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베일 > 설(舌)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11606 bytes / 조회: 930 / 2022.01.18 18:49
무지의 베일


 

 

신뢰하는 방송언론인 #유시민 #김어준 #정준희

 

 

Veil of Ignorance │ 존 롤스 John Rawls

미국의 정치철학자인 존 롤스(John Rawls, 1921~2002)가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서 '최소 극대화(maximin)'라는 정의의 원칙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사용한 개념으로, '무지의 장막'이라고 옮겨지기도 한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마치 베일로 가려진 듯이 서로의 신분과 사회・경제적 지위, 능력, 가치관, 목표 등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을 뜻한다. 

 

출처.두산백과

 

 

 

이마누엘 칸트는 가언합의에 호소한다. 법은 대중 전체가 동의할 수 있어야 공정하다. 그러나 이 역시 실제 사회계약의 대안으로 삼기에는 석연찮다. 가언합의가 어떻게 진짜 합의의 도덕적 부분을 담당할 수 있겠는가?

미국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그는 《정의론》이라는 책에서, 정의를 고민하는 올바른 방법은 원초적으로 평등한 상황에서 어떤 원칙에 동의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제 한 가지 사고실험(실제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생각만으로 진행하는 실험-옮긴이)을 생각해보자. 원칙을 정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자기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속할지 모른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니까 "무지의 장막" 뒤에서, 즉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일시적으로나마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한다고 상상하자. 나의 계층과 성별, 인종과 민족, 정치적 견해나 종교적 신념도 모른다. 남보다 무엇이 유리하고 무엇이 불리한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내가 건강한지 허약한지, 고등교육을 받았는지 고등학교를 중퇴했는지, 든든한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문제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전혀 모른다. 이처럼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야말로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협상에서 어느 누구도 우월한 위치에 놓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합의한 원칙은 공정하다.

 

롤스가 생각한 사회계약은 이처럼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가언합의다. 롤스는 만약 그런 위치에 놓인다면, 이성적이고 자기 이익을 챙기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떤 원칙을 선택하지 자문해보라고 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현실에서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사고실험을 위해 도덕적, 종교적 신념을 접어둔다고 가정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원칙을 택하겠는가?

 

우선 공리주의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모르긴 몰라도 나는 억압받는 소수에 속할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군중의 쾌락을 위해 사자 우리에 던져지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완전한 자유지상주의 원칙을 선택해, 시장경제체재에서 벌어들인 돈을 죄다 소유할 권리를 인정할 사람 역시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추론한다. '나는 빌 게이츠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집 없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러니 무일푼에도 도움도 못 받을 상황에 놓일지도 모를 제도는 피하는 게 좋겠어.'

 

-pp.197-199, 6강 「평등옹호」 존 롤스│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구판)

 

 

간단하게 부연하면, 칸트의 '가언명령(합의)'는 조건이 전제되는 증명이고 '정언명령(합의)'는 조건이 없는 증명이다.

6강 존 롤스「평등옹호」는 5강 칸트의 정언명령과 가언명령에서 이어지는 챕터. 

발췌한 내용은 구판이며 신판은 '평등옹호'가「평등을 강조하는 시각」으로 제목이 바뀌었다. 

참고로 미국판 원문은 'THE CASE FOR EQUALITY'.

 

 

20220118192839_31d3dc63f3535c90004cbbfd4f189c5f_dd97.jpg

 

 

존 롤스를 직접 인용하려고 책장을 뒤졌는데 유감스럽게도 롤스의 책이 없다. 대신 마이클 샌델의 베스트셀러를 오랜만에 꺼냈는데 왠지 책이 두꺼워 살펴보니 책 속에 책갈피가 있다. 해당 책을 읽으면서 책갈피를 꽂아둔 기억이 없어 기억을 뒤져보니 예전에 예고도 없이 갑자기 집에 들이닥쳤던 엄마가 이른 오전에 거실에서 이 책을 읽던 모습이 떠올랐다. 내 기준, 책 소개를 보고 예상한 것과 다르게 내용이 현학적이라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는데 엄마도 비슷한 평을 했다. 그럼에도 책갈피를 꽂아둔 걸 보니 아마 계속 읽으려고 하셨던 모양이다. 나중에 집에 갈 때 챙겨가려고 따로 꺼내두었다.

 

그날 해당 책 첫 챕터의 주제인 '백 명을 희생하고 한 명을 구할 것인가, 한 명을 희생하고 백 명을 구할 것인가'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다 엄마한테 내가 물었다. 

어느날 내가 고소영이랑 영혼이 바뀌어서 고소영 얼굴로 '엄마!' 하면 엄마 눈엔 내가 딸처럼 보일까 안 보일까? 

난 진짜 궁금해서 물은 건데 질문이 끝나자마자 엄마가 질색하면서 얘가 멀쩡한 밥 먹고 헛소리를 하느냐고...ㅠㅠ

+ 왜 '고소영'이냐면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연예인이라서.

 

책갈피 하나가 불러온 기억이 이렇게나 많다. 모쪼록 부모님 건강하실 때 잘해야겠다.

 

 

20220118192912_31d3dc63f3535c90004cbbfd4f189c5f_mot8.jpg

 

 

 

 

:::기록을 위한 tmi

 

오늘 S와 가벼운 말다툼이 있었다.

다툼의 발단은 지난 일요일 MBC 탐사보도 프로가 방영한 김여사 녹취.

야당후보 배우자의 실체와 관련하여 유권자의 알권리가 방송 목적이었다면 방송이 무용했다는 게 S 주장이고, 유용했다는 건 내 주장. 구체적으로 S는 MBC가 김여사의 해명방송을 했다고 했고, 나는 거짓말이 어떻게 해명이 되냐고 반박하고. S는 사람들은 거짓말인지 아닌지 관심이 없다고 했고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고. S는 방송을 본 사람들은 쥴리 아니에요만 기억할 거라고 했고 나는 돈 주면 미투 안 한다를 더 많이 기억할 거라고 하고. 이후 반박-재반박이 이어지다 S의 입에서 '넌 민주당빠'라는 말이 나왔다. 덧붙여 '너 때문에 민주당 찍기 싫어진다'고. 난 민주당빠 아니고 문빠거든! 어이가 없어서 그래, 그럼 넌 대선 때 꼭 윤짜장 찍어라! 하니 윤짜장 찍으랬다고 되려 성질을 낸다. 아니 뭐어쩌라고? 

 

에스 : 네가 주장하는 논리는 딱 전형적인 민주당빠들이 하는 논리라고

나무 : 민주당빠 같은 소리하네. 그런 말은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짓이거든. 우물에 독풀기가 뭔지 찾아봐. 네가 지금 한 게 딱 그거니까

에스 : 네가 먼저 윤짜장 찍으라고 했거든

나무 : 네가 먼저 민주당빠라고 했거든

 

이쯤에서 블박 돌리라고(도로 위에서 이짓을 함) 서로 목소리를 높이다 한 호흡 쉬고, 다시 이어졌다. 정치에 관심없는 일반인들은 녹취에서 뭘 더 인상적으로 기억할까를 두고 반박-재반박이 이어지다 어느새 다툼의 쟁점은 '너는 일반인이다 아니다'로 넘어갔다.

먼저 나더러 정치고관여자라고 규정한 S가 본인은 일반인이라고 규정하길래 내가 비웃었다. 

 

나무 : 너 일반인 아니거든

에스 : 일반인 아니면

나무 : 넌 중도 우파거든. 너 비지니스 프렌들리잖아. 넌 무려 이명박이 추진력이 있어서 일은 잘할거라고도 했어

에스 : 잘 할지도 모른다고 했지 언제 잘한다고 했어

나무 : 어쨌든 넌 일반인 아니라고

 

'일반인은 무엇인가' 한바탕 논박이 몰아치고 이후 정적. 그리고 5분 후.

 

에스 : 야 화해하자

나무 : 그래

에스 : 우리 앞으로 정치 얘기하지 말자

나무 : 그러자

 

그리고 시비종결. 말다툼에 소요된 시간은 20분 쯤인 걸로.

오늘 말다툼으로 확실하게 증명된 건 윤짜가 분열과 반목의 아이콘이라는 거.

S의 이명박에 덧붙이자면 S는 박근혜보다 이명박을 더 싫어한다. 박근혜가 잘했다 못했다는 내용이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박근혜는 좀 안됐다고 생각한다. 그것과 별개로 사면은 반대하는 입장.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391건 1 페이지
설(舌) 목록
번호 제목 날짜
391 인생네권 24.04.24
390 스티키 인덱스 / 책갈피 24.03.01
389 무제 2 24.02.25
388 구간의 추억 24.02.11
387 내 것이 아닌 타인의 욕망 24.02.05
386  [비밀글] 고통 혹은 근원에 이르렀는가의 제문제 24.01.31
385 셰익스피어 리어 왕 4 24.01.03
384 알라딘 기록 23.12.31
383 예술가에 관한 책 23.11.29
382 시의 꽃잎을 뜯어내다 23.11.27
381 성서는 제대로 읽히고 있는가 4 23.11.16
380 와치맨 디럭스 에디션 23.11.16
379 일상에 정치가 아닌 것이 있는가 23.11.05
378 환장하겠네 23.11.04
377 깊이 고민 중 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