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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8957 bytes / 조회: 1,077 / ????.11.24 15:18
책 & 방송 잡담


<책 잡담>

 

- 오늘도 책장 앞에서...

책을 찾느라 책장 앞에서 헤맸다. 이번엔 조지 오웰의 장편. 국내에선 절판됐는데 간밤에 문득 생각나서 찾아보니 없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뒤졌는데 역시 못 찾았다. 책장을 다 뒤지려니 엄두가 안 나서 일단 포기.

책장에 책을 분류하는 우선 순위는 전집(or시리즈) > 작가 > 출판사를 선호하는데 책이 사라지는 일은 대개 작가로 분류했을 때 발생한다. 배송받았을 때 제 위치에 성실하게 잘 꽂으면 되는데 그걸 나중으로 미루고 대충 보이는 빈 칸에 꽂다 보니 정작 책을 찾으면 안보이는 일이 발생하는 거다. 문제는 안 보이는 책 중에 이 책을 샀는지 안 샀는지 헷갈리는 경우. 게다가 그 책이 절판된 걸 알게 되면 그때부턴 걍 멘붕.

 

- 품절도서

지난달 일. 책 한 권을 주문했는데 주문 직후 품절 표시 뜨더니 한 달 뒤 재출간이라는 알림과 함께 배송일도 그 날짜로 수정됐다. 그리고 어제. 정확히 한 달 만에 주문취소 요청 메일이 왔다. 예전같으면 여기저기 뒤져서 책을 구할 텐데 이젠 그런 열기도 한풀 꺾여서. 출판사가 나중에라도 재간해주면 좋고, 다른 출판사가 판권 구입해 복간해주면 그것도 좋고.

 

 

- 리커버 한정판 도서

 

 

 

이미지는 알라딘 단독 한정판 리커버 도서.

<문장강화><이갈리아의 딸들>은 품절이고(한정판이니 아마 절판의 의미일 것이고), 로맹 가리의 소설은 최근에 나왔다. 나는 모두 갖고 있는 책이라 그냥 패스했는데 다만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고민이 좀 있었다. 해방 전에 쓰여진 이 책은 지금도 무수히 쏟아지는 '글쓰기 류'의 어떤 책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류에서 최상위로 꼽는 책.

 

올 초 교보문고의 K-리커버를 시작으로, 아마 교보의 K기획이 반응이 좋았던 모양이지만, 리커버 한정판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출판사 기획도 있고, 온라인서점과 콜라보 기획도 있고.

근데 쏟아지는 리커버 기획을 보니 문득 궁금하다. 리커버 한정판의 수요자는 이미 책을 가지고 있는 기존 독자일까, 책을 처음 접하는 신규 독자일까. 모르긴 해도 신규만큼 기존의 독자가 수요에 한 몫 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개정도서정가제 시행 2주년과 관련해 기사 몇 개를 읽었는데 논조가 통일적이다.

시행 후 동네서점이 되살아났고, 책 가격이 떨어졌으며 그리하여 성공적이라는 것.

다른 건 둘째치고, 개정 전보다 책 가격이 떨어졌다는 기자에게 그 통계 자료 한번 보자고 진심 요구하고 싶다.

아무 온라인서점에 들어가서 신간 가격만 훑어봐도 안다. 책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덧.

<이갈리아의 딸들>에 사족을 달자면, 홈에 한번 언급했던 것 같은데 내용은 사실 별 거 없다. 성 역할이 바뀐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성(性)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키워지는 것임을 주제의식으로 삼는다. 물론 이 책이 처음 번역되어 나온 시기, 즉 아직까지 3대가 함께 살거나 세대가 왕래하는 게 당연하고 아들 선호가 유난하던 시절이라면 그 반향이 컸겠으나 1인 or 2인 가족 원룸이 주택시장의 새로운 파이가 되고 딸바보가 트렌드가 된 요즘에는 그닥 신선하지도 충격적이도 않은 내용이다. 중요한 건, 성평등과 같은 사회적 담론은 독서와 동시에 현장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다. 실상 이론을 통한 논의는 이미 끝났으며 그 논의가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야 할 시기인데 메갈 논쟁을 보면 지금 대한민국은 여전히 이론과 현장 그 틈바구니 어드메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방송 잡답>

 

- 팬텀싱어

1회 출연자 중 울림을 받았던 건 과장님과 연극인이었는데 과장님이 탈락해서 아쉬웠다. but. 본선을 앞두고 추가합격됐다. 제작진은 이런 구성 좀 버리면 안 되나. 왜 그리 반전 욕심을 못 버리는지. 하나도 안 드라마틱하거든요! 

2회에서 인상에 남았던 출연자는 현직 가수 오치영. 춘향가 중 옥중가의 한 대목에 곡을 붙힌 창작 판소리 '쑥대머리'를 불렀는데 너무 좋아서 방송 직후 폭풍검색했다. 수지가 <도리화가>에서 부른 '쑥대머리'는 쑥대머리가 아니었음을 진정 난 몰랐네. 도리화가를 본 M이 "왜 업계 관련 배우를 안 쓰고…" 라고 했는데, 1년이 지나서야 그 말을 이해함.

'가수' 오디션 프로를 보면 늘 느끼는 건데, 노래를 듣고 느끼는 감동은 가수의 기술적/기교적인 완성도와 별개라는 걸 확인한다.

방송을 보면서 살짝 어이없었던 건 업계의 스타라는 윤** 출연자. 재능도 있고 인기도 있고 업계에선 이미 제 몫을 하고 있는 친구이니 그냥 탈락시키기엔 아까웠으리라는 건 이해한다만, 공정성은 씹어드셨는지? 어쨌든 <팬텀싱어>의 정체성은 동일한 위치와 조건에서 경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지 않은가. 누구에겐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고 자기 꿈을 실현하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 원숭이가 나무에서 한번 떨어졌다고 원숭이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기회의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그것이 정당한가는 고민해볼 문제. 떨어진 원숭이는 버리는 게 맞다. 누구는 실수도 능력이라고 가차없이 떨어뜨리던 업계의 편애 현장을 보는 것 같아 동친을 붙잡고 하소연을 하니 동친 왈, "방송이잖아" 한다.

여담이지만 최근 몇 년 간 수직상승한 뮤지컬의 흥행과 인기를 보면서 의아했던 건 내겐 이 장르가 돈 아까운 대표적인 문화 취미이기 때문. 물론 내가 뮤지컬을 보러 다녔던 시기는 유명 가수 or 배우들이 무대를 차지하기 전이라 내 불호는 정보부족으로 인한 편견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국내 창작뮤지컬의 근황을 보면 작금의 뮤지컬의 흥행은 그 요소가 지나치게 스타에 의존하는 듯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 파파이스 121회

장담하건데 이 회차에는 내가 지금껏 본 중에 가장 멋있고, 내가 가진 존경을 다 퍼부어도 하나도 안 아까운 어르신 한 분이 등장한다. 바로 경주최부자의 종가를 잇는 종손으로 우리 나이 여든넷인 최염 옹이시다.

 

- 비밀독서단VS

<비밀독서단>의 스핀오프라고 하는데 본편보다 훨,훨,훨씬 재미있다. 그만큼 본편이 재미없다는 얘기. 제작진이 머리에 총 맞았는지 잘 만든 포맷을 버리고 알맹이는 없고 포장지만 잔뜩 우겨넣은 정체모를 시즌2와 시즌3을 내놓더니만 방영을 일시 중단하고 시즌4를 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신기주와 조승연이 입담을 펼치는 시즌오프 VS를 내놨다. 시즌2였던가 김태훈과 조승연이 '썰전'하던 코너와 같은 포맷. 그냥 이 포맷으로 정규를 가는 게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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