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으로의 초대'
가왕결정전이 있는 주말은 일찌감치 '복면가왕'을 기다린다. 이유는 당연히 음악대장 때문.
지난 24일 음악대장의 선곡은 '일상으로의 초대'였는데 좋아하는 노래라 이 선곡이 무척 반가웠다. 한편 수미상관이라고, 첫 가왕 선곡이었던 故신해철 씨 노래로 마지막을 장식할 생각이었나 싶었다. 편곡도 '하여가'와 비교하면 한층 차분했고.
근데 나는 이 무대가 참 좋았다. 첫 가왕 때부터 줄곧 음악대장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훅- 북받치면서 올라오는 게 있는데 역시 가사 전달 때문인가 싶었다. 발성이 굉장히 정확해서 가사 하나 하나가 또렷하게 귀에 들어오니 절로 노래에 몰입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번에도 예외없이 또 울컥...
개인적인 욕심으론 음악대장이 가왕에서 안 내려왔음 좋겠다.
2. '결혼계약'
엊그제 종영했다. 주말드라마인데 16회라고 하여, 종영하면 한꺼번에 보려고 기다리던 중 비보가...
뭐? 유이가 죽는다고? 15회 방송 후 커뮤니티 반응을 보고 부랴부랴 검색하니 PD의 인터뷰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풍기는 이거슨 '배드엔딩'? 난 좀 이쪽으로 감수성이 예민해서 보통 사람들보다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한마디로 후유증이 오래 간다. 그래서 새드는 아예 안 보는 취향. 결말 스포일러를 꼭꼭 챙기는 것도 그런 이유고. 하여간에.
월요일인 어제. 본방사수하는 동친에게 물었다.
"유이 죽었어, 살았어?"
동친 말을 가만 들으니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수술은 했지만 응급처치일 뿐 여전히 위험 요소는 남아 있다, 뭐 이런 얘긴 거 같다.
뭐야, 새드야?
실망한 내가 응? 뭐? 응? 뭐? 도돌이를 하니 동친 말이,
"새드가 아니라 해피엔딩인 거지. 일단 안 죽었고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죽는 날까지는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거니까."
한다. 아, 그 순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했다. 사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누구나 다 시한부 삶을 살기 시작하는 거 아닌가. 바로 1분 뒤에 죽을 수도 있고 수십 년 뒤에 죽을 수도 있고.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마라.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 잠언 27장 1절
3. 소설을 읽다가
1인칭 화자 시점의 소설을 읽던 중, 거의 결말에 이르렀을 때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이게 의식하고 느끼는 게 아니라 정말 불시에 급소를 맞는 것처럼 감정이 순간적으로 확 증폭되는 거라, 그 순간엔 왜? 와이? 나니? 스스로도 어리둥절했다. 그도 그럴 것이 1인칭 화자 시점임에도 나를 울컥하게 한 건 '나'가 아니라 '그'였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나의 눈에 비친 그의 감정'인데 한편으론 그의 내면이 '나의 시선과 주관'에 의해 비틀리고 왜곡되어진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결국 나를 울린 건 그의 감정이 아니라 나의 감정이기도 하다(뭐가 이리 복잡;;;). 그래본들 공허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정이입했고, 뭉클했고, 울컥했고, 훌쩍 했다.
내 꼬맹이 때 별명은 '수도꼭지'였고, 별명 참 잘 지었다 싶게 잘 울(었)고, 지금도 슬프거나 피폐한 거 못 보고, 감정이입하다 못해 청승 떠는 것도 여전하다. 다만 예전에는 주로 영상이 나를 울렸다면 최근 나를 울리는 매체는 거의 '책'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2mb 정부에 들어서면서 집에서 TV를 치워버렸기 때문인데 TV 공익광고를 보면서 훌쩍거리는 모지리 짓을 하느니, 책 들고 훌쩍 거리는 게 훨씬 낫다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