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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8987 bytes / 조회: 975 / 2021.10.22 03:42
카레맛 똥 vs 똥맛 카레


 

 

 

인간의 의식이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자신의 의식을 규정한다.

-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선거철이다. 그것도 대선.

여론조사 얘기가 많은데 원래 이쪽이든 저쪽이든 선거는 늘 어려웠다. 가운데 깃발을 꽂아두고 49.5:50.5가 줄다리기를 하는 거다. 

 

왜 저런 사람을 지지하는 걸까. 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걸까.

갑갑하고 속이 터지지만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투표를 포기할지언정 국힘 안 찍는 나 같은 사람들이겠지.

 

하지만 인지부조화와 싸우며 그들의 지지를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와중에도 그럼에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건, 왜 하필 저런 모지리를? 하는 거. 정당은 결국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이익 집단이다. 국힘이 윤을 싸고 도는 건 애초에 자당 유권자의 지지가 높기 때문이다. 즉슨 유권자의 지지가 없다면 윤이 여기까지 오는 일도 없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인식(의식)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했다. 즉슨 인간의 인식을 바꾸려면 그 인간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을 바꾸던가, 그 인간의 인식을 깨부수든가 해야 된다는 얘기인데 한번 형성된 인식을 바꾸기보단 환경을 바꾸는 게 차라리 쉽다는 데서 비극이 탄생한다.

 

그러니까 윤의 지지율과 지지층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거란 얘기. 그러므로 여론조사, 지지율 이런 거에 일희일비할 이유도 스트레스 받을 이유도 없다. 어차피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므로.

 

그럼에도 다시 또 생각한다. 

이건 아닌데. 아닌 건 아닌 건데. 

똥을 보고 카레라고 할 수는 없는 건데.

 

1일 1망언을 이어가고 있는 윤이 최근 전두환 발언으로 또다시 논란을 불러왔다.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건 논란 이후 윤의 행보. 

광주에 사과하라는 여론이 일자 윤은 본인 인스타에 사과를 쥐고 있는 본인 돌사진과 '석열이는 사과를 좋아해요'라는 글을 올렸다. 예전까지 망언, 망동을 보면서는 똑바로 배우지 못한 인간의 됨됨이가 바로 저런 건가 보다 했으나 이번 돌사진과 사과는, 보는 순간 욕설이 튀어나왔다. 제정신인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인간이 하는 짓이라는 게 5.18 사망자와 세월호 아이들을 두고 생선을 들먹이던 짐승들이랑 뭐가 다른가. 철옹성처럼 굳건한 지지가 급기야 한 인간의 전두엽을 망가뜨린 건가. 저런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이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라고?

 

그리고 그 대척점에 있는 인물을 생각해 본다.

 

홈에 관련 글이 남아 있으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얘기지만 4년 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나는 이재명 후보에게 깊이 실망했고 기존에 갖고 있던 인간적인 호감도 기대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때의 이재명은, 내 호오를 떠나 한마디로 그냥 형편없었다. 그 이유는 아니지만(조국 전장관 사퇴 이후 정치/시사는 의도적으로 안 본다) 민주당 경선 토론을 모두 다 챙겨봤던 4년 전과 달리 이번 경선 토론은 챙겨보지 않았다. 당원 투표도 추 후보에게 줬다. 이재명 후보가 무난히 과반을 넘기고 결선 투표까지 안 갈 것 같아 맘편하게 응원하는 후보에게 주자는 나름 전략적인 투표를 했다.

 

그와중에도 의외였던 건 당내 경선 토론에서 상대 후보에게 네거티브 공박을 걸지 않는 이재명 후보의 태도였다. 이때만해도 막연히 4년 전 경험이 그에게 공부가 되었나 보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주초 이틀에 걸친 경기도정 국정 감사를 오랜만에 모두 챙겨본 소감은, 이재명이 변했다는 거. 

지난 4년 동안 관심 밖으로 사라졌던 그는 거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자란 만큼 큰 그릇을 가지고 돌아왔다. 특히 국토부 국감이었던 두 번째 날 '부처 눈에는 부처가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는 내용이 포함된 발언이 있었던 송석준 국힘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선 충격 비슷한 전율을 느꼈다.

 

참고로 민주당 인사 중에 내가 좋아하는, 언젠가 대통령 선거에서 보았으면 좋겠다 하는 인물은 지금은 영어의 몸인 김경수 도지사다. 조국, 김경수, 박원순이 차례로 사회적, 공적, 개인적으로 고립되는 걸 지켜보면서 그리고 그들이 없는 경선을 보면서 다음 대선은 내게 똥맛 카레와 카레맛 똥을 고르는 난제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운은 계속 흥할 모양이다. 이재명이 이토록 멋진 무장을 하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나는 이제 더이상 똥맛 카레를 선택하는 괴로움을 고민하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글을 쓰는 새벽에 '개사과' 사진이 올라왔던 모양. 오전에 관련 내용을 보면서도 처음엔 영문을 몰라 한참을 이게 뭔가 했다. 그러다 뒤늦게 전말을 알고... 하아... 이뭔... 이딴 게... 이딴 걸... 하아 진짜... 유구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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