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굴드, 바흐, 도이치 그라모폰 > 설(舌)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8363 bytes / 조회: 1,100 / ????.01.27 21:42
글렌 굴드, 바흐, 도이치 그라모폰


 

 

(위)1955년 /  (아래) 1981년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26년이라는 시간의 흔적이 연주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20190127222016_fb7e79cf5d5039e318e0163cfc5fed96_id1q.jpg

 

20190127222016_fb7e79cf5d5039e318e0163cfc5fed96_g2i7.jpg

 

20190127233801_fb7e79cf5d5039e318e0163cfc5fed96_mqx6.jpg

 

20190127234037_fb7e79cf5d5039e318e0163cfc5fed96_n6yu.jpg

 

20190127222017_fb7e79cf5d5039e318e0163cfc5fed96_srdu.jpg

 

은둔형괴짜와는 어울리지 않는 천진한 표정이 의외롭다고 느낀 건 역시 근본 없는 내 편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렌 굴드의 사진은 아래...

 

20190127225946_fb7e79cf5d5039e318e0163cfc5fed96_44wu.jpg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 왠지 천재 같아서......는 헛소리고, 그냥 이 사진을 보면 마음이 자글자글 끓는달지 그렇다. 피사체가 아닌 피사체를 바라보는 렌즈의 시선에 예민해진달까, 괜스레 기분이 수선스럽다.

 

공식이랄지, 편견이랄지 나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내가 고수하는 근본 없는 정의 같은 게 있는데 이를테면 베토벤은 에밀 길레스, 바흐는 글렌 굴드 같은 것들이다.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그 CD를 처음 듣던 날, 스피커에서 난데없이 이상한 소음이 들렸을 때 처음엔 잘못 들었겠거니 했고 다음엔 소음의 출처가 다른 곳이려니 했고 최종적으로 CD가 불량인가 했다. 그리고 검색을 해보고서야 글렌 굴드에게 연주 중 허밍을 하는 일종의 '기행'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대표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 일명 DG 컬렉션을 들으면서 자란 DG키드인데 카라얀, 아바도를 향한 근거 없는 호감도 DG의 영향이었던 것 같고,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약한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좋아했던 것도 DG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외에도 많지만,

 

20190128232540_92becca75eb5f9d2777c8758790c763e_hbgf.jpg

 

공식홈 https://www.deutschegrammophon.com/kr/album/discover/dg-history.html

 

하지만 DG 컬렉션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건 역시 바흐다. 어렸을 땐 이유도 모르고 막연하게 바흐를 좋아했는데 돌이켜보면 아마 '음악의 아버지 바흐'라는 관용구에 혹해서 관성적으로 클래식하면 바흐지- 요런 심리였던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애가 뭘 알겠는가. 기껏해야 음악의 아버지 바흐, 음악의 어머니 헨델이라고 하니까 바흐와 헨델은 부부구나 하는 수준이지.

 

여하튼 바흐를 좋아하는 이유가 언어를 통해 구체적인 개념으로 정리된 건 대학생 때였는데 모든 음악은 메탈로 통한다고 믿던 과동기 남사친이 그 이유를 가르쳐주었다. 참고로 이 남사친은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썸을 타다 남친이 되었으나 내가 유학 간 동안 맘 고쳐 먹은 구남친이다. 아울러 M이 지금까지도 나를 놀려먹는 '네가 차였지'의 나를 찬 주인공 되시겠다. 웬만한 로맨스소설/드라마/영화보다 재미있는 스토리인데 듣고싶다 하는 댓글이 10개가 넘으면 신나게 썰을 풀어보겠음. 장담하건대 현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감동휴먼웰빙힐링복장막장 스토리임. (댓글 5개에서 10개로 슬그머니 올림. 나는 low risk, low return 주의다.)

 

여튼, 그 친구가 한 얘기를 이 분야 전문가인 글렌 굴드의 육성으로 대신하면 이렇다.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이 푸가의 현존은 손가락의 위치로 표현되지만, 또한 우리가 샤워를 할 때 얻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음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젖은 머리를 흔들 때 양쪽 귀로 물이 흘러나오면서 나는 소리, 그것은 상상이 미치는 한 가장 근사하고 가장 자극적인 무엇, 가장 특별한 소리였다.”

 

출처. 네이버지식백과

 

정리하면 가장 정석적이고 안정적이며 편안하고 풍성한 화성을 들려준다는 얘기다.

그런 이유로 내가 바흐를 좋아하는 것이고.

 

 

 

2017년 04월 발매된 요요마의 <bach trios>중 05번 트랙은 17-18년 내 최다감상곡.

 

 

지난 연말에 DG 12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문제는 나는 전.혀.몰.랐.음.

솔직히 프로그램 구성이나 오케스트라 등등 딱히 취향이 아닌데다 콘서트에 얽힌 잡음과 관련된 여러 후일담까지 듣고 나니 콘서트를 놓친 것 자체는 별로 안 우울한데 콘서트가 있다는 정보조차 몰랐다는 그 사실이 우울하다. 살짝 멘붕이 왔달까...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391건 5 페이지
설(舌) 목록
번호 제목 날짜
331 바르트의 편지들 21.04.29
330 산 책, 빌린 책, 읽고 있는 책 21.04.29
329 법순 씨와 푼수 씨의 사정 21.03.15
328 그러하다 21.03.05
327 [비밀글] 사라진 책을 찾아서 21.02.12
326 독서 패턴 그리고 편식 2 21.02.05
325 듄(DUNE) 신장판 2 21.02.05
324 단상 21.02.05
323 품절 21.01.23
322 'The only story' 혹은 '연애의 기억' 19.10.23
321 이게 고흐라고? 19.10.18
320 스탕달 신드롬 19.10.07
319 별 일 없이 산다 19.07.14
318 최고의 만담커플 '돈키호테 vs 산초' ??.04.07
글렌 굴드, 바흐, 도이치 그라모폰 ??.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