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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11063 bytes / 조회: 1,228 / ????.04.08 18:25
이것저것 단상


::: 2012.12.29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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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잡지는 모으지 않는데 어쩐 일로 딱 한 권 챙겨놓은 잡지가 시사인이다.

12년 대선멘붕 이후 두문불출하다 시사인을 사면서 다만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5년 뒤에 이 잡지를 꼭 다시 꺼내 읽겠다고. 지금의 마음을 잘 보관했다가 5년 뒤에 다시 꺼내보겠다고.

그리고 만 5년 째. 올해 대선은 겨울이 아니라 봄이다. 그것도 '한창 봄' 이다.

그렇지만 신문/방송/인터넷 언론이 하는 꼬라지를 보니 12년이나 17년이나 달라진 건 앞당겨진 대선날짜 뿐인 것 같다. 악의 연대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악덕 농장주를 몰아냈더니 돼지가 농장주 짓을 하려고 한다. 더 가관인 건 돼지가 인간 흉내를 내는 것이다. 후보 얘기가 아니다. 언론 얘기다. 후보는 잘못 없다. 후보를 등에 업고 썩은이빨을 번득이는 놈들이 잘못이다.

아 쫌. 그만 쫌. 제발 쫌.

 

 

::: 지름을 부추기는 문고판 곰브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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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aladin.co.kr 

 

지름을 부르는 예쁜 책. 문고판인데 너무 예뻐서 환장한다.

대체 언제 나온 거야. 출간일을 찾아보니 무려 13년 8월이다. 근데 난 왜 몰랐지? 

자간 장평이 빡빡하고(cf.열린책들 문집) 도록을 책의 뒤쪽 절반에 배치하는 편집으로 가독성은 사진으로 보기에도 많이 떨어진다. 그럼 어때. 예쁘잖아. 예쁘면 다 용서함;

근데 문고판 가격이 왜 이리 비싼가. 일반판인 B5 판형보다 사이즈는 작고 두께는 더 두꺼운데 문고판의 페이지 수가 약 1/3 더 많다.

기존 책이 크기나 가격 때문에 부담스러웠다면 문고판을 읽으면 되겠다.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오래됐다는 의미의 '고'가 아니라 최고의 '고'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처럼 이미 가지고 있음에도 구매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게 하는 재간이 최근 유독 많이 나온다. 하우저의『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도 그렇고 천병희 교수의 원전시리즈도 그렇고.

 

 

::: 그야 물론 바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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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좋아 저것도 좋아, 가 취향의 역습인데 그럼에도 '그래도 역시 이게 제일'이라고 확인하는 순간이 있다.

이사하면서 어떤 짐은 정리하는 게 귀찮아서 대충 박스에 담아 창고에 쌓아뒀는데 그 중엔 CD도 있다. CD를 자주 듣는 것도 아니고 당분간은 오디오를 쓸 것 같지도 않아서 창고행에 당첨된 것인데 얼추 주변이 정리되고 나니 역시나 음악이 고프다. 그래도 귀차니즘이 더 강해서 참았는데 어젯밤에 CD박스를 뒤져야겠다는 충동이 불쑥 치미는 거다. 그리고 이어지는 의식의 흐름. 장르는 뭘로? 재즈가 좋겠어. 아니야 가성비 갑은 역시 클래식이지. 그래 클래식 당첨. 그럼 누구로? 그야 물론 바흐지.

 

 

::: 즉문즉설

예전에 한동안 즐겨찾아 가던 모사이트의 게시판은 잊을만하면 모 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이 올라오곤 했다. 스님의 현답의 감동을 공유하고 싶다는 작성자의 선한 의도는 이해하나 호기심에 눌렀던 링크는 매번 실망이었고 실망이 몇 번 되풀이되니 그 스님의 즉문즉설은 내겐 차창 밖으로 스치는 음식점 간판만큼도 흥미를 못 끄는 것이 되었다. 딱히 나만 그랬던 건 아닌지 그 중 중생의 고개를 갸웃하게 했던 대표적인 비공감 일화를 요약해 옮겨보면 이렇다.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학대당한 딸은 이제 장성했으나 여전히 학대의 기억으로 고통받고 있다. 부모를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을 미워하는 고통의 악순환을 토로하는 딸에게 내놓은 스님의 해법이라는 것이 부모의 학대도 사랑이라는 거였다.

스님,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즉문즉설로 실망을 준 사람은 또 있다. 강신주 작가, 정확하게는 강신주 작가의 태도인데 타인의 고민에 대한 그의 첫 일성은 언제나 "그게 왜 힘들어요?" 다. 항상은 아닐지라도 대개 그렇다. 그래서 나는 방송인 김제동이 대견하고 장하다. (어른에게 이런 표현 써도 괜찮을지;;;) 김제동이 타인의 고민을 대하는 태도는 첫째도 둘째도 '공감'이다. 나에 대한 이해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끌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타인의 이해로부터 나의 이해를 끌어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공감하지 않으면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 바로 앞의 두 사람에게 부족한 부분이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나는 엄마의 연으로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는 스님이 있으며 지금은 아니지만 스님의 암자에 년간 빼먹지 않고 안부인사하러 꼬박꼬박 들렀다. 불교학에 관심있는 친구의 꼬임에 D대학 대학원 준비를 잠깐 한 적도 있으며 내 책장엔 불교 관련 책도 부족하지 않게 꽂혀 있다. 분명히 밝히지만 이건 종교에 대한 실망도 비판도 비난도 아니다. 그저 그 종교에 몸담고 있는 '인간'을 향한 소고(小考)일 뿐.

 

 

::: 인생의 낭비

일찌기 퍼거슨옹이 말했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인생에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차라리 독서를 많이 하기를 바란다

 

실제 내용은 다르다는 얘기도 있지만 뭐 그렇든지 말든지 저 말에 틀린 부분이 없다는 게 중요하다.

츠츠이 야스타카라는 작가가 트위터에 '소녀상 망언'을 했고 이 내용은 곧 국내에도 알려졌으며 작가의 책을 출간했던 출판사는 해당 작가의 책 판매를 중단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등 조치를 했다. 누구인가 했더니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다. 파장이 크긴 했는지 곧 작가가 해명을 내놓긴 했는데 이 해명이라는 게 참 기괴하다. 인생불쌍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해명은, '댓글 폭주를 노린 장난'이었다고. 부디 오보였길 바란다. 뭐가? 해명이. 내 귀엔 망언보다 해명이 더 끔찍했다. 작가의 다른 저작을 보니 제목만 봐도 극우 냄새가 폴폴 풍기는데 이제서야 일이 터진 게 신기할 정도. <진격의 거인>도 초반에 잘 보다가 작가의 우익 성향을 확인하는 순간 관심을 끊었다. 아마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이런 작가들이 더 있을 거다. 내 책장에 안 꽂혔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인생의 낭비를 막기 위하여 작가는 독서 말고 무엇을 하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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