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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7193 bytes / 조회: 1,015 / ????.11.06 20:52
'표현의 자유' 혹은 '해석의 차이' 外 잡담


아이유의 신곡 '제제' 논란을 뒤늦게 읽었는데, 자주 가는 커뮤니티마다 도배되듯 올라와서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사실 2,3일 전부터인가 간간이 게시물이 올라오는 건 봤지만 요즘 연예인 기사가 하도 많아 제목만 훑고 지나치다보니 그 '제제'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라는 건 내용을 읽고서야 알았다. 이왕 읽는 거 현재까지 올라온 대부분의 게시물을 거의 다 읽어본 지금 감상은, 좀 아이러니하지만, 정작 논란이 된 내용보다는 '표현의 자유', '해석의 차이'가 마치 모든 법과 윤리, 도덕 위에 있다는 듯 주장하는 일부 댓글이 더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최근 읽은 고미숙의『로드 클래식』에는 법, 도덕, 윤리와 관련된 구절이 나온다.

 

법이 감시와 처벌을 통해 작동하고, 도덕이 인정욕망의 발로라면 윤리는 철저히 '자기배려'에 기초한다. 즉, 자신의 내적인 명령이 핵심인 것. -p.111

 

실상 '표현의 자유'는 법, 도덕, 윤리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어야 하며 그것이 '사회구성원간의 보편적 합의/약속'이다. 이걸 쉬운 말로 '상식'이라고 한다. 참고로 상식의 허용 범위, 포용 영역은 대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포괄적이며 매우 광범위하다.

소위 예술(음악, 미술, 문학 등)을 소비할 때 작가가 내포하는 혹은 표현하는 모럴과 언모럴에 대해 나는 대체로 관대한 편인데 동시대의 것은 동시대성 때문에, 과거의 것은 그것과 함께 성장해온 혹은 퇴적되어온 인문학적/인류학적 이해로 인해 별 어려움 없이 수용가능하(했)다. 복잡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 상식의 범위 안에 있으면 자연스럽고, 상식의 범위 밖에 있으면 부자연스러우니 논리에 앞서 그냥 자연스럽게 그 차이를 구별하게 된다. 별로 어려울 것 없는 문제가 왜 이렇게 논란이 되고 논쟁을 일으키는 걸까.

가끔 어려운 얘기보다 쉬운 얘기가 더 힘이 든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표현의 자유, 좋지. 해석의 차이, 좋다.

댕기머리에 한복을 입고 버선발로 두 손 높이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유관순누나(언니)가 섹시하더라...

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을 거고, 소설을 쓰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의 해석이 그렇고, 그가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면 그런 거겠지. 근데 이쯤 되면 궁금하다. '해석의 차이', '표현의 자유', '예술적 가치'가 과연 모든 가치의 최상위이며 프리패스 면죄부인가, 하는.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런 인간이랑 같이 안 놀면 그만인 거지. 아이고, 의미없다.

 

 


 

 

시인이자 평론가이며 작가 신경숙의 남편 남진우의 현대시학 기고문 '판도라의 상자를 열며 - 표절에 대한 명상1'을 읽고...

미시마 유키오 표절 논쟁이 일었을 때 당사자인 신경숙이 아닌 남진우의 책을 모두 갖다버리고 싶은 거부감에 스스로도 묘하다 싶었는데 이번 기고문을 읽고 나니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예감을 했던가, 싶었다. 동료문인이기보다 남편의 역할이 더 중요했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침묵하는 것이 나았을 것을.

 

 


 

 

재미있는 비예능이 재미없는 예능이 되었다. <비정상회담> 얘기다.

최근 재미있게 보는 예능은 <비밀독서단>.

 

 


 

 

영화 <베테랑>에서 황정민이 정말 궁금한 게 하나 있다고 유아인에게 묻는다. 그러니까, 왜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드느냐는 거다. 그냥 간단하게 '미안하다' 한마디 사과하면 끝날 걸 왜 그걸 안 하고 일을 복잡하게 만드느냐고. 최근 연예인/유명인 기사를 보면서 똑같이 묻고 싶었다. 이래서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생겼구나.

 

 


 

 

아무래도 날잡아 드라마 <피노키오>를 봐야겠다. 언론, 뉴스, 기자의 본질 얘기를 할 때마다 M에게 밀린다. 이때 M이 쓰는 무기는 "너 순진하구나"인데, 너무 강력하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오늘 현역축구선수의 초등아들의 폭행 기사가 우수수 떴는데 초딩벽돌사건도 그렇고 아동/청소년 (형사)사건을 접하면 당사자인 아이만큼이나 그 부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부모의 역할, 부모의 책임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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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렌데이의 소설 『제이컵을 위하여』는 사이코패스 살인자를 아들로 둔 부모의 역할과 책임을 다소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제이컵의 부모, 그러니까 부와 모는 열네 살인 아들 제이컵이 살인사건의 용의자 혐의를 벗은 직후 두 번째 범죄를 저지르자 비로소 아들의 살인을 받아들이고 어린 아들이 사이코패스임을 어렵게 인정하는데 이후 두 사람의 선택이 인상적이다. 주검찰청 현직검사인 아버지는 직업적 윤리를 포기하며 부성이라는 개인의 역할을, 어머니는 내가 낳았으니 내가 거두겠다는 사회적 책임을 선택한다. 

 

이 소설의 특이점은 '살인' 혹은 '폭력'의 기저에 '범죄유전자'가 있다고 해석하는 부분이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낳은 아들이 범죄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사형선고이며 불치병선고였을 것이다. 그리고 부성은 할 수 없는, 모성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죄의 교정이 아닌 제거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극단적인 방식이며,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아이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전적으로 부모와 어른의 책임이다. 그 어느 때보다 양육만큼이나 훈육이 중요한 시절임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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