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얼른 답하기 어렵다. 이건 생각을 좀 해야한다... 고민이 아니라 '생각'이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작가를 꼽는 건 쉬운데 그중에 '가장'을 꼽는 건 밸런스 게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아무려나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를 꼽는 일인데 어렵지 않을리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좋아하는 작가들 중 '가장'의 가능성이 높은 후보 중 한 명인데 이건 여담이지만 심리 소설의 정점을 보여주는 츠바이크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개인 생각이지만, 이언 매큐언을 꼽는다. 콕 집어 이언 매큐언의 『속죄』가 그러하다.
여하튼, 온라인서점에 접속할 때면 내 작가의 신간이 나왔나 틈틈이 둘러보는데 츠바이크의 신간을 접한 건 우습게도 검색이 아니라 다른 책 펀딩 페이지에서였다. 워낙 출판계가 불황이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작은출판사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신간을 내는 일이 공공연한데 나도 몇 번 참여한 일이 있다. 각설하고 알라딘에 접속했을 때 이 펀딩 페이지에 연결되었는데 그레이엄 그린 『코미디언스』였다. 책 디자인이 왠지 낯이 익어 검색하니 장바구니에 담아둔 아이작 싱어 『쇼사』를 낸 출판사다. 그리고 덜컥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츠바이크의 『과거로의 여행』
음...? 분명 츠바이크는 신간 알림 신청을 한 걸로 기억하는데 왜 알림이 안 왔을까...;
게다가 이 출판사의 첫 번째 책 『창백한 말』은 현재 배송중이다. 같은 출판사인데 왜 츠바이크의 신간을 못봤지?
tmi_ 글을 작성 중에 S에게 연락이 왔다. "니 책('창백한 말')이 우리집에 왔다"고. 얼마전에 S에게 책을 보낸 적이 있는데 아마 최종배송지로 책이 간 모양이다. 추워서 장보러도 안 가고 쫄쫄 굶고 있는데 이 추위에 책 가지러 가야 된다고? 아이 춥고 귀찮은데...ㅠㅠ
이미 (남의 집에)배송된 『창백한 말』에, 장바구니에 담은 『쇼사』와 『과거로의 여행』까지... 이쯤되니 운명이구나 싶은 게 그냥 이 시리즈는 다 사야겠다 한다.
덧붙여 오랜만에 츠바이크를 검색하다 절판된 책을 발견했다. 아니왜? 왜애? 왜애애? 츠바이크가 왜 절판됨???
절판 리스트.
일단 『연민』은 확실히 가지고 있는데, 『크리스티네…』 와 『이별여행』 은 긴가민가하다. 『크리스티네…』는 일전에 홍대 와우북 행사 때 사은품으로 미니북을 받았는데 그때 함께 갔던 B에게 준 게 미니북인지 본책인지 긴가민가 하고, 『이별여행』은 장바구니에 담은 건 기억나는데 주문을 했던가 긴가민가 하고.
그리하여 홈 게시판을 뒤졌는데 찾았다. 후훗, 두 권 다 있군. 게시물 본문에 제목과 작가 이름 없이 이미지만 올린 덕에 책을 찾느라 손품을 좀 팔았다. 이 기회에 게시물을 수정하고 나니(작가와 책 제목 삽입) 등에 진 한짐을 벗어던진 것처럼 개운하다.
결론은 츠바이크도 품절되는 업계의 불황이라니 서글프고 씁쓸하고 좀 그렇다. 그래도 츠바이크인데 어느 날에는 재간되거나 복간되겠지...
츠바이크 절판에 놀란김에 장바구니에 계속 담아뒀던 『프로이트를 위하여』도 주문했다.
인물 평전의 대가답게 '프로이트 평전'인데 평전 외에도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주고받은 서신이 수록되어 엄밀히 말하면 츠바이크와 프로이트 공동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저자도 그렇게 표기되었고.
비영어권 도서는 원서를 읽을 수 없는 바에야 품절, 절판에 울지 말고 책 있을 때 미리미리 주문해버리는 게 속편하다(요즘 늘 외는 주문).