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차인가, 어느 장면인가 부터 지안이가 행복해졌으면 간절히 바랐다.
그냥 저 조그맣고 마르고 볼품없는 아이가 행복해졌으면 했다.
하루 한 끼를 먹어도, 한 계절 옷 한 벌만 입어도 지안이가 행복했으면 했다. 웃었으면 했다.
그래서 지안이가 아저씨한테 '괜찮은 사람이에요' 했을 때 나는 아저씨가 지안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생이든, 딸이든, 연인이든 뭐든. 아마도 나는 아저씨가 지안이의 가족이 되어주었으면 했던가 보다.
쉽게 풀 수없는 단단한 매듭으로 엮인 누군가가 되어 아저씨가 지안이 옆에 계속 있었으면 했다.
정희도 윤희도 유라도 다른 좋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지만 지안이는 아저씨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지안이가 아저씨를 만난 건 기적같았다.
기적이 일생에 다시 또 올 것 같지는 않아서, 그러니까 기왕에 온 기적이 지안이 옆에 계속 함께였으면 했다.
예뻐진 지안이, 밝은 대낮 거리에 우뚝 선 지안이, 편안해진 지안이를 보니 좋았다. 마냥 좋았다.
오랜만에 웰메이드 드라마를 보았다.
고마워
그지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 보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살겠다
너처럼 어린 애가 어떻게
어떻게 나같은 어른이 불쌍해서
나 그거
마음아파서 못살겠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나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 못 살거고
그러니까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다 아무 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거?
다 아무 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거야
행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