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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9230 bytes / 조회: 975 / ????.04.01 21:42
다 이유가 있다


 

하이너 뮐러

 

주초에 온라인서점 두 곳에서 하이너 뮐러의 책(산문집 + 작품해제론)을 한 권씩 주문했는데 오늘 y서점의 해제론이 먼저 도착했다.당일배송 시대인 요즘 배송이 4~5일이나 걸리는 걸 보면보유재고가 없어서 출판사에 주문을 넣은 것 같지만 어쨌든, 읽고 싶었던 책을 받으니 좋긴 하다.『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는 역시 2006년 초판인쇄인데 이런 책은 재고가 있을 때, 살 수 있을 때 미리미리 사두는 게 여러모로 정신건강에 좋다. 연극과인간에서 나온 책을 좋아하는데 작은 출판사라 그런지 초판이 소진되면 거의 절판으로 이어진다. 이 기회에 여기 책을 싹 주문해버릴까 싶기도 하고.

다음은 책을 배송받은 직후, '필톡테트'를 읽던 도중 M과 통화한 얘기.

 

 오디세우스가 영화, 만화, 소설 등으로 재가공되면서 영웅으로 굳어져서 그렇지 사실 원전을 읽어보면 이놈이 진짜 나쁜놈거든

…….

 아군에겐 지략가이고 능력있는 장수지만 적에겐 교활하고 나쁜놈이지, 비유하자면 조조라고나 할까

 오디세우스가 도대체 누군데?

 오디세우스 몰라?

 처음 듣는다

 아킬레우스는 알지

 모르는데

 트로이 전쟁은 알지? 예전에 영화 봤잖아, 거기 나오는,

 아킬레스?

 아킬레우스는 모르고 아킬레스는 알고? 

 (웃는다)

그래 걔. 여튼 트로이 전쟁 때 아킬레우스 휘하 장수인데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부하들을 데리고 귀향하면서 모험을 겪거든, 오디세우스의 모험이라고 열 개인가 열세 개인가 이게 원전마다 조금씩 다른데, 어쨌든 모험을 겪는데 이 모험이 유명해

 혹시 율리시즈 얘기?

 관두자

 

정작 본론은 꺼내지도 못하고 얘기를 접었다는 엔딩.

율리시즈는 오디세우스의 영어식 이름. 

이거 영어중심주의가 낳은 폐단이라고 하면 너무 비약인가?

 

 

재미가 없다

 

이건 태양의후예 얘기.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재미를 상중하로 나누면 중? 인심 쓰면 중상? 뭐 하여튼.

시청률이 40%에 육박하고, 유대위 신드롬에, 여자들은 송중기/유대위 앓이를 하고, "-지 말입니다"가 유행어가 됐다는데, 왜 난 여기에 끼지를 못하는 거냐고. 주초에 태양의 후예를 정주행하기 직전, 이런 생각을 했다. 요즘 신드롬이라는 이 드라마를 보고도 재미가 없거나 가슴이 안 뛰면 난 진짜 드라마고자가 된 거라고.

나 이제 어떡하냐.ㅠㅠ 그동안 드라마를 너무 오래 끊었나봐...ㅠㅠ 가슴이 안 뛰어. 몰입이 안 돼. 감정이입도 안 돼.

어린시절 셰익스피어를 줄줄 외우던 다윈이 칠순이 되어 더이상 셰익스피어에게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심정이 이랬을까. 난 심지어 칠순이 되려면 아직 하아안~참 멀었다고.

그나저나 난 왜 자꾸 강선생이 울면 같이 울고 있는 걸까...???

 

11,12회를 본 소감.

- 쓰리스타가 분명 작전 시간으로 3시간 준다고 했는데 강선생 구하기에 걸린 시간은 3시간이 훌쩍 넘겠던데? 쓰리스타가 그 3시간 동안 유대위는 알파팀 아니랬는데 작전은 알파팀이 하던데? 아, 궁금해, 실종된 3시간의 의미.

- 대한민국 군인은 싸구려 불량 군장을 쓴다던데(방수/방진/방탄 안됨 feat.공중파뉴스) 다행히 특전대는 좋은 군장을 쓰나 보다. 총에 맞아도 끄떡도 없고. 

- 기타 : 혜교, 예쁘기만 하구만 / SBS 배아프겠다 누군가 불려갔겠구만 / 모배우도 속쓰리겠다

  

 

다 이유가 있다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다.

 

- 반값리스트에 계속 있을 땐 심드렁- 안 사놓고선 정가는커녕 절판되어 이제 살 수도 없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저 운다.

- 미하일 바흐친의 책을 읽고 싶은데, 하나같이 품절/절판이다. 아 진짜 너무 하는 거 아닙니꽈!!! 제목과 껍데기만 바꾼 자기계발서는 허구헌날 나오더구만 이럴 땐 정말이지 몇 개 국어하는 언어천재들이 재벌손녀보다 세계제일미녀보다 백만배 부럽다.

- 구도소설, 계몽소설, 을 읽고 감동하기엔 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나보다. 베르트공주랑 노는 김에 오랜만에 톨스토이의『부활』을 재독하고 있는데 청소년소설을 읽는 기분. 책장도 술술술- 얼마나 잘 넘어가는지, 오히려 어렸을 땐 가슴을 부여잡고 읽었던 것 같은데. 참고로, 이건 이 소설이 가볍다는 것과 다른 얘기. 대가의 소설은 대가의 소설이다. 단지, 소설이 너무 착하다는 것뿐... 그뿐.

근데 우스운 건『부활』을 읽는데 자꾸만 도끼 소설이 땡긴다는 거. 케잌을 먹으면 라면이 땡기는 기분이랄까. 내용 중에 까쮸샤(열린책들) 가 투르게네프의 '정적'을 읽는 대목이 있는데 수정 전 초판본에선 도끼의 '죄와벌'이었다고 하니, 내 증상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안나 카레니나』이후 20년 공백이 이 위대한 작가를 지나치게 종교적으로 만들어버렸다.

- (바로 위)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나보다를 쓰고 보니, 생각나는 얼마전 일화.

집에 놀러온 동친이 컴퓨터로 영화 예고편을 보길래 옆에서 같이 보고. 잠시 딴짓하고 왔더니 동친이 같은 예고편을 또 보길래, 왜 같은 걸 두 번이나 봐? 물으니 앞에껀 19금이고, 지금껀 15금이라는 거다. 오올, 그래? 리플레이 해봐.

그런데 두 번을 보고 세 번을 봐도 15금이랑 19금이랑 어디를 가위질했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는 거.

으아, 난 썩었어...ㅠㅠ

동친이랑 눈이 튀어나오게 비교한 결과 15금과 19금의 차이는 거의 보이지도 않았던, 살짝 보이려다 말았던 엉덩이랑(그것도 허리 부근) 시체 손모가지의 등장 유무인 걸로.

영심위 말인데, 너무 순진한 거 아닙니꽈? 요즘 애들 스맛폰 세대입니다만. 스맛폰으로 일찌감치 성교육을 끝내지 말입니다. 차라리 50,60대 고루하신 어르신네들이 더 순진하실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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