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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8381 bytes / 조회: 995 / ????.03.05 17:02
사고 만다 & 안 사고 만다


 

맥베

 

오랜만에 두근두근 기대하면서 기다렸던 영화 <맥베스>를 드디어 봤다.

책을 읽은 지 너무 오래 돼서 오랜만에 책도 읽고, 영화도 한번 더 보고 그리고 리뷰를 써볼 참.

책장을 뒤져보니 '맥베스'는 출판사별로 네 권, 원서 한 권이 있다. 그런데 펭귄만 세 권이다. 뭔가 손해본 기분.

펭귄은 마카롱세트(아래참고. 노란색 표지)를 사는 바람에 두 권이 됐다. 한 권은 원서. - 세트,한정 이런 거에 약한 나란 인간...

펭귄클래식은 영화 개봉 후 영화 포스터로 표지가 바뀌었다. 내가 갖고 있는 표지는 찾을 수가 없어서 아래 이미지는 새 표지로. 원서는 국내 온라인 서점에서 표지를 찾을 수 없어서 아마존에서 가지고 왔다. 아마존에 접속한 김에 잠깐 리뷰를 읽었는데 재미있다. 어떤 부분이 재미있는가 하니, 셰익스피어는 옳다 하지만 출판사와 아마존은 나쁘다, 이런 거. 인종과 지역은 달라도 소비자 마음은 만국공통인 거지.

 

 

 

리뷰 쓸 날은 아직 멀었고 입은 근질근질하고. M에게 썰이나 풀자 싶어 영화 볼 거냐 물으니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안 본다고 한다. M의 영화 취향은 참 알 수가 없는 것이 액션 좋아하는 거야 남자들 취향이 원래 그렇다 치고 정작 나도 쉽게 손이 안 가는 <도희야><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잘만 보면서 <맥베스>는 또 안 보겠다는 거다. 듣도 보도 못한 프랑스 독립 영화는 보면서 <빌리 엘리어트>와 <라스트 모히칸>은 내가 숱하게 추천했건만 거의 십 년이 넘어서야 봤다. 이외에도 내가 명작, 걸작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추천하는 영화는 언제 볼지 요원하다. 이거 뭔가... 좀....

그러니까 M의 취향은 내가 추천하는 영화는 안 보는 취향인가?

하여간에 거의 대부분 참신한 발상을 들려주는 M의 생각이 궁금해서 '운명의 장난'으로 말장난을 했는데 이를 테면 이런 거.

 

"'운명의 장난'에서 운명은 목적어가 아니라 주어인 거지. 차이가 뭔고 하니, 신이 인간의 운명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 운명이 인간을 데리고 장난을 치는 거야. 영화 <맥베스>를 한 줄로 정리하면 운명에게 놀아난 인간의 말로 쯤인 거지."

 

기대했던 M의 반응은 "뭔 소린지." 직접화법으로 정말 이렇게 말했다. "뭔 소린지."

문학소년 M이 어쩌다 책 안 읽는 어른이 됐는지 모를 일이다만 맥베스 얘기를 한참 한 끝에 M에게 진지하게 권했다. "다른 건 몰라도 셰익스피어랑 조지 오웰은 꼭 읽어." 물론 M은 귓등으로 안 듣는 표정이다.

 

 

안 사고 만다

 

 

알라딘에서 반즈앤노블 양장본 30% 할인 중.

다 갖고 싶지만 특히 갖고 싶은 건 셰익스피어 전집, 포우 전집, 성경. 이중 킹 제임스 버전의 성경은 지은이가 구스타프 도레여서 응? 그림 그리는 도레가 왜? 했더니만 도레의 성경 회화가 무려 241점이나 삽화로 들어있다고... 아, 이건 사야 되는데...

포우는 다른 판본이긴 하지만 마침 전집을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참이고,

셰익스피어 전집은 가죽 장정인데...

아마존에서 셰익스피어 전집 구매자 리뷰를 구경하다가 'This book is beautiful'에 그러엄, 뷰티풀하지! 말대꾸 해주고 쓸쓸히 창을 닫았다.

정말 사고 싶지만, 진짜 사고 싶지만. 

구글 검색을 통해 남의 책장으로 눈요기를 하고 나니 더 애가 닳는 기분.

이럴 때 누가 슬쩍 등만 떠밀어주면 살 텐데.

M에게 물어보니 바늘도 안 들어갈 대답이 왔다. 소장하려고 사는 거냐고. 

당근! 소장용이지! 한줄 평을 남긴 구매자도 썼다, 평생 소장본이라고.

내가 미적거리니 M의 멘탈 공격이 이어진다. 집에 쌓아 놓은 책도 안 읽지 않느냐고.

.........

.........

.........안 사고 만다.

 

 

사고 만다

 

반즈앤노블 양장은 포기했지만 그래도 다음 전집이 나오면 아묻따 살 거다.

A. 카뮈 / 보르헤스 /도끼

모두 시중에 전집이 있지만 책세상의 카뮈는 양장이 너무 두꺼워서 읽기 힘들 것 같고, 보르헤스는 산 지 20년이 다 돼서 책이 너무 낡은 참에 새로 사고 싶은데 기왕이면 민음사가(다른 출판사도 괜찮다) 예쁜 양장 세트로 개정판을 내줬으면 싶고, 도끼는 열린책들 판형이 가독성이 떨어져서 판형을 바꾸던지 양장으로 한번 더 내주면 좋겠고.

이외에도 눈먼 돈이 생기면 지만지 전집도 사고 싶다.

난 어째 예쁜 구두, 예쁜 옷, 비싼 가방, 보석은 모래사장의 모래알갱이를 보는 것마냥 아무런 감흥이 없는데 책만 보면 정신을 놓는다.

 

 

:::

『소설가의 각오』를 계기로 도서앱에 정리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우선 오거서에서라도 목록을 정리해야겠다는 결심. 한동안 수정하느라 바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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