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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3346 bytes / 조회: 907 / 2021.10.01 22:03
나비효과


봄날의책이 출간한『슬픈 인간』을 읽고 이어진 근황...

 

봄날의책에서 출간한 산문집 두 권을 구입하고, 

내친김에 다른 출판사가 출간한 일본 작가들의 산문집을 구입하고,

『슬픈 인간』에서 건져올린 작가 하라 다미키의 대표 단편이 수록된 『태어나서 미안합니다』(출판사 제정신이냐, 제목센스가 왜 이럼;;;) 구입하고,

지만지가 출간한 『하라 다미키 단편집』을 구입하고(지만지의 역가성비는 언제나 존경스럽다)...

 

그나마 작가가 국내 비인기(=덜 알려진) 작가인데다 남긴 작품이 별로 없어 번역된 책도 다섯 손가락을 안 넘는다. 다행인가? (아니... 불행이다)


여기까진 무탈했는데 지만지의 『하라 다미키 단편집』을 펼치고 훌훌 넘겨보다 「심원의 나라」에서 덜컥 방지턱에 걸렸다.

『슬픈 인간』에선 「염원의 나라」로, 지만지에선 「심원의 나라」로 제목은 다르지만 같은 글인 하라 다미키의 산문이 어쩐 일인지 전혀 다른 온도로 읽히는 것이다. 혹시나 하여 홈에 리뷰하면서 발췌했던 「염원의 나라」를 읽어보니 역시나 가슴 떨리게 좋다. 「심원의 나라」는 다시 읽어도 여전히 건조하고.

 

그러니까 변한 건 내 정서가 아니라 역자였던 거다. 그토록 마음을 뒤흔들었던 작가의 문장에 홀려, 그 작가의 단편 하나를 읽기 위하여 여러 작가들의 단편이 실린 선집을 흔쾌히 구입하면서도 번역에 대한 망설임은 한번도 없었는데 이유는 원작의 언어가 일본어였기 때문이다. 일본어, 일문 번역 안 어렵잖아요? 적어도 우리에겐 아주 쉬운 언어 아님미꽈? 희랍어 원전 번역도 나오는 판에...?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 허우적대자니 문득 '새삼스럽게' 싶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노르웨이의 숲』은 초판만 두고 비교하자면 그냥 다른 소설이다. 그 영향인지 모르겠으나 공전의 셀링을 기록한 것도 원제를 따르지 않은 『상실의 시대』다. 그 이후엔 딱히 일본 소설을 번역으로 논할 일이 없다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던 기억이다. 


예상에 없었던 번역의 역습을 받은 충격이 가라앉을 즈음.

『슬픈 인간』을 번역한 역자를 검색했더니 번역 작품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이 있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었던 책인데 이참에 주문해야겠다 싶어 검색했더니 하, 이런된장- 그사이 절판됐다.

 

누구를 위한 건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도서정가제 그딴 거 제발 집어치우고 출판진흥기금 그런 거나 좀 신경쓰시길. 

도서정가제 시행하고 절판/품절이 얼마나 늘었는지 제발 관계자들은 현황 파악 좀 하고.

그리고 방탄 병역면제 좀 해줘라!

 

 

절판, 품절이 이젠 공포다.

일간 장바구니를 한번 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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