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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9874 bytes / 조회: 1,176 / ????.02.02 14:22
이런저런 잡담


- 복면가왕 '음악대장'

오랜만에 복면가왕을 봤어요. 지난주부터 몇몇 커뮤니티에서 스포가 흘러나와서 짐작은 했는데 정말 가왕이 바꼈네요.

첫 출연분 말고는 못 봤지만 차지연씨도 무척 잘 하시는 것 같던데 화제성은 그저그랬던 것 같아서 좀 의외였어요. 이번에 가왕이 바뀐 김에 프로를 열심히 챙겨보는 동친에게 물었더니 막막 잘 하는 건 아니고 쪼금 더 잘 해서인 것 같다고(feat. 동친생각).

이번 음악대장의 무대를 보면서  새삼 깨달은 건, 가수는 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발성을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기본 중에 기본일 텐데 의외로 이 부분을 못 갖춘 가수가 많죠. (같은 얘기로 배우는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3라운드의 '라젠카'는, 솔직히 반칙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선곡을 가지고 나오면 누구든 이길 수가 없죠. '민물장어'로도 충분했다고 봅니다만. 나중에 동친이랑 이 얘길 하는데 동친은 '노림수'라고 하더군요. 점점 업그레이드 되는 선곡과 무대로 구성했다는 거죠. 전 뭐 어쨌든 좋았어요. 동친이랑 둘이 보면서 'save us! save us!" 했다는 뒷얘기. 푸흐흐. '민물장어', '라젠카' 두 곡 모두 원곡보다 낫다는 판단을 했고요. 마왕이 보고 싶네요. 초저음으로 어린아이와 어른을 오가던 특유의 화법이 그립습니다.

전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잘 울어요. 감수성이 그닥 뛰어난 것 같지도 않고, 공감능력이 남다른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최면'에 좀 약한 것 같아요. 시쳇말로 '쇄뇌당하기 쉬운 뇌체질'이랄까요. 집중력이 좀 강한 편인데 예를 들어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 바퀴에 아주 작은 이물질이 끼어들면 차체가 뒤집어지는(?) 그런 정도의 집중도는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 집중력이 기승전결을 가진 이야기를 읽을 때 최고 레벨로 감정이입을 돕는 것 같아요.

여하튼.

이 집중력이 음악을 들을 땐 기능을 못 하는지, 책/영화를 보면서는 목 놓아 펑펑 잘도 울면서 음악을 들으면서는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느낀 경험은 거의(?) 전무하달까, 느끼는 방식이 다르달까요.

오이스트라흐의 차이콥스키 바협은 감상하다 보면 눈물을 흘리지는 않아도 어느 순간 온몸에 전율이 오르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이런 이유로 저는 그동안 음악과 텍스트/영상에서 받는 카타르시스는 아예 그 메커니즘의 기저부터가 다른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랬던 탓에 이번에 음악대장의 '민물장어의 꿈'을 들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좀 신기했고요. 아마 부르는 사람의 감성에 감정 이입(=쇄뇌 혹은 동화) 됐던 게 아닐까 자체 분석도 해봤습니다만. 분명한 건 이제껏 현장에서 눈물 흘리는 청중을 보면서 이해 못 했는데 이젠 더 이상 이런 말은 못하겠구나 했어요.

 

 

- 표절 잡담

순수, 장르, 문학, 비문학 구분한다는 게 우습기도 한데, 어쨌든 '대놓고', '흔하게'라는 점에서 콕 집어 장르소설의 표절은 지금껏 끊이지 않았고, 이건 아마 앞으로도 절대 근절되지 않을 듯 싶어요. 왜냐하면 '장르문학'이라는 특성상 새로 유입하는 뉴비가 순수 아마추어인 경우가 많아서인데요. 작가적 소명이나 책임감, 자존심... 등등 처음부터 프로 의식으로 무장하고 창작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일부고 대부분 심심풀이 삼아, 나도 한번... 식의 습작 충동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는, 습작으로 창작을 시작한다는 거지요. 이런 출발선의 차이가 오마주 수준에 가까운 클리셰 범벅이 나오는 가장 큰 배경인데 이 오마주, 클리셰 범벅에서 더 나아가면 표절 논란이 됩니다.

요즘 소설 창작 플랫폼에 모바일까지 가세하면서 창작의 진입이 쉬워진 환경도 이런 상황에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이건 독자가 작가가 되는 개방형 시스템이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되는 숙제입니다. 그나마 표절을 근절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사이트 자체적으로 공지를 강화해 저작권 인식을 높이고, 창작활동을 하는 회원을 단속하는 건데 이것도 한계가 있지요. 위에도 언급했지만 습작은 습작일 뿐 창작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신데렐라를 꿈꾸지만 유리구두를 신기 전까지는 꿈에 지나지 않듯, 심심풀이 땅콩인 습작이 나를 작가'님'으로 만들어 줄지 어떨지 알 수가 없는 거죠.

오전에 동친이랑 표절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즉석에서 표절의 종류를 분류했는데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1. 줄거리

2. 대사, 지문

3. 캐릭터(인물성격)

 

구분하자면 1과 2는 영리한 표절입니다. 하늘 아래 다른 건 없다, 니 상상력이 내 상상력, 천만분의 1확률로 우린 영혼의 쌍둥이, 니가 나보다 조금 먼저 썼을 뿐, 내무의식이 지멋대로 저장했어, 니가 나한테 영향을 줬어... 등등, 대중이 믿거나 말거나 자기합리화 내지 자기변명의 여지라도 있거든요.

그에 비해 3은 멍청한 표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요즘 핫한 짬뽕을 예로 들어 짬뽕 재료로 요리하면 짬뽕이 나오고, 잡채 재료로 요리하면 잡채가 나오는 것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같으면 어떻게 써도 같은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어요. 인물을 둘러싼 배경과 상황, 사건은 내버려둬도 그냥 저절로 따라오는 옵션입니다. 

최근 접한 표절 논란이 바로 3에 해당합니다. 논란이 불거지고 만 하루만에 창작자는 표절 시인하고, 글 잠그는 걸로 일단락되었는데 앞서 설명한 이유로 다른 대안이 없었으리라 알 수 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절대적인 진실은, 당사자는 안다는 거예요. 즉슨 표절 논란에선 당사자의 인정이 핵심인데 이 '인정'이라는 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표절은 주홍글씨와 같아서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제 글을 쓰는 동안에는 평생 불신의 딱지를 다는 거죠. 이런 이해 관계 때문에 논란의 가해자는 침묵, 회피, 방조를 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표절의 대상이 된 작가와 작품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표절 당사자 본인도 피해자가 됩니다.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바로 표절을 안 하는 겁니다.

표절 논란이 나오면 반드시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거론되는 해당 작품을 읽어봤냐, 안 읽어봤냐'인데요. 표절 소송에서도 중요한 증거 자료로 쓰이죠. 동일한 클리셰를 가졌음에도 신데렐라와 콩쥐팥쥐가 다른 얘기가 될 수 있는 건 단적으로 두 작가가 서로의 글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 어우동 : 주인 없는 꽃

동친에게 이 영화 봤다고 했더니 동친이 눈 동그랗게 뜨고 "왜?"라고. 참 여러가지로 복합적인 의미가 들어있던 '왜'였고, 그러게, 저도 이걸 왜 봤을까 했어요.

처음 10분은 이왕 보는 거, 성실하게 보고 리뷰라도 쓰자- 했는데 20분이 넘어가면서 리뷰는 개뿔- 했습니다.

무엇보다 타이틀롤을 맡은 주연여배우의 미스캐스팅은 어쩔 건지... 이 부분은 뭘, 어떻게 써도 인신공격이 될 수밖에 없어서 더 얘기를 못 하겠네요. 배우가 열심히 할 수록 더 안타까웠습니다. 제겐 미스캐스팅 영화 1위인 걸로.

 

 

- 드림씨어터(Dream Theater) 13집 대박

대박이라는 말 밖에는.

더블 앨범, 34트랙, 러닝타임 130초 37초. 컨셉은 제국군과 반란군의 전쟁.

'왕좌의 게임', '스타워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컨셉에서 광소...으하하하... 노친네들 일쳤구나, 했어요.

앨범 리뷰를 읽는데 이건 뭐 무조건 사라- 군요. 게다가 맵과 설정집도 줍니다.(국내는 해당사항이 없나봐요. 안 보임;;)

아니 근데 포트노이는 언제 나간 걸까요. 이렇게 소식이 깜깜했다니...;

칠순이 된 다윈이 자신의 메마른 감성을 깨달았을 때 이런 기분이었까요. 슬프네요.

 

http://www.dreamtheater.net/theastonishing?intcmp=151204/dtheater/rr/spl/s_cat/but/ftr/ww/astonishing-preorder-splash_the-astonishing-bu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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