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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7348 bytes / 조회: 1,113 / ????.03.20 17:40
치즈인더트랩, 검사외전 外 드라마 잡담


 치즈인더트랩 (tvN)

 

열여섯 편을 정주행한 감상은, 항간에 시끄러웠던 제작진의 배우 편애는 못 느꼈고 본방사수했던 동친과 M의 '대본이 문제'라는 의견에는 공감. 특히 6회부터 등장하는 오영곤 관련 에피소드가 지나치게 길다. 한두 회로 끝날 줄 알았던 에피소드가 12회까지 늘어지는데 이게 재미라도 있으면 모를까 이야기가 질질 지지부진해서 본방으로 봤다면 아마 도중에 시청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치인트의 단점으로 꼽고 싶은 건 유정이라는 인물의 다층적, 다면적인 캐릭터 구현에 실패했다는 거. 

겉보기엔 엄친아의 전형인 유정이 내면에 감추고 있는 음침하고 어두운 일면을 주변인물의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줘야 되는데, 유정의 복합적인 성격을 구현할 스토리를 짜기엔 대본의 역량이 못 미친 느낌. 좀 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다양한 이야기로 유정의 어두운 내면을 하나하나 꺼내야 되는데 이야기를 구성할 능력이 안 되니 오영곤 하나로 퉁친 느낌.

 

오영곤을 비롯해 유정과 얽혔던 주변인물들이 유정을 향해 정상이 아니며 나쁜놈이라고 욕하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이들의 비난이 공감이 안 가는 것도 문제. 일단 유정을 비난하는 주변인이 하나같이 진상이다. 유정의 말처럼 유정이 개입했다고는 하나 결국은 자업자득이라 '유정은 나쁜놈'이라는 진상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때려놓고는 '네가 내 앞에 있으니 맞았지' 우기는 형국으로 전형적인 짜증유발진상 요소.

 

온라인에서 욕 많이 먹었던(걸로 아는) 백인호는 왜 욕 먹었지? 의아했다. 지나치게 많았다는 피아노 장면을 내가 스킵해서 백인호 분량을 체감 못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캐릭터만 보면 서브남주로 고만고만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고 딱 적절하게 존재감의 균형을 잘 맞춘 것 같은데 왜 욕 먹었을까. 역시 항간에 떠돌던 PD가 '오빠'라고 쓴 메모 내용은, 드라마 속 '오빠' 에피소드를 보니 정황이 이해됐고, 유정의 분량은, 글쎄, 열여섯 편을 한꺼번에 주행했더니 그닥 분량의 문제는 못 느꼈다. 치인트의 '유정'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분량이 아니라 앞에도 썼지만 유정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다는 거다. 

 

다만 원작과 비교해- 라고 한다면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웹툰을 못 보는 체질이고 당연히 웹툰 치인트는 안(못) 봤으므로 이건 전적으로 드라마 치인트에 대한 감상이기 때문.

 

마지막으로 최종화. 교차로에서 스친 인물이 정말 유정이었는지 궁금. 이메일이 읽힘으로 바뀐 것과 연관시켜 유정이 귀국했구나, 해석해야 하나? 나는 밥상을 차려줄 뿐 아니라 숟가락으로 밥을 퍼서 입에 넣어줘야 만족하는, 여운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하는  A  to Z형 시청자라 이런 결말이 깔끔한 건 알지만 그와 별개로 그래서? 그래서? 미련이 남고 아쉽다.

 

 

드라마 방영 중, 동친이 먹던 감자스낵에서 나온 스티커.

옆에서 흘끗 보고 "그거 치인트 백 뭐시기 걔 아냐?" 알아본 건 정작 치인트를 안 보던 나였다는 거. 이 정도면 일단 배우와 싱크로는 성공적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동친과 <검사외전>을 본 직후

"관객이 천만에서 조금 못 미친다던데-" 하니, 동친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한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동친이나 나나 '줄거리가 없어'.

간혹 느끼는 건데 황정민이 때리는 연기를 참 잘 한다는 거. 잘 때린다는 게 아니라, 때리는 사람의 정서를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의미. 황정민이 스크린 안에서 상대를 때릴 때면 마치 내가 맞는 사람인양 모멸감에 감정이입하는 지점이 있다. 표현을 굳이 찾자면 현장감이랄까. 여튼 황정민이 상대 배우를 때리고 욕하는 연기를 할 때마다 토크쇼에서 만났던 그의 순박한 인상을 되새기게 된다. 나아가 배우의 연기란, 구체적으로 메소드 연기는 자신을 어디까지 방기할 수 있는 것인가 그 한계가 궁금하고.

 

동친의 드라마 통신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 <태양의 후예>보다 3배쯤 오글거린다.

<욱씨남정기> 5분 보고 껐다.

<결혼계약>이 <욱씨남정기>보다 100배 낫다.

<피리 부는 사나이> 내가 대본을 써도 이것보다 잘 쓰겠다.

 

그 독한 드라마광 동친을 5분 만에 KO패 시킨 '욱씨'한테 끌리는 요상한 심리;;;

대본 얘기가 나왔을 때 냉큼 되받았다.

"너나 M 정도로 영화, 드라마, 애니를 봤으면 솔직히 대본이 하나는 나와야 된다고 봐. 인풋이 있으면 당연히 아웃풋이 있어야지!"

 

요즘 드라마 보는 중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도 없는 거지-

나름 진단하고 최근 드라마를 볼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안 세우면 못 볼 정도로 요즘 내 드라마 레이더가 완전히 녹슬었다는 단적인 증거. <치인트> 다음은 <시그널>을 볼 예정. 이 드라마 때문에 요즘 대형 커뮤니티 게시판을 볼 때마다 스포 당하지 않으려고 눈에 힘주고 있다.

그나저나 <태양의 후예> 짤방 영상을 잠깐 봤는데 아, 이 작가는 왜 대사를 이렇게 쓰는 걸까. 대사를 듣는 순간 불판 위 오징어에 빙의되는 기분. 작가 입장에선 아주 멋있다고 생각해서 쓴 대사인 건 알겠는데 대표적인 트렌디 드라마 작가의 대사 감성이 어찌하여 <별들의 고향>인가 멘붕. 엄마 세대가 김은숙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건 드라마를 제대로 안 보고, 그러니까 드라마에 몰입 없이 대사 하나만 뚝 떼어내 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므로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최근 2년 내 본 드라마 중 가장 좋았던 건 <밀회>인데 무엇보다 놀랐던 건 정성주 작가가 예순이라는 사실.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감각적이고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대사를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거. 그러고 보면 작가의 감성이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작가의 취향이 그냥 올드한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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