요지를 놓치고 정작 답변 내용은 안드로메다로 가기 일쑤. 보는 시청자는 그저 안타까울 수밖에. 포장에 신경쓰다 보니 정작 내용은 속빈 강정이 되는 셈. 반면 이승환은 일단 '질문하면, 대답하는', 이 간단하고 쉬운 인터뷰의 기본이 충족돼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편했다.

가슴이 찡하게 울렸던 건, 사회 참여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앵커가 묻자 '연예인의 시시껄렁한 사생활보다 먹고 사는 얘기가 더 중요했다'고 대답했을 때. 이 대목에서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건 지난해 신해철이 의료사고로 코마 상태였을 때 이승환이 트윗에 썼던 글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억하기로 아마 '일어나라 우린 아직 할 일이 많다'는 내용이었을 거다.

새삼 기억난 이 얘기를 동친에게 하면서 감정을 못 이기고 그만 울먹였다.

뉴스룸을 보다 새 앨범이 나온 걸 알았다. 당장 음원 사러가야지-. 부디 음원이 많이 팔려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듣고 그에게 힘을 주길 바라본다.

그리고 월요일 저녁, 이번엔 힐링캠프에서 이승환을 만났다. 주진우기자, 류승완감독, 강풀작가 세 사람과 함께였다. 아, 김제동도. 그에게 친구들이 있어서 안심이 된다.

 

* 힐링캠프에 덧붙여.

방송을 보기 전에 논란이 되는 내용을 얼핏 보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왕따를 시키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모임에 불러놓고 무시하는 것, 아예 모임에 부르지도 않는 것.

후자는 그저 기분이 나쁘고 말 일이지만, 전자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유가 뭐든, 전후사정이 어떻게 됐든, SBS와 해당 프로그램은 주진우 기자에게 그리 해서는 안 됐다. 이유 없이 살색이 난무하고, 뼈와 피가 튀는 것만 저질, 유해 방송이 아니다. 내가 이날 본 건 공중파 TV를 통해 무서울 정도로 당당하게 인권을 유린하고, 보란듯이 한 인간의 자존감을 갈가리 찢는 잔인한 현장이었다.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장소도 아니었지 않은가. 이날 그들은 6시간 20분이라는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새 앨범을 가지고 온 '가수 이승환'의 친구들이었을 뿐이다. 이는 다른 두 참석자의 편집되지 않은 발언만 봐도 충분히 미루어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해야했는가.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가.

그런 짓을 하고도 누군가는 발 뻗고 자고, 비싼 밥 먹고, 호호하하 했겠지. 나는 권선징악은 회의적이지만 인과응보는 믿는다. 인因 없이 과果 없고, 모든 행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고 믿는다.

인간은 사라지고 짐승만 남았다더니...

 

 

그리고 이번 주, 김훈 작가.

혹시 이사를 안 가셨다면 이분, 우리동네 주민분 되시겠다. 이분 작업실이 우리집 근처인데 건널목에서 같이 신호동 바뀌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택시 잡는 걸 보기도 했고, 마주 보며 길을 지나치기도 했다. 아침에 식빵 사러 가다 카페 야외 테이블에 김연수 작가랑 앉아 계시는 걸 보고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에 입이 찢어지는 걸 겨우 참은 적도 있다. 지금 빵이 문젠가. 집에 뛰어가서 두 작가의 책을 이고지고 와서 사인해달라고 해도 될까? 그럼 실례인가?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면서 식빵을 사고, 다시 두 분 앉아있는 테이블 앞을 지나 집으로 오는 길이 참 고달팠던 오전이었다. (이거, 연예인을 봤을 땐 한번도 못 느꼈던 기분이다.) 작가를 글이 아닌 목소리로 만나기가 참 쉽지 않은데, 앵커가 '김훈 작가님'이라고 소개하는 순간 오메~ 소리가 절로... 아, 이건 딴 짓 하면서 보면 안 돼. 화면 앞에서 각잡고 제대로 봐야 해. 이럼서 열심히 보던 중에..., 왜 쓰는가- 라고 앵커가 물었을 때 나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었다. "밥벌이니까!" 물론 작가는 이렇게 대답하지는 않았지만(정확히는 '내 속의 것을 발산하려고' 류의 다소 전형적인 대답이었다), 작가의 마초이즘이 털어놓은 밥벌이의 고단함이 내겐 꽤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었나 보다.

나는 아직 그의 신간을 사지 않았는데 출간 소식을 늦게 본 탓에 친필사인본 증정이 이미 끝난데다 이번 신간에 추려서 넣었다는 전작 수필 세 권을 다 가지고 있다 보니 일단은 장바구니에 담아만 놓았다. 덧붙여, 이번 신간『라면을 끓이며』의 사은품 관련 구설수는 그런 논란 자체가 소모적이라는 게 내 생각. 김훈 작가 정도면 사은품이나 이벤트 없이도 부수가 팔리는 작가인 거 맞다. 맞는데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번 '라면과 양은냄비' 사은품이 재미있었다. 사은품을 본 내 느낌은 제목과 연관시켜 재미있는 기획을 했구나, 정도. 결국 이 역시도 작가의 '이름' 때문에 일어난 소요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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