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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2866 bytes / 조회: 1,092 / ????.01.17 00:53
응답하라 1988


 

 

* gif 퍼온 곳: 베스티즈.net

 

이제 와서 얘기지만 M은 6화 '첫 눈이 온다구요' 편에서 어남택, 동친과 저는 17회 첫키스 장면에서 어남택을 확신했어요. 먼저 쓴 게시물에도 있지만 제 경우 이제껏 응답 시리즈 남편은 모두 첫키스를 한 상대였기 때문에 '택이 너였구나!' 했습니다. M은 덕선이 쓴 엽서 내용을 기껏 훔쳐보고서도 첫 눈 오는 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정환을 보고 일찌감치 어남류가 아니라고 했고요. 

 

덧붙이면 예전에 남사친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남자들은 좋아하는 여자에게 친구가 먼저 고백하면 자기는 포기하는 정서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택이가 친구들에게 먼저 마음을 고백한 상황에서 하물며 동네 골목 소꿉친구인 정환으로선 덕선에게 고백할 기회를 영영 잃은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결국 택이가 나쁜 놈이었으면 좋겠다는 정환의 대사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사였던 걸로. (근데 이 대사는 아다치의 H2에도 등장해요. 이로써 응답 작가진은 여전히 H2 성애자인 걸로.)

 

19화 방영 후 어남택이 확정되면서 후폭풍이 심한데 다른 시리즈에 비하면 응팔은 남편 낚시가 유난히 심하긴 했어요. 응칠과 응사는 메인과 서브 남주의 경계가 비교적 또렷해서 남편이 누굴까- 라는 궁금증보다 어차피 이루어지지 못할 서브의 순정이 애틋했다면 반면 응팔은 방송 초기부터 어남류, 어남택이라는 유행어가 등장할 만큼 메인과 서브의 경계가 모호했지요. 이 과정에서 어남류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당연히 허탈감이 컸을 것 같아요. 전 다행히 처음부터 택이었기 때문에 19화가 아주 흐뭇했습니다. 최 택은 오랜만에 여성의 모성본능,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였고요.

 

하지만 응칠, 응사보다 남편 낚시가 유독 심했음에도 저는 응팔이 가진 미덕 때문에 시리즈 중 제일 좋았습니다.

응팔의 미덕은 드라마를 지탱하는 이야기의 힘이 소꿉친구의 연애사가 아닌 가족주의, 골목 정서에 기대고 있는 데서 기인합니다. 응칠, 응사가 복고를 통해 당시의 트렌드를 보여줬다면 응팔은 복고에서 건져 올린 판타지, Oldies but goodies를 이상적으로 보여주었던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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