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소녀를 통해 본 처음, 간단간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생 멤버 쯔위의 일이 자국의 정치적인 국면과 맞물려 일파만파 일이 커졌네요. 일단 정점은 찍은 것 같은데 대만에 큰 선거도 있었고, 워낙 상황 자체가 럭비공처럼 튀어서 글쎄요. 이대로 진정되면 좋겠는데.
이번 쯔위 일은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양안 관계를 잘 모르는 타국인은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대만에 대해 갖고 있는 이해의 폭과 깊이가 낮은 편이었는데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대학 입학 전까진 장제스가 마오쩌뚱의 중공군에게 밀려 작은 섬으로 밀려난 비운의 정치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입학 후 남사친 동기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걸 귀동냥으로 들어 그나마 조금 알게 됐다고 할까요. 그래도 도긴개긴...
지도 상의 대만 밖에 몰랐던 제가 대만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알게 됐던 계기는 유학 시절인데, 대만인 유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면서였어요. 대만이 국제 정세에서 독립 국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당연히 따르는 의문이 그럼 비자는 어떻게? 였는데요. 미국대사관은 없으나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무소(?)가 있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권에 비자를 박는 게 아닌 증명서를 따로 가지고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프라이버시이기도 해서 자세히 묻지 않아 이 기억은 정확하진 않습니다. 여튼. 대만이 원래 섬에 살고 있던 원주민과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정착민이 섞여 살고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어요. 지적 게으름이 아니라,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단어 하나로 손바닥 위에서 세계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시대가 아니었거든요. 그러니 지식이나 정보를 얻는 통로가 많이 협소했어요. 여튼, 같은 대만인인데도 그룹을 나누어 따로 노는 분위기에 단순히 성향이 맞지 않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어느날 '쟤는 원주민이라 블라블라' 하는 얘기를 듣고서야 섬, 원주민, 대만 이라는 고리가 눈에 보이더군요.
... 중략하고,
이번 문제를 통해 중국을 겨냥해 걸그룹을 기획하면서 정작 활동무대가 될 국가의 역사와 정서에 대해 기획사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임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봅니다. 물론 애초에 이 모든 사달의 시초를 굳이 따진다면 국기를 건넨 모방송국 스탭이겠죠. 하지만 항상 그렇듯 복불복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라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이미 불가항력이니까요. 중요한 건 사후 대처인데, 논란이 점점 커지는 과정에서 제왑이 보여준 대처를 보면 이 회사가 타국의 정세와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고 경솔하게 접근했는지 그 정황이 보여서 아쉽습니다. 결론은, 이번 일에서 가장 큰 타격과 손실을 입은 건 기획사인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