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 신드롬 > 설(舌)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8179 bytes / 조회: 1,258 / 2019.10.07 12:20
스탕달 신드롬


시작이 뭐였는지...

이거였나... 저거였나... 아, 그건가...

그렇게 더듬어 올라가니 아마 '소설'이 시작이었던 듯 싶다.

 

최근엔 책 살 때를 제외하면 온라인 서점에 거의 접속 안 하는데 오랜만에 알라딘 온라인에서 놀다가 줄리언 반스의 미술 관련 신간을 장바구니에 담고 수순처럼 작가의 근작을 확인하려 검색했는데 눈에 띄는 책이 있다.

 

20191007132840_51227f89bcac287683fa062d2788e8a6_w1gc.jpg

 

바로 요거 <연애의 기억>

 

그리고 이 소설을 시작으로 연애소설이 읽고 싶다는 충동이 불쑥 들었고 이 충동이 들불처럼 다른 장르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일단 줄리언 반스는 딱히 선호 작가가 아니어서 도서관 어플에서 검색해보니 마침 비치도서에 있길래 바로 도서관으로 고고. 여담이지만 나는 이 영국인 작가를 왜 자꾸 프랑스인으로 착각하는지 모르겠다.

<연애의 기억>을 비롯해 연애소설 몇 권 더 대출했는데 부디 그레이 씨 50가지 그림자 같은 류는 아니었음 한다. 물론 틴로맨스도 아니어야 하고.

 

오랜만에 연애소설을 읽고 싶은 충동은 영화로 옮겨간다. 개봉작을 설레며 기다리는 그런 마음으로 지나간 옛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 온 몸이 들썩거리는 것이다.

 

20191007173815_51227f89bcac287683fa062d2788e8a6_v8vy.jpg

 

20191007173944_51227f89bcac287683fa062d2788e8a6_xhdq.jpg

 

<화양연화>와 <만추>

역시 연애하는 영화. 공통점은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거.

 

이쯤 되니 갑작스런 이 충동의 배경은 도대체 뭔가 싶다.

가을 타나...

 

그리고 음악.

뜬금포 엘라 피츠제럴드가 허기지는 거다.

 

20191007174354_51227f89bcac287683fa062d2788e8a6_xfkz.jpg

 

원래 좋아하는 Jazz 넘버는 가볍게 들을 수 있는 Contemporary 계열인데 CD를 찾으려니 귀찮기도 하고 막상 귀가 계속 요구하는 건 피츠제럴드라 결국 swing에서 시작해 누재즈로 넘어가면서 오후내내 우리집은 parov stelar의 'booty swing'이 무한 리플레이 되고 있다.

 

 

 

 

 

 

실은 개인적으로 꽤 오랫동안 문화암흑기를 겪고 있다. 책도 영화도 좀처럼 집중이 안 되고, 집중을 못하고. 읽고, 보고 하기는 하는데 심드렁하달지 시시하달지 뭐 그렇다. 예술인으로 치면 슬럼프 쯤 될 이런 증상이 꽤 오래 지속되고 있고 개인적으로 좀 괴로운 시기인데 요며칠, 정확하게는 지난 금요일에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고 주말을 거치면서 불현듯 긴 터널 같던 암흑기도 이젠 끝인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지나가는 변덕은 아니어야 할 텐데.
 

 

20191007192800_51227f89bcac287683fa062d2788e8a6_2aif.jpg

주말 충동엔 피카소도 있다. 대개가 그렇듯이 나도 입체주의, 추상주의 등 현대미술에 관심이 없다시피 했는데,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현대미술은 일부 현학자들의 지적(知的) 선민주의, 지적 점유주의인가 비판적이었는데 그런 편견을 깬 계기가 피카소의 <우는 여인 Weeping Woman)>이다. 

아마 하필 그림을 볼 때. 1분 전도 1분 후도 아닌 바로 그 순간(on time)에. 내 정서의 어느 부분이 <우는 여인>이 가진 어떤 심상과 교감 합일이 이루어졌던 것 같은데, 솔직히 진짜 이유는 여전히 모른다. 분명한 건 그림을 보는 순간 굉장히 마음이 아팠고 고백하자면 좀 울었고.

 

- 'weeping'은 '우는'이라고만 해석하기엔 원어에 담긴 뉘앙스의 전달이 충분치 않다. '우는' 보다 '흐느끼는'에 가깝다.

 

- 화가의 명화를 갖는 것에 대하여 M과 의견을 나누었다.

일단 예술을 개인이 사적으로 점유하는 것에 대하여 M과 나는 다른 태도를 갖고 있는데 M은 보고 싶으면 갤러리에 가서 보면 된다 주의고, 나는 내 집 거실에 놔두고 봐야 한다 주의다.

가끔 떠오르면 구입할까 생각만 하던 것을 주말에 충동이 인 김에 본격적으로 <weeping woman> 캔버스를 구입하려고 알아보다 M에게 조언을 구했다. M이 원화는 어떤 기법으로 그린 거냐 묻는다. 그래서 유화라고 대답하니 단호하게 구입을 반대했다. 위작이든 모작이든 실제로 그린 실물이면 모를까 인쇄 프린트를 굳이 가질 이유가 있느냐는 게 M의 반대 이유였다. 원화인 유화의 질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결국 그것이 그 그림을 이루는 전체인데. 그럴거면 차라리 모니터로 보라는 거였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의견이었고 바로 구매 계획을 접었다.

 

 

스탕달 신드롬 (Stendal syndrome)

뛰어난 미술품이나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각종 정신적 충동이나 분열 증상.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성당에서 겪은 정신적 육체적 경험을 자신의 저서 《로마, 나폴리, 피렌체(Rome, Naples et Florence)》(1817)에서 묘사하였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391건 5 페이지
설(舌) 목록
번호 제목 날짜
331 바르트의 편지들 21.04.29
330 산 책, 빌린 책, 읽고 있는 책 21.04.29
329 법순 씨와 푼수 씨의 사정 21.03.15
328 그러하다 21.03.05
327 [비밀글] 사라진 책을 찾아서 21.02.12
326 독서 패턴 그리고 편식 2 21.02.05
325 듄(DUNE) 신장판 2 21.02.05
324 단상 21.02.05
323 품절 21.01.23
322 'The only story' 혹은 '연애의 기억' 19.10.23
321 이게 고흐라고? 19.10.18
스탕달 신드롬 19.10.07
319 별 일 없이 산다 19.07.14
318 최고의 만담커플 '돈키호테 vs 산초' ??.04.07
317 글렌 굴드, 바흐, 도이치 그라모폰 ??.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