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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8390 bytes / 조회: 1,442 / ????.06.05 20:00
눈에 띄는 신간 두 권


:: 김상조 후보 공정거래위원장 채택 서명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mobile/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203369

원래 이런 거 안 하는데 야3 당이 '국민의 압도적인 의견' 어쩌고 우기는 꼬라지가 보기 싫어 냉큼 달려가서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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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tshell 이언 매큐언│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셰익스피어의 대표 비극 <햄릿>은 첫 공연 이후 오마주도 많고 패러디도 많고 현재까지도 2차, 3차 창작에 무한한 영감을 주는 작품인데 내가 알기로 아마 이언 매큐언의 신간『넛셸 Nutshell』이 가장 최근에 나온 햄릿 오마주이지 싶다. 근데 이 신간의 소개글을 보니 아이디어가 아주 참신하다.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는 엄마와 삼촌의 은밀한 음모를 엿듣는 건 다름아닌 엄마 자궁에 있는 '나' 태아다. 보아하니 두 사람의 계획이 성공해도 실패해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자궁 바깥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그리하여 '나'의 'to be or not to be'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오히려 햄릿보다도 더.

제목 'Nutshell'은 “아아, 나는 호두껍데기 속에 갇혀서도 나 자신을 무한한 왕국의 왕으로 여길 수 있네”(『햄릿』 2막 2장)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은, 가시방석 위에 앉아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자리가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데 풍경이 아름다워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시방석을 견디는 인내심을 요구한다. 차마 풍경을 포기할 수 없어 가시방석을 견디는 것이다.

아쉬운 건 표지. 책을 논하면서 내용이 아닌 껍데기 얘기를 한다는 게 좀 그렇다만, 책도 엄연한 상품이므로 표지 얘기를 해야겠다. 이왕에 셰익스피어, 햄릿이라면 표지가 좀 더 고풍스러워도 되지 않나 아쉬움이 든다. 표지만 보면 마치 4차 산업혁명 서적 같지 않은가. 실제로 작가 이름을 확인하기 직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호기심에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영미판과 표지가 같다. 표지까지 함께 계약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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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줄리언 반스│송은주 옮김 (다산책방)

 

줄리언 반스의 신간인데 주인공이 실존인물이며, 그 실존인물이 '쇼스타코비치'라는 사실. 우리나라에선 기억하기로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 왈츠가 ost로 삽입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했던 걸로 안다. 이후 cf와 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면서 지금까지도 가장 유명한 클래식 소품이 되었고.

쇼스타코비치의 활동시기는 스탈린 시대와 일치한다. 쇼스타코비치로서는 개인으로서나 음악가로서나 비극인데 자신의 작품이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선동하는 도구가 되는 걸 어느 예술가가 원하겠는가.

쇼스타코비치의 연대를 훑다보면 저항의 시기를 거치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이후 스탈린주의에 부합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데올로기적인 색채가 너무 또렷하고 적극적이어서 오히려 스스로를 향한 탄식과 조소인가 의심이 들 정도. 

언제가도 썼지만 업계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이 진보적이라고 평하는 모양이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하물며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부제가 붙은 5번 마저도 소비에트적, 선동적이라는 표현 외에는 안 떠오를 정도로 목적지향적이다. 스탈린 체제로부터 견제와 감시, 조국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만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시대의 비극이 낳은 또 한 명의 불운아임에 분명하다.

선동 예술하니, 임화가 떠오른다. 월북작가 임화의 시는 해방 이후 '전선에로!'를 노래하며 체제의 도구가 된다. 그 멋지고 잘생긴 모던보이 문학청년은 말그대로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 잃은 것은 예술'의 산증인이 되었다.

줄리언 반즈는 내 취향엔 썩 좋지도 썩 나쁘지도 않은 작가인데 신간이 쇼스타코비치를 다룬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반즈의 신간에 마음이 끌린다.

 

 

기타_

 

예전에 이언 매큐언의 원작『속죄』를 영화한 <어톤먼트>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 M에게 매큐언의 신간 얘기를 하던 중.

 

 

나 : 햄릿 알지?

M : 몰라

나 : 알잖아

M : 몰라

나 : 네가 햄릿을 알면 본론만 들을 수 있어

 

'내 수다'라면 아주 지긋지긋해하는 M에게 수다가 길어질 거라고 협박하니 M, '햄릿도 모르고 본론도 듣기 싫지만 햄릿을 모른다' 고 대답. 이쯤되니 슬슬 환장파티 시작.

 

나 : '사느냐 죽느냐' 알지?

M : 몰라

나 : '사느냐 죽느냐' 알잖아!

M : 처음 듣는다

나 :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몰라? 'to be or not to be'?

M : 모른다니까

 

대환장...

 

나 : 그래, 다 좋아. 근데 정말! 정말! 궁금해서 묻는데, 알지?

M : 몰라

나 : 알지? 진짜 모르는지 궁금해서 그래. 알지?

M : 몰라

 

하아......

그래, 난 어차피 수다가 특기고 취미니까 햄릿부터 들려주지! 그리하여, 아닌 밤중에 스맛폰 붙잡고 햄릿부터 매큐언의 신간까지 종알종알쨍알쨍알 대환장수다쇼를 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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