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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8308 bytes / 조회: 1,004 / ????.07.14 01:11
두서 없이 잡담


1. 문학동네 세계문집 양장을 주문하면서 발견한 특이점...

양장본이 다 절판되기 전에 읽을 책은 미리 사두자는 생각에 리스트를 훑으면서 장바구니에 담는데 일본소설, 타출판사와 겹치는 소설은 제외했다. 이하, 그와중에 떠오른 이런저런 잡생각.

 

- 일본(인이 쓴)소설과 중국(인이 쓴)소설을 읽을 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점인데 일드, 중드를 볼 때 느끼는 정서와 일본소설, 중국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정서가 일치한다는 거다. 분명 한글인데도 중국인의 성조가 들리는 것 같고, 일본인의 과장스러움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달까. 유럽의 경우엔 프랑스 소설이 그러하다. 반면 한국소설은 별다른 한국인의 정서가 느껴지지 않는데 외국인이 읽는 한국소설은 또 다를지도 모르겠다.

 

- 문동 세계문집 리스트에 중국소설이 있었다면 아마 주문에서 안 뺐을 거다. 실제로 모옌 소설은 출간 직후에 샀다. 참고로 문동엔 중국소설이 모옌 한 권만 있다. 그에 반해 일본소설은 제법 많은 편. 비교하자면 민음사 세계문집은 그 반대로 중국소설이 일본소설보다 많다.

 

- 중국소설은 읽을 땐 별 감흥이 없는데 시간이 훌쩍 지난 후 별안간 어떤 장면, 어떤 대사가 송곳처럼 기억 속에서 튀어나올 때가 있다. 중국소설은, 그것이 어디서 연유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특유의 분위기랄지 독특한 인상이 있는데 묘하게 정서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 떠오르는 예는 쑤퉁의 소설인데 한 장면을 옮겨 본다.

 

천줘첸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쑹렌과 나란히 창 밖의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럴 때면 세상 전체가 축축하고 견디기 어려웠다. 화원은 텅 비었고 나뭇잎은 푸르러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멀리 저 자등나무가 바람에 쓸려 사람의 형상으로 흔들렸다. 쑹렌은 그곳의 우물과, 우물에 관한 소문이 생각났다.

"이 화원에 있는 것들은 조금 귀기가 느껴져요."

천줘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었다.

"어디서 그런 게 느껴진단 말이오?"

쑹렌은 자등 쪽을 향해 입을 삐죽였다.

"저기, 저 우물 말이에요."

"하지만 우물에 빠져 죽은 두 사람은 자살을 한 거요."

"죽은 사람이 누군데요?"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오. 전대의 여자 식솔들이지."

"첩이었을 거예요."

천줘첸의 표정이 단박에 일그러졌다.

(…중략…)

화원은 가을비가 내려 쓸쓸했다. 그래서 창 이편의 정사는 마치 죽음 직전의 정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쑹렌의 눈앞은 어둠컴컴했다. 화장대 앞의 몇 송이 자주색 데이지꽃이 희미하게 붉은 그림자를 반짝일 뿐이었다. 방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손에 잡히는 대로 향수병을 방문에 던져 깨트렸다.

천줘첸이 놀라 물었다.

"왜 그러는 거요?"

쑹렌이 대답했다.

"그 년이 훔쳐보고 있어요."

 

- '처첩성군', <이혼지침서>

 

오랜만에 쑤퉁을 검색했더니 죄다 절판, 품절이다. 찾아보니 국내에 중국소설이 안 팔린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진다. 안타깝다.

 

 

2. 앤토니

'앤트맨&와스프'를 본 사람에게 간절하게 묻고 싶은, '앤토니 살아있어요?'

앤트맨과 멋진 호흡을 맞추다 날개 한 장을 떨어뜨리고 화면 밖으로 사라진 앤토니는 어쩌면 혹시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남겼다. 그리고 <앤트맨&와스프> 예고영상을 보던 중. 앤트맨이 개미를 타고 나는 장면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는 걸 발견했다!

M에게 영화를 보게 되면 앤토니가 정말 죽었는지(=다시 출연하는지) 꼭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도대체 앤토니가 누군데" 라고.

앤토니를 모르다니...66.png

앤트맨이 타고 날아다니던 개미라고 알려주니, "거기 개미가 한두 마리냐" 고...66.png

"그냥 개미가 아니라 앤토니거든? 거기 개미 중에 앤토니는 걔 뿐이거든?" 분노하니 M이 "시끄럽다"고.66.png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고 그리하여 급검색해봤다. 검색어는 '앤트맨 앤토니'

헐...... 그리하여 몰라도 될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앤토니는 개미 427호였던 것이다. 그말인즉슨 앤토니 같은 개미가 적어도 427마리라는 얘기 아닌가.

슬픔을 못참고 M에게 이 얘길 했더니 "427마리를 매일 한 마리씩 바꿔 타도," 하길래 결국 참지 못하고 울분을 토했다.

"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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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 만화는 '캡틴 아메리카 vs 윈터 솔져'를 '앤트맨 vs 앤토니'로 패러디 스포한 것.

 

 

3. 기장 어드메....

기장 어드메에 밀면 숨은 맛집이 있다는 어느 블로거의 장담에 혹해서 갔다. 기장 어드메에. 밀면 먹으러.

밀면을 먹고 나서 '밀면의 맛'에 관하여 일행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일단 기장 어드메 밀면은, '특징 없는 평범한 육수에 면 넣고 양념을 얹은 게 전부'라는 합의를 봤다.

가게와 밀면의 사진은 찍었지만 중요한 맛 평가가 부정적이므로 포스팅은 안 하는 걸로.

다시는 일면식도 없는 블로거의 '맛집' 얘기에 현혹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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