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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7239 bytes / 조회: 916 / ????.04.11 02:13
역시 갓시민 (feat.100분토론)


몇년만인지..., 드디어 돌아온 백분토론 첫방송에 유시민 작가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각잡고 기다렸다.

지금 집이 아니어서 내일 집에 가면 써야지 했으나 그럼 방송을 실시간 시청한 감상이 한풀 식을 것 같아서 취미에 없는 폰 붙들고 작성한다. 소니는 자판이 쿼티 뿐이라 그렇잖아도 폰으론 메시지 카톡도 잘 안 하는 내겐 이 짓이 너무 힘듦. 그런데도 폰 붙잡고 끙끙대는 건 그만큼 떠들고 싶은 욕망이 커서임. 수다는 인간의 4대 욕구임.

 

낮부터 여러 커뮤니티에 백분토론 유시민 출연 소식이 올라왔다. 그런데 암초가... 하아 나경원...... 그래, 전희경 전여옥이 아닌 게 어디냐. 그나마 나경원은 딴엔 판사 출신 금수저라는 계층적 허세가 있어서 머리끄댕이 잡는 개싸움은 안 한다. 구타 욕구와 욕을 부를 뿐.

 

오늘 출연 패널들의 경력을 보면 판사출신, 변호사출신, 현역 법학자이자 교수 그리고 경제학과 출신 현역 작가인데... 아니 왜 헌법 설명을 경제학 전공자가 하느냐고. 연장선에서 오늘 방송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두 장면을 꼽자면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차이', 그리고 백분토론 오늘의 어록인 "무식의 소치"인데 모두 유 작가 작품이다.

 

'무식의 소치'는 토지공개념이 토론 주제일 때 나왔다.

나 의원, 장 교수가 대통령 개헌안을 법률을 무시한 '사회주의 헌법' 이라고 이구동성 주장한다. 두 사람이 다 떠들 때까지 가만히 있던 유 작가, "법률로써 정한다는 규정이 엄연히 있는데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주장하는 건 무식의 소치'라고 비웃는데 이에 자기들이 갖고있는 개헌안에는 그런 문구가 없다는 나앤장.

유시민이 들고있는 개헌안은 청와대홈에서 다운받은 pdf, 나앤장이 갖고있는 개헌안은 출처가 나 의원 보좌관. 무식하다 소리들어도 싸다. 

여기까지 무식의 소치였다면 이어지는 장면은 무식의 인증이다. 

잘못된 자료로 헛소리 한 걸 알았으면 사과하고 반성하지는 못할 망정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굳이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나 의원 특유의 헛소리 물타기가 나오는데 진심 한 대 패고 싶더라. 니들 때문이잖아. 나라가 거덜나든 말든 니들 주머니 불리는 데만 관심있는 바로 니들 땜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상식인 줄 알지만 현행 안 지켜지고 편법이 난무하니 헌법에 명시하여 노동의 기본권을 지켜주자는 것이 아닌가. 나 의원 논리대로면 내용이 문제있는 것도 아니고 내용에 공감한다면 헌법에 명시 못할 건 뭔가.

 

그리고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차이'.

이건 장 교수가 유 작가를 콕 집어 질문한 것인데 지식의 범위와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감탄스러운 유 작가. 그가 늘 하던대로 쉽고 간단하게 차이를 설명하는데 마치 내 새끼 보는듯 뿌듯하더라.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념'에 대해 물으면 당황하고 대답을 잘 못한다. 내용을 이해도 하고 잘 알기도 하는데 막상 설명은 잘 못하는 것이다. 장 교수가 노린 것인지 직업병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장 교수는 유 작가에게 개념 파악을 시키는 헛발질을 했으니, 유 작가의 뛰어난 점 중 하나가 바로 개념정립이 잘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

포퓰리즘이 뭔가? 민주주의가 뭔가? 물으면 어렵지 않다. 그런데 둘의 차이점이 뭔가? 물으면 쉬운 질문이 갑자기 난해해지는데 개념 심화학습이랄지, 이런 질문 방식은 '개념 정립' 과정에서 얼마나 성실했는지 가늠하는 척도로 삼을 수 있다. 유시민은 이 '개념 정립'이 유난히 강한 양반인데 장 교수가 저 질문할 때 솔직히 뭐하자는 건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히틀러 나오고 무리수 시전 들어가신다. 아니 도대체 뭘 먹고 뭘 싸면 히틀러가 포퓰리스트라는 논리가 나옴?

뭐 어쨌든 유시민 님, 여전히 좋고 예쁘고 존멋인데 이제 정의당만 나오심 되는데... 더민주 가시란 얘기가 아니라 정의당을 나오셨음 좋겠음. 작가님 한명 보고 당원 유지하는 참여계열 당원들 보니 정말 눈물 나던데.

 

장 교수(이름 까먹음)의 화법은 강의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철학개론서 작가 서론 딱 그건데 음 그러니까 우리가 대개 말을 할 때 사전에 있는 단어, 표현을 쓰지만 사전을 나열하지는 않는다면 장 교수는 말하자면 사전의 가 영역을 쭉 읊는 느낌. 중간중간 단어는 들리는데 뭔소린지 전체 맥락은 도통 오리무중에 결론만 기억나는 이런 화법은 니가 내 얘길 이해하든말든 난 내 얘기만 한다는 전형적인 교수 강의 스타일. 그걸 집중해서 열심히 경청하는 유시민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나도 분발해야지.

일단 오늘 토론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장 교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민의식과 교조주의적 태도. 국민은 우매하다고 생각하는 그의 표현이 너무 적나라하고 대놓고라 화가 나는 대신 안쓰러웠다. 한마디로 '개고양이닭말염소인 너희는 돼지인 내 말만 따르면 돼'인데 아무려나 같은 물을 마시고 소는 젖을, 뱀은 독을 만든다지.

 

유시민 박주민 조합은 처음 보는데 티키타카 잘 맞더라. 개념 유시민+팩폭 박주민이 함께 앉으니 공수 모두 안정되고 탄탄한 팀을 보는 느낌. 각자 일당백 하다가 한번씩 합체 신공을 보여줄 땐 마치 옥녀소심검법을 펼치는 양과와 소용녀 같았달까.

 

나 의원은 생략합니다. 이미 방청객들이 충분히 해주었기 땜에... 근데 그 특유의 화법은 그가 왜 구타유발자인지 새삼 확인했네요. 왜곡 물타기. 주어를 빼먹던가 목적어를 빼먹던가 그래놓고선 반박하면 요리조리. 행인지 불행인지 주어없다에서 전혀 발전이 없네요. 전정권 까는 코스프레로 부활한 ㅈ선배에, 미모 왕관 내놓으라며 갑툭튀한 ㅂ후배에, 입만 열면 빨갱이 빨갱이 레드컴플렉스가 암말기 수준인 ㅈ후배까지... 자리보전 하시려면 더욱 분발하셔야 할듯.

 

마지막으로 사회자는 아마 교체되지 않을까 싶다. 관전해야할 사회자가 눈치 없이 자꾸 참전하려고 드니 등대 없는 바다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손석희 앵커가 이쪽에선 확실히 독보적이다. 손 앵커 같은 후배 인재가 분명 또 있으리라 기대하며, 돌아온 백분토론 오랜만에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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