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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4818 bytes / 조회: 897 / ????.03.28 01:01
결혼계약 / 태양의 후예


결혼계약

 

일요일.

집에 놀러온 동친은 서재에서 드라마를 보고, 나는 다른 방에서 컴퓨터를 하는데 갑자기 우는 소리가 막 난다.

십여 초, 많이 양보해서 20초면 이해하겠는데 이건 뭐 우는 소리가 끝도 없이...

도대체 뭘 보나 싶어 동친에게 갔더니 물어보나 마나 화면이 <결혼계약>이다.

나중에 sns에 이 영상이 극불호 장면으로 떴을 때 그럴 줄 알았다 싶었다. 

 

나무: 딸이 죽었어?

동친: 아니

나무: 그런데 왜 울어?

동친: 뇌종양이래

나무: 딸이?

동친: 아니 자기가

나무: 수술하면 살겠네

동친: 돈이 없대

나무: 대신 돈 많은 이서진이 있잖아

 

스토리를 보면 전형적인 할리퀸 로맨스다. 원래 이런 유치뽕짝클리셰범벅 복고멜로가 또 은근히 잘 먹히는 코드라 인기 있겠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청률은 잘 나오는 모양.

 

 

태양의 후예

 

주말동안 열 편 정주행했다.

막상 보니 대사도 안 오글거리고, 군대 얘기야 어차피 나는 모르는 세계라 고증은 알바 아니고.

고공하는 시청률과 화제성만큼 환장하게 재미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볼만 했다. 비유하자면 덜 느끼한 고급 인스턴트 라면?

이 드라마의 인기 지분은 제복 입은 송중기 50, 다나까 쓰는 송중기 50.

송중기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참 좋았고, 성균관 스캔들에서 좀 별로였는데 '성균관'에서 유들유들 느끼했던 이미지가 태후의 유대위로 희석된 점이 좋았다.

동친은 태후가 대중이 좋아할 만한 흥행요소만 모아놓은 드라마라고 평.

여담이지만 대중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집어내는 거야말로 작가의 재능이 아닐까 생각.

실은 내내 드라마가 그냥저냥 좀 심심했는데 6회 마지막 장면에서 이 드라마에 후한 점수를 줬다.

사랑이 최고지만 사랑이 전부가 아닌 잘난 남녀의 현실적인 고민이 쿨하달까.

10회까지 본 태후는 결국 강모연의 성장드라마. 기존 공중파 드라마에 비해 연애보다 직업이 '상대적으로' 진지하게 다루어지는 게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김은숙 작가의 전매특허인 '제가 어떻게 감히 그래요!'가 없어서 가장 좋았다는 거. 

 

아. 그리고 영어 자막... 이랄지 영어 대사랄지. 하여튼, 영어.

10회에서, "You don't move, If you do," 에 이어지는 다음 대사 "you must die in this time"(대사에 in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에서 어이쿠했다. 영희야 나하고 놀자, 내 이름은 철수야- 도 아니고. 여기선 그냥 "I'll shoot"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한글 자막이야 너는 오늘 죽는다 하든, 내가 너 죽일 거다 하든.

음. shoot하니 떠오르는 예전 유학생 사이에 유행했던 우스개 하나.

어쩌다 흑인형아랑 단 둘이 엘리베이터에 탄 유학생. 긴장해서 문만 보고 있는데 뒤에서 흑인형아가 "shoot four" 하더란다. 그래서 유학생이 눈을 질끈 감고 엘리베이터 벽에 머리를 쿵,쿵,쿵,쿵 네 번 박았는데 흑인형아가 그걸 보고 막 웃더니 4층 버튼을 누르더란 얘기.

이건 내가 겪은 실화인데, 거주하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백인 남자애 둘이랑 탄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새끼들이(욕해도 이해해주십사) 나를 흘끔거리더니 음담패설을 하기 시작하는 거다. 좀 순화해서 옮기면, 그뇬을 테이블에 엎어놓고 블라블라 이뇬이 할딱할딱 어쩌고저쩌고 지롤지롤..... 입으로 쓰레기를 뱉는 거다. 법리적으로 이것도 성추행이라면 성추행인데 일없이 탈없이 조용히 사는 게 미덕인 줄 알았던 유학생신분이라 나중에 애들 모아놓고 같이 욕하는 걸로 끝냈다. 지금이라면 스맛폰으로 녹음해서 당장 고소크리 먹이는 거지.

 

여전히 예쁜 송혜교는 말하면 배 아프고 입 아프고.

동친이랑 나랑 이구동성 '전수진 예뻐'. 개인취향이지만 찍어낸 것 같은 눈코입 배우보다 자기만의 프로필을 가진 배우가 매력있고 예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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