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1. 온라인서점, 까놓고 알라딘의 굿즈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초창기에 너무 달렸더니 개정도서정가제를 시작할 무렵부턴 굿즈 그게 뭔데? 무심하게 되었으니. 그리하여 난 더이상 굿즈 물욕은 없어- 했다만. 그럼에도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서 본 노트북용 파우치는 쫌 탐났다. 책 두세 권이면 딸려오는데 난 왜 당시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이패드 파우치가 필요한데 영 눈에 차는 게 없어서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황금쌀로 지어올린 밥상을 받은 임금의 우화. 황금쌀을 아무 그릇에나 담을 수 없으니 황금 그릇에, 금수저로... 이렇게 상다리는 온통 황금이 물결치고 나라살림은 기우뚱하고. 동서고금 욕심이 욕심이 낳고, 소비가 소비를 부르는 거다.
2. 오늘도 열심히 온라인서점 보관함을 채우며. 가끔 가지는 의문, 나는 책을 왜 살까 하였다. 청소년기일 때야 학교 공부하면서도 하루 두세 권도 너끈하게 읽어내렸지만 성인이 되고나니 책 한 권에 할애하는 시간에도 인색해졌다. 그런 주제에 책을 사고, 사고 또 사니... 가끔 책장을 보면서 죽기 전엔 다 읽겠지, 하루에 1권이면 몇 년에 몇 권... 손가락을 꼽는 버릇이 들었다.
3. 요즘 TV 예능은 삽질하는 게 유행인가.
특히 jtbc. 막 버프 받는 '속사정살롱'을 종영시키질 않나, 잘나가던 '비정상회담'은 멤버들 바꾸면서 포맷을 요상하게 바꿔버리질 않나. tvN의 '비밀독서단'도 마찬가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인기를 끌었던 요소를 버리고 굳이 새 포맷을 들이민 제작진. 일단 송은이와 김숙의 투입은 패착으로 보인다. 둘 중 한 명이면 모를까 콤비로 활동하는 두 사람을 동시에 캐스팅한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꼭 송김의 개인방송을 보는 기분.
<비밀독서단>에 덧붙여. 7월엔 '작가'기획이었는데 박범신, 강신주, 은희경, 김연수, 윤태호가 출연했다.
순전히 개인 취향으로 작가들의 책을 추천해보면,
박범신『외등』
은희경『태연한 인생』
김연수『밤은 노래한다』
정유정 『히말라야 환상여행』
소설가가 아닌 강신주, 윤태호는 제외.
은희경 입문작이라고 봐도 무방할『새의 눈물』도 제외.
정유정은 정작 여행에세이에 반해 소설로 옮겨간 경우인데『히말라야 환상여행』 정말정말 재미있습니다. 피서지 독서용으로 강추.
괜찮았던 출연자는 윤태호.
별로였던 출연자는 강신주.
사실 윤태호를 제외하면 다 고만고만했다. 작가들이 출연하면 으레 기대하는 것들이 있는데 방송 내내 엉뚱한 곳에서 우물 파는 걸 지켜본 기분.
시즌2 출연진을 보면 시즌1보다 눈높이를 낮추고 보다 대중적인 포메이션을 지향한 건 알겠다. 알겠는데 출판 경기 불황에도 꾸준히 책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시류를 타지 않는 장서가, 애서가들이다. 한마디로 책을 좀 아는 시청자가 대부분이고 시즌1이 재미있었던 건 그런 눈높이를 맞추었기 때문인데 '인포'를 버리고 '예능'을 선택했으니 자연히 화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