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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4255 bytes / 조회: 1,276 / ????.04.02 14:24
H2 + 고백 (델리스파이스)


 

아다치 미츠루의 <H2>.

히로, 히데오, 히카리, 하루카... 네 명의 H들의 이야기.

엔딩에서 독자를 멘붕에 빠트리고 히카리를 만화계 국민어장관리녀로 만든 아다치.

 

왜 그랬어요!!! 히로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다른 게시물에서도 썼지만, 사실 읽는내내 이상했다. 아다치의 주인공은 항상 앞머리소녀인데(고정주연) 앞머리소녀는 히카리가 아니라 하루카였기 때문. 이번엔 주인공을 바꿨나? 설마설마... 하다가 제대로 뒤통수 맞고, 도끼에 발등 찍히고, 멘붕멘붕... 그냥 멘붕. 그야말로 산산히 부서진 내 멘탈은 어쩔…. 엔딩의 후유증이 거의 보름은 갔던 것 같다. 그렇다고 보름 후에 회복됐는가 하면 절.대. 아니고 이 후유증은 휴화산이 되어 강산이 바뀌도록 떠올릴 때마다 분화의 여진이 온다.

 

소년만화임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섬세한 감성만화 H2의 특별함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 히데오에게 있다.

삼각관계의 연적인 이 놈이 괜찮아도 너무 괜찮은 놈이라는 거.

"네가 조금만 덜 좋은 놈이었어도(정확한 대사는 가물하지만 의미는 같다)" 자조하던 히로의 대사에 십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멋진 놈 히데오. 역설적인 얘기지만 그래서 엔딩을 감당하기가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욕이라도 할 수 있으면 깔끔할 텐데 어장녀 히카리의 선택을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니 더 분한 심리.

 

H2의 엔딩이 안타까운 포인트는 역시 히로가 인정하듯 "내 성장이 좀 느렸을 뿐이고, 사춘기가 좀 늦게 왔을 뿐이고."

뭐든 때가 있다. 특히 사랑은, 때를 놓치면 그걸로 끝이다.

 

마지막의 마지막.

고시엔 결승전 9회말 2아웃. 정면대결 승부에서 결국 한 사람은 승리를, 다른 한 사람은 사랑을 선택한다.

차지하는 게 아니다. '선택'이다. 히로의 선택, 히데오의 선택. 히로는 승부에 집중했지만 히데오는 순간 흔들렸다. 히카리를 더 원했던 건 결국 히데오였다는 의미.

승부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히로는 사랑을 잃고 승리를 얻었고, 승부에서 흔들렸던 히데오는 승리는 잃었지만 사랑을 얻는다.

 

히로, 히카리는 잊어버리고 부디 메이저리그에서 하루카랑 행복하게 웃으렴!

 

팔꿈치 부상을 입고 의사로부터 야구를 그만두라는 진단을 받은 히로가 집 마당에서 글로브를 태우는 장면.

 

"히로야, 너 뭘 태우고 있는 거니?"

"내 청춘."

"엄마가 보기엔, 그런 것보다 네 침대 밑에 있는 야한 책이나 태우면 어떻겠니?"

"그건…

내 목숨이야."

 

- H2 1권(소장본)

 

 

영상은 H2를 읽고 만들었다는 델리스파이스의 '고백'과 H2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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