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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6644 bytes / 조회: 2,222 / ????.12.18 23:51
에드워드 호퍼 그리고 나이트혹스 혹은 패러디


 

에드워드 호퍼 <Nighthawks 밤새는 사람들 (1942)>

84.1x152.4 / 캔버스에 유화

Art Institute in Chicago 소장

 

 

호퍼의 그림들은 황량함을 묘사하지만, 그림 자체가 황량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림을 보는 사람이 그 속에서 자신의 슬픔과 실망의 메아리를 목격하고, 그럼으로써 혼자 감당하던 괴로움과 중압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벽에 걸어야 할 것은 쓸쓸한 도로변 휴게소 그림인지도 모른다. - p.9『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가 그사이『슬픔이 주는 기쁨』이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판 제목은『동물원에 가기』의 첫 번째 챕터 제목이다. 이왕 제목을 바꿀 거면 원제 'On Seeing and Noticing'를 그대로 써도 됐을 텐데, 왜?

 

에드워드 호퍼를 처음 만난 건『동물원에 가기』의 첫 번째 챕터「슬픔이 주는 기쁨」에서였는데,「슬픔이 주는 기쁨」은 에드워드 호퍼가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하게 챕터 전체가 몽땅 호퍼의 그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족을 붙이면,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고 늘어놓았던 불평 불만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다만 당시엔 그 화살이 작가를 향했다면 지금은 출판사를 향한다는 차이가 있다. 챕터 전체가 화가와 화가의 그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면 편집자는 한번쯤 이 챕터에 화가의 회화 이미지를 삽입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이런 불만은 호퍼의 그림을 모르고선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책의 내용을 도통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인의 고독을 그린다는 호퍼를 두번째로 만난 건 윤성근의『내가 사랑한 첫 문장』.

호퍼의 그림을 보는 감상이 알랭 드 보통과 다르지 않아 이제서야 호기심에 찾아보니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는 '밤을 지새는 사람들'과 함께 이 회화의 패러디가 블로그마다 쏟아진다. 그리하여 나도 거기에 동참. 그 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대중문화 패러디만 몇 점 골라서 업로드한다.

 

::http://nighthawksforever.blogspot.kr/ 에서 '나이트혹스'의 보다 많은 패러디와 관련 얘기를 접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포털에서 'nighthawks'를 검색하면 습작 과정이라던가 그림 설명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내용들을 볼 수 있다.

 

 

나이트 혹스 패러디

 

 

 

 

 

 

 

 

 

 

아래 그림은 가장 마음에 드는 패러디

 

 

마침내 영업이 끝났는지 불이 꺼진 가게를 떠나는 마지막 손님의 뒷모습이 회화라는 2차원을 벗어나 원작은 가게의 불빛이 환하고 남아 있는 다른 손님과 가게 주인 혹은 직원 탓에, 작가가 회화의 주제로 삼는 도시인의 고독, 고립감이라는 감성이 그닥 와닿지 않았는데 이 이미지는 보는 순간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감상이 먼저 가슴을 훅 치고 들어오는 그런 지점이 있다. 물론 이런 감상도 선행하는 이미지 환한 불빛 아래 가게를 채운 사람들, 즉 원작과 이어지는 연작의 기능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비교도 뭐도 아닌 순전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가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알지?"

"그럼. 알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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