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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13015 bytes / 조회: 1,352 / ????.05.01 22:38
미드 <The Terror 시즌1> 2화까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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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과 미드 '워킹 데드' 제작진이 참여한 amc의 신작 미드 'The terror'는 2017년 발표한 댄 시먼즈의 동명소설 <The terror>를 원작으로 한다. 현재 시즌1 방영중.

<The terror>는 1845년 북서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존 프랭클린의 지휘 아래 129명의 대원과 3년치 식량을 싣고 출발한 영국 해군 선박 Erebus호와 Terror호가 2년 후인 1847년 실종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호러 서스펜스. 참고로 북서 항로는 많은 탐험가들의 희생을 거쳐 1906년 아문센에 의해 항로가 열린다.

 

존 프랭클린 탐험대의 비극을 연대로 정리해보자면,

 

1945 Erebus, Terror 그린란드 서쪽으로 출항

1947 연락 두절 및 선박 실종

1953 1차 수색대, 북캐나다 인근에서 에스키모 이누이트족의 도움으로 실종 대원들로 추정되는 잔해 발견

1959 2차 수색대, 북캐나다 인근에서 실종 대원들이 남긴 메모 발견. 메모에 의하면 그들은 1946년에 처음 얼음에 갇혔으며, 1948년 전멸한 것으로 추정.

 

배경 설명은 이쯤에서 줄이고, 미드 <The terror> 1화로 돌아와서.

프랭클린 탐험대를 찾기 위해 파견된 수색대원과 에스키모인의 대화로 시작하는 오프닝을 지나면 빙산을 헤치며 항해하고 있는 Erebus호와 Terror호가 등장한다. 제목 'terror'는 배 이름이다.

 

오프닝 장면에 대해 부연하자면 이 드라마의 장르를 호러, 미스테리, 서스펜스이게 하는 요소는 이 오프닝 장면에 다 있다. 팩션의 성격을 직접적이고 본격적으로 드러낸 장면이기도 한데, 수색대가 에스키모인을 만나 실종된 탐험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팩트이지만 에스키모의 목격담, 그러니까 에스키모인이 생존한 대원 - 구체적으로 크로이저 함장 - 과 대화를 나누었다거나, 살아있는 탐험대원들의 뒤를 괴생물체 툰벅이 쫓아가는 것을 봤다는 증언은 픽션이다.

툰벅은 묘사로 보아 빅풋을 연상케하는데 마침 실종 대원들이 발견된 장소가 캐나다 북부 지방이니만큼 아마 괴생물체를 탐사대원들의 실종-전멸로 이어지는 실화와 결합시킨 듯하다. 즉 오프닝 장면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실종된 탐사대원들의 휴먼드라마가 아닌 미스테리 공포임을 미리 예고하는 프롤로그인 셈.

 

북서 항로 개척을 향한 기대와 환호 속에 출발한 프랭클린의 탐험대는 현재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쇄빙선 Erebus는 엔진이 빙산 조각에 손상됐고, 어린 대원 하나는 원인 모를 괴질로 사망, 또다른 대원은 바다 추락으로 사망하는등 연이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탐험대 수장이자 Erebus호의 함장인 프랭클린은 Terror호의 함장 크로이저를 비롯한 장교를 모아 회의를 하는데 프랭클린은 배가 손상당했음에도 항해의 성공에 매우 낙관적이다. 그에 크로이저가 반론을 펼치는데, 크로이저는 엔진이 고장난 Erebus를 버리고 모든 연료를 Terror에 투입해 속도를 내어 해협을 통과할 것을 주장한다. 이유는 겨울이 오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빙산의 변화를 예상할 수 없으며 자칫 빙하에 갇힐 위험이 있다는 것. 그러나 프랭클린은 크로이저의 경고를 무시한다.

이때 프랭클린을 향한 크로이저의 대사가 인상적인데 대사에 담긴 경고가 서늘하다.

 

"It's our best and probably only chance"

 

흔히들 '최악'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만 사실 진짜 최악은 없다. 왜냐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그것을 개선할 '기회'가 남아 있기 때문. 기회의 양과 질이 만족스럽지 않을 뿐이지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다. 하지만 화수분 같던 기회도 동이 나는 순간이 결국은 오는데 바로 나쁜 선택을 거듭할 때다. 하필 1846년의 프랭클린 함장이 그랬다. 프랭클린에겐 분명 기회가 있었으나 나쁜 선택을 한다. 전문용어로 운이 다한 건데 프랭클린의 운이 다한 거야 그렇다치고 죽을 자리를 알고도 가야 하는 크로이저는 무슨 죄냐... 개인적으로 왜 합리적/논리적 이성이 비합리적/비논리적 감성을 이기지 못하는 건지, 이거 진짜 궁금.

역시 이어지는 장면. 크로이저의 "this place wants us dead" 는 위의 대사와 더불어 드라마 <The terror>의 방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아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굳이 함축적이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나 봄. : 이 장면에서 크로이저는 저 대사를 친구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고 운을 뗐는데 아닌 게 아니라 어디서 본 or 들은 것 같은 익숙한 문장이라 나중에 포털에서 검색했지만 결국 못찾았다.

 

아래 이미지는 크로이저의 경고대로 결국 빙하에 갇힌 탐험대가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쇄빙 선발대를 보내는 장면으로 2화의 오프닝이다. 재미있는 건(정확하게는 웃픈이지만) 여전히 상황을 낙관하는 프랭클린이다. 진행이 더 되면 달라질 수도 있지만 2화까지의 프랭클린 함장은 말하자면 사람은 좋지만 머리는 나쁜 상사의 전형이다. 원래 우두머리가 머리가 나쁘면 아래 놈들이 고생한다. 여기선 고생도 모자라 죽지만.

 

인간의 시야각이 닿는 지점은 지평선/수평선까지다.

출발선에서 빙하 저쪽을 바라볼 때 그레이엄이 본 것 역시 딱 거기까지였을 것이다.

상상력은 정보에서 나온다. 북서 항로는 미개척지였고 정보가 없으니 당연히 탐험대의 누구도 북극 빙하를 상상하지 못한다. 갇혔다와 빠져나갈 수 없다는 엄연히 다르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여전히 모르고 있고 그러므로 상황에서 벗어날 거라 낙관한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winter is coming'인 것이다.

물론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이 현재 있는 곳은 광활한 우주의 한 점과 다를 바 없으며 그들은 북극 빙하의 미아가 되었다.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들은 다른 선택을 했을까. 아이러니하지만 아마 알았어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이 삶을 사는 방식도 다르지 않다.

어쩌면 삶은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쇄빙대원들이 떠나는 장면을 보는데 함선이 마치 인간처럼 보였다. 광활한 우주에 미아처럼 내던져진.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되리라

슬프고 오래된 이 세상은 즐거움을 빌려야 할 뿐

고통은 자신의 것만으로 충분하다

- 엘라 휠러 윌콕스 '고독(sol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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